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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힘껏 당신 - 천서봉 시인의 사진으로 쓴 짧은 글
천서봉 지음 / 호미 / 2014년 11월
평점 :
천서봉 - 있는 힘껏 당신
추운 겨울 날씨만큼 감성도 추워져 겨울마다 외로움을 더 느끼곤 합니다. 사진과 시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책을 따뜻한 실내에서 읽으며 감성 풍만한 겨울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에 읽게 된 책입니다. 시를 읽는다는 건 제게는 거의 잉여 생활에 가까운 사치입니다. 물론 시를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요즘은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없는 편이라 시를 천천히 읽고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가져서 터부시하는 편이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계절에 했다면 잉여지만 외로운 겨울이라 허용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책은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울 만큼 가로 길이가 길고 큰 편입니다. 시와 사진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크기이며 크기에 비해 꽤 가벼워 들고 읽기 좋았습니다. 글자가 작은 편입니다.
외롭고 서늘한 시와 산문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시가 따뜻하리란 막연한 기대는 어그러졌지만 시 특유의 느린 흐름은 안정감과 평온함을 줍니다. 사진 또한 빈티지 느낌에 느린 흐름과 함께 따뜻함을 줍니다. 사진과 함께 쓰여진 시는 마치 그와 세트인 양 같은 느낌을 주곤 합니다. 그래서 쭉 이어지는 독서 흐름을 좋아하는 제겐 조금 읽기 힘든 편이였습니다. 시를 즐겨 읽지 않는 습관이 지금의 미숙한 독서를 있게 했겠다 싶어 반성하게 됩니다.
사진들에는 오래된 것에 대한 추억이 담긴 듯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느낌의 사진들이라 어떻게 찍었을까 유심히 보게 됩니다. 시에 당신에 대한 그리움, 추억, 그리고 외로움이 담겨 있습니다. 당신이 곁에 없어서 하게 되는 푸념, 상념들로 이뤄진 거 같아 왠지 더 쓸쓸해지는 느낌입니다. 그러고 보면 시는 1인칭이 생략된 시인의 감성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 자기애가 넘치고 넘칠 땐 시가 싫었었나 봅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시인은 있었는데 류시화와 김광균입니다. 그들은 자신을 객관화시켜 밖에서 나를 보듯 감성도 멀리서 느낄 수 있게 독자들을 배려하거나 그것이 스타일인 듯 합니다. 자신의 감성을 독자들에게 납득시키려는 듯한 시보다 멀리서 나를 보여주며 점점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시가 좋았나 봅니다.
있는 힘껏 당신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첫 느낌은 사랑하는 당신을 있는 힘껏 사랑한다는 메세지였습니다. 책을 읽을 수록 그 당신은 내 안의 또 다른 나일 수도, 사랑하는 이성일 수도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을 향한 있는 힘껏이라는 최선이라니, 우리가 내심 바라고 추구하지만 잘 이뤄지지 않는 그 무엇이 아닐까 제 지금의 현실에 비춰 생각하게 됩니다.
사진과 글이 천천히 읽기에 좋은 여유로운 책입니다. 책의 뒷면에 쓰인 추천사에서처럼 시보다 사진이 더 좋았던 거 같습니다. 딱 제 취향의 사진이 예뻐 눈이 오래 머물게 됩니다. 여유로운 시간, 따뜻한 나만의 공간에서 백일몽에 잠길 수 있게 도와주는 몽환적이며 나른한 사진들이 보기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