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동통신 봉수 - 우리 터 우리 혼, 오늘도 팔도가 무사하다 봉화가 전해 주네
최진연 글.사진 / 강이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진연 - 옛 이동통신 봉수







  옛것을 향한 향수가 얼마 전부터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저도 옛것을 찾는 취미가 생겨 빈티지 인테리어, 구제옷, 중고책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누가 쓰던 것, 특히 오래 된 옛것을 진저리치며 싫어했던 제 모습이 언뜻 떠오르며 무엇이 이렇게 이끌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지곤 합니다. 그러던 중 작년에 들은 꿈수업에서 인간은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기운을 무의식중에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람들은 나이가 들 수록 자신이 겪어보지도 못한 더 옛날의 것들에 향수를 느끼고 이끌리고 추억하며 우수에 휩싸이곤 하나 봅니다. 옛것을 추억하며 전국을 떠도는 여행은 작년부터 여러가지 책을 만나본 거 같습니다. 여행과 산행과 내가 모르는 것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전국을 떠돌며 봉수터를 찾아다니는 책을 따라해보려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전면 컬러지로 되어 있고 책이 큰 편이라 묵직합니다. 







  옛것을 따라가다 보면 쓸쓸함을 느끼곤 합니다. 나이가 들 수록 자신의 모습도 쓸쓸하고 불쌍하게 바뀌어가는 걸 느끼곤 합니다. 귀엽고 깜찍하던 애완 동물들은 우리보다 나이도 빨리 들고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는 더더욱 쓸쓸함에 몸서리를 치곤 합니다. 세상 모든 만상이 그러하니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법칙, 그러고 보니 이런 쓸쓸함을 즐기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잊혀지고 버려진 봉수대를 찾아 떠난 저자의 발자취또한 쓸쓸합니다. 잊혀진 봉수대를 마음과 이미지에 담으며 느꼈을 쓸쓸함과 덧없음이 느껴집니다.

  30여년 전국을 떠돌며 사진을 찍어온 저자는 봉수대를 연구하는 연구자와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문화유적 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요즘 봉수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그 유적과 주변 환경을 소개시켜 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교육의 힘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중고등학교때 역사, 국어 등의 수업시간때 배운 봉수는 신비롭고 이채로왔습니다. 옛날에는 맑은 공기로 높은 곳에서 솟는 연기와 불길이 잘도 보였다고 하죠. 그런 조상의 지혜를 배우면서도 상상력이 돋아 머릿속으론 판타지 소설과 로맨스 소설을 그리곤 했던 거 같습니다. 어릴 때에는 그렇게 낭만 돋게 느꼈던 봉수대의 잔해들을 보니 더더욱 마음이 쓸쓸해집니다. 제대로 복원되거나 남겨진 곳이 드물었습니다. 오히려 방치되어 잊혀진 곳이 옛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멋대로 복원되어져 옛모습을 찾을 수 없는 봉수대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습니다. 홀로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이런 모습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저자에게 고마움이 느껴졌습니다. 점점 봉수대에 관심이 많아진다지만 이는 봉수대를 위한 관심이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 겸사겸사 봉수대를 찾는 사람들이 봉수대를 달리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듯 합니다.

  우리 집 근처에도 봉수대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유명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지만 작은 그것이 그대로 방치되어 등산객들에 의해 파손된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대단했던 옛모습은 잊혀지고 보잘 것 없이 무시당하는 봉수대, 마치 인기로 먹고 사는 인기인의 삶의 그래프를 옅본 듯한 느낌입니다. 







  씁쓸하고 쓸쓸하게 느껴졌지만 외지고 한적한 봉수대를 찾아 나서는 여행은 흥미진진했습니다. 봉수대는 높고 눈에 잘 띄는 경치가 좋은 곳에 주로 위치했었습니다. 그 후로 사정이 달라져 숲에 쌓여져 있거나 묘자리로 변모되어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곳이 많았지만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자연 경관은 일품인 곳들입니다. 봉수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 서적은 아니지만 여행책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만도 아니였습니다. 마치 덜 푼 숙제를 보는 듯해 답답함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봉수대를 현주소를 알리는 저자의 노력이 감사했고 저자처럼 봉수대를 찾아 나서 자연 경관과 옛 혼을 느끼고 싶어져 좋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