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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nock 더 노크 밥 - 시간을 나누는 가장 낭만적인 방법
김효정(밤삼킨별) 지음 / 윌북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김효정 - THE KNOCK 더 노크 밥
가족들과 함께 먹기 위한 요리를 즐기지만 인기없는 요리밖에 할 줄 모르는지라 가끔 요리책을 들추곤 합니다. 간을 덜 하면서 원재료의 맛만으로 요리를 하려는 제 고집은 가족들의 입맛에 맞질 않아 환영받지 못했는데요. 그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줄리 줄리아>라는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줄리는 유명 요리사인 줄리아가 쓴 두꺼운 요리책의 요리들을 모두 1년안에 다 따라해보게 되는데요. 저도 그렇게 해보면 가족들의 입맛에 부응하는 요리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이 책 또한 다양한 요리와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어쩜 제게 맞는 요리를 찾을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책은 잡지만큼 크고 묵직합니다. 글자가 작은 편이라 읽기에 아주 편하진 않았지만 느낌있는 북디자인입니다.
요리라는 게 알면 알수록 오묘합니다. 인간은 먹어야 사는 동물입니다. 오욕 중에서도 식욕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하죠. 배고픔과 식욕, 때되어 먹어야 되는 식사는 동물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를 새삼 일깨우곤 합니다. 그런 끼니를 우아하게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문화 생활이 바로 요리가 아닐까요. 그런 문화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제게 요리책은 때때로 너무 틀에 맞쳐진 거 같아 싫기도 하지만 뭘 해야 될지 모를 때엔 방향을 일러주는 선생님이 되기도 합니다.
이 책은 요리의 방법을 알려주는 요리책이라는 딱딱한 틀을 벗어났습니다. 혼자의 밥, 여럿의 밥, 여자의 밥, 남자의 밥이라는 4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요리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공인 책입니다. 시간을 함께 보낼 주인공을 소개하고 그가 소개하는 요리를 한 두개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요리가 동물적인 식욕을 가라앉혀 주기 위한 경제적 활동이 아니라 문화로 느껴질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책입니다.
외식문화가 발달하면서 그만큼 집밥에 대한 향수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혼자 먹어도 덜 외로운 요리,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란 건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일 듯 합니다. 그런 개인적인 부분을 공감할 수 있게 그 사람이 하는 일, 취향, 요리로 향유하는 문화를 느낄 수 있게 소개합니다. 짧고 간략한 소개이지만 요리라는 독자와 그의 공통점이 왠지 가깝게 느껴지게 합니다. 오히려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는 부분이 차갑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간단한 주인공 소개와 그가 소개하는 요리의 레시피. 요리라는 문화생활을 어떻게 하면 더 풍성하게 영위할 수 있는지 사람마다 요리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그 시간을 누구와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삶의 색깔 역시 달라집니다. 그런 사람 사는 이야기와 함께 요리 레시피까지 함께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정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삶의 조각들을 같이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레시피와 요리 방법을 따라해 보겠다던 애초의 마음보다는 이야기에서 전해져오는 이야기와 이미지에 빠졌습니다. 요리 실용서가 아닌 요리를 삶의 일부분으로 보고 사람들의 삶과 그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따뜻한 책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