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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한 청춘은 있어도 불행한 청춘은 없다
이정훈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이정훈 - 불리한 청춘은 있어도 불행한 청춘은 없다
독특한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그렇게 읽은 책이였고 결론적으론 실망을 안겨준 책이였습니다. 강렬한 제목만큼 강렬한 실망감으로 기억에 남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제목도 청춘을 불리하게 몰아 넣지만 청춘의 행복과 희망을 얘기해 줄 것 같아 기대되는 책이였습니다. 건장한 남자의 어두운 뒷모습으로 꾸며진 표지입니다. 간편한 옷차림에 두 손을 바지춤에 대충 꽂아 넣은 채 앞에 놓인 산쪽으로 가는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힘든 앞길을 모르는 듯 순진해 보입니다.
청춘에 관한, 자기 계발서라 생각했던 첫 인상을 뛰어 넘어 저자의 힘든 이십대와 삼십대를 정리하는 글이였습니다. 독특한 직업인 장례기획자로서 젊은 나이부터 장례업에 종사하게 됩니다. 세상이 불공평하다며 투덜거리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글이라고 합니다. 책의 제목만 봤을 땐 나이 지긋한 분이 쓰셨으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저와 비슷한 30대 후반이였습니다. 아직 40이 되지 않았음에도 장례업에 종사하며 틈새시장인 장례식의 고급화를 직접 조성해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했습니다. 저자가 장례업을 선택하기까지 방황과 자신만의 길을 만들기까지 자신의 삶의 과정과 거기에서 깨달은 점들을 천천히 들려주고 있습니다.
자서전과 에세이의 중간즘이 아닐까요. 작가의 삶이 정리된 내용을 보며 그 사이사이에 작가의 선택과 그 결과를 보며 삶의 패턴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불행이라는 뻘에 가라앉지 않고 조금씩 움직여 단단한 땅위에 설 때까지의 과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 읽은 <사자, 포효하다>에서는 청춘을 불행이 아니라 열정과 황홀한 기쁨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청춘을 불행함으로 치부할 수는 없으며 그때만 누릴 수 있는 고민들을 즐기라 하고 있습니다. 제 짧고 가는 삶을 되돌아봤을 때 그 말에 전적으론 찬성할 수 없지만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음을 조금씩 깨닫고 있는 나이이다 보니 불행은 또 아닌 거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성공하지 않은 저도 그런 생각을 할 정도면 이 나이즘 되면 그런 결론을 자연히 얻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도 해봅니다.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죽도록 힘들어도 견디면 이긴다는 것. 얼마전 인기리에 끝난 <미생>이라는 드라마의 메인테마를 떠올리게 합니다. 완생이 되는 그 날까지 견디면 이기는 것이라고.
혹독하게 느껴지는 청춘의 고민들을 견뎌내면 또 다른 불행함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불행은 바로 내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겠지요. 저자처럼 혹독한 젊음시절을 잘 극복한 사람이라면 그 혹독함에 휘말려 추상적인 그 감정에 휩쓸리지 않습니다. 이 또한 지나면 나만의 내공이 되고 보람을 만들어 주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겠지요. 불행이라는 뻘같은 감정을 만들고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청춘들에게 희망을 주는 책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