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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이데이 - 어느 정신분석학자의 육아일기
박정수 지음 / 천년의상상 / 2015년 5월
평점 :
박정수 - 매이데이
육아서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가끔 같이 놀게 되는 조카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어떻게 대화하고 행동해야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생각하다가 육아서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요. 독특하게도 정신분석학자의 육아일기라는 소제목을 보고 읽게 되었습니다. 일러스트로 귀엽게 느껴지는 표지입니다. 글자가 살짝 작은 편이지만 작은 삽화가 있고 글이 짧아 읽기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육아일기라는 말 그대로입니다. 부모의 이력이 독특하고 생활 스타일이 남달라 조금 더 의미있고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 심리학을 배운, 무엇을 연구하는 지는 모를 연구원 아빠와 의학을 공부한 늦깍이 엄마의 맞벌이 생활로 아이는 10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맡겨지게 됩니다. 그들의 육아스타일은 늦은 나이에 미혼인 제겐 부럽고 신기했습니다. 보통 늦게 가진 아이를 더 귀히 여기고 가엽게 여기기 마련인데 저자인 아빠의 관점에서 쓰여진 책에선 마치 3자의 입장에서 쓰인 듯 감정이 절제되어 있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빠져들었던가 봅니다.
짧은 에피소드와 그로 인해 부부가 생각하고 나눴던 대화들을 짧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른 부모님들이 봤다면 더 재미있게 읽으셨으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카를 아끼지만 많은 일상을 나눠보진 못해서인지 그들의 소소한 사건 하나하나를 조카들과 함께 했다면 얼마나 의미있었을까, 나는 어떻게 얘기해 줄수 있을까 라며 상상하며 읽으니 푹 빠지게 됩니다. 부모가 되지 않으면 몰랐을 에피소드들이 진솔하게 담겨져 있어 미혼인 제가 읽을 땐 너무 솔직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더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천성적인 아이의 행동과 성격 등을 어려운 철학 이념들로 풀어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아이와의 소소한 일상이 유머감각과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만나 매일매일이 공부하는 듯 생활하고 있는 일상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철학은 평범한 일상을 까발려 그 근본을 들여다보는 학문이라고 하죠. 귀하게 얻은 딸을 기르는 아버지에게도 육아는 힘들고 지치는 일상일 것임에도, 아이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나름의 철학이 있음을 경이롭게 깨달으며 육아를 하고 있는 일상이 귀엽고 재미있었습니다. 영화든 소설이든 작품에서 뭔가를 배워야된다는 강박이 우리나라는 유독 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쓸데없이 노처녀가 남들 육아일기나 읽고 있다는 말을 듣기 싫은 저는, 철학 육아서라며 핑계를 댈 수 있어 재미와 공부까지 되는 일석이조의 책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