안녕, 다비도프氏
최우근 지음 / 북극곰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최우근 - 안녕, 다비도프씨





  언제부터인가 투명인간에 관한 책을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TV에서도 '내가 만약 투명인간이라면?' 이라는 가정으로 진행되는 토론에 빠져 상상을 하곤 했는데요. 작년에 읽은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_소실형>이란 소설은 일본 소설로 죄를 지은 주인공을 투명인간으로 만드는 형벌을 내리는 내용으로 누구와도 대화를 할 수 없는 그가 다치거나 아파도 외부에 알리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죽어서도 잊혀지는 그런 쓸쓸한 존재의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상상하던 투명인간과는 너무도 다른 그의 이야기가 신기했습니다. 투명인간이 되면 뭘하까? 상상하기 좋은 이야기거리이니 신나는 책이지 않을까 기대하며 읽었습니다.


  낯설지 않은 투명인간입니다. 어쩌면 나일 지도 모를 그의 모습에 절로 감정이입이 됩니다. 무명 연극인으로 작은 배역만 맡다가 주인공으로 초연을 하는 어느 날, 이유없이 갑자기 투명인간이 되어 버린 주인공의 일상을 그립니다. 이야기가 연결되는 매듭들이 엄청 쫄깃하게 연결되어져 있어 황당하고 판타지적인 전개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습니다. 엉뚱하게만 느껴지는 전개가 재미있게 느껴지고 바로 뒷장의 내용이 상상이 되지 않는 기발함에 반하게 됩니다. 투명인간은 남다름에서 막강한 힘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세상이 그렇게 녹록하게 투명인간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거리의 똥개마저 얕보는 존재가 되어 이리저리 치이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인 것만 같았고 자연스레 다음에 벌어질 일이 궁금해 몰입하게 됩니다. ^^


  판타스틱 4에서 여자주인공 수지는 몸을 자유자재로 투명하게 하면서 막강한 복병이 됩니다. 그런 투명인간의 막강함만 생각했지 찌질하고 여기저기 치여 너덜너덜해진 나약한 주인공의 모습은 처음엔 유머러스하게 보이지만 점점 현실에 치이는 나인 것 마냥 감정이입이 됩니다. 나는 이보다는 낫게 살고 있다며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향수를 뿌리고 초청된 곳으로 나갔을까, 그들과 어떻게 지냈을까 라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게 합니다. 역시 소설은 감정이입을 얼마나 잘 잡아내느냐가 독자를 집중하게 하는 관건인 거 같습니다. 


  마지막엔 불투명 인간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런 반전은 없었습니다. 판타지 소설 같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이면서 나긋한 위로가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이 이런게 아닐까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는 일상에서 갑자기 불행해졌다가 좋은 일도 생기는 이런 흐름을 반복하며 뭔가를 배우는 게 말이죠. 통제할 수 없이 갑자기 닥친 불행은 서로를 찾게 되지만 불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우리 현실 세계를 반영하는 듯 했습니다. 재미있지만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책, 유익한 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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