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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성장 - 핵심감정에 공감할 때 우리는 성장한다
김녹두 지음 / 위고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김녹두 - 감정의 성장
봄은 봄처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자의 계절인 거 같습니다. 새파랗게 올라오는 잎, 그리고 화사한 꽃들은 봄처녀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듭니다. 그래서인지 봄마다 우울해지고 감성에 젖어 있곤 하는데요. 이런 습관적인 감정을 이해하는 데 정신의들의 책에서 도움을 많이 받곤 합니다. 큰 기대없이 읽었던 <감정은 습관이다>라는 책은 계절마다, 특정한 때마다 바뀌는 제 감정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제 마음을 이해하고 나니 그 감정을 인정하고 조금 더 차분히 대처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 책도 제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기대감에 읽게 됩니다. 개나리 빛갈 샛노란 표지에 발레 강습을 받는 듯한 가는 펜그림이 인상적입니다. 책은 크지 않고 무겁지 않으며 글자 크기와 줄간이 적당해 읽기 좋았습니다.
제목이 놀랍습니다. 감정이 성장한다니, 제목만 봤을 때 뭔가 은유가 아닐까 막연히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니 진화의 의미인 그 성장이 맞습니다. 매순간 그리고 매년 자신이 조금씩 커가는 걸 느끼곤 합니다. 내가 혐오했던 어른들의 단점들을 고대로 배운듯한 제 모습에 좀 컸구나 느끼기도 하지만, 어릴 때와 비교해 조금씩 넓어지는 마음의 영역이 경의롭게 느껴지곤 합니다. 그런 성장을 감정이 자랐다고 느끼기 보다 의식이 점점 익어가고 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영역을 감정이라는 통칭으로 설명하고 있는 듯 합니다. 아이의 감정에서 어른의 감정으로 발전하는데 성장하는 그 어느 시점에서 응어리진 감정을 해소하지 않으면 어린 아이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는 하네요. 많이 찔리는 부분이였습니다. 청소년기때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아 그 상처로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런 제게 심리학과 인문학이 감정의 결을 어떻게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는지 일러주었습니다. 이 책 또한 뭉쳐있는 성장 방해 요인을 어떻게 풀어낼런지, 내담자들의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며 그에 대한 해석과 함께 성장에 필요한 성장점을 짚어주고 있습니다.
5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도입부는 감정에 대한 설명을, 3장은 감정의 성장을, 4-5장은 관계의 성장과 그 감정에 대한 것입니다. '-습니다'체로 친절하게 느껴집니다.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감정을 쉽게 설명하려는 배려로 느껴집니다. 그 배려는 <감정 수업>이라는 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감정을 48가지로 나눠 그와 관련된 문학 작품과 연계해 설명해 놓은 작품이였는데요. 이 책은 <감정 수업>과 달리 감정을 분류하지 않고 정체되지 않는, 성장하는 감정을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고 해야 될런지에 대한 성장에 목적을 두었습니다.
4월 16일 오늘은 세월호 1주기로 추모하는 날이였습니다. 근거없는 우울함이 눌러 붙어 마음속이 끈적끈적했습니다. 누군가를 탓하는 마음이 너무도 큰건 아직도 간접적인 상실의 감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뜻이겠지요. 우울한 감정은 습관이라고 합니다. 우울한 계기를 사회가 만들었고 제 안에 짜여진 우울한 프레임이 재조립되어 우울함에 사로잡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에서 느낀 대로 이 우울한 감정을 해소해야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겠지요. 저는 이 책을 읽고 무의식적으로 감정의 응어리를 해소하기 보다는 그곳에 앉아 감정을 거듭 되새김질 했던 과거의 제 모습을 청산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자신이 성장하고 있는지 정체되어 있는지 체크해 볼 수도 있었고, 어린아이에 머물지 않기 위해 어떻게 성장으로 향해 가야 할지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