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를 버리세요 나남신서 1783
임헌우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임헌우 - 스티브를 버리세요







  요즘 버리라는 말을 많이들 합니다. 쓰잘데기 없이 소비했던 잡동사니들을 버리면 삶이 단조로워 지며 정리가 쉬워진다 합니다. 욕심을 버리면 마음이 깨끗해진다고 하네요. 그 중에서도 스티브를 버리라니 뜬금없게 느껴졌습니다. 요즘 나만의 길을 찾아 자기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마음속에 이름매겨진 불특정 '스티브'를 버리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저자가 말한 듯이 스티브 잡스가 될 수도 있고 스티브로 이름 매겨진 무언가들을 없애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 책을 읽었습니다. 책은 세로 길이가 긴 편이며 묵직합니다. 본문이 시처럼 쓰여 있어서인지 운율에 맞춰 읽듯 쉬이 읽어져 좋았습니다. 






  5장으로 이뤄진 산문입니다. 자기애가 강하던 어릴 때에는 이런 짧은 글들을 너무도 싫어했습니다. 자기만의 논조로 슬슬 써놓은 듯한 글이 성의없이 느껴졌고 그런 글로도 작가가 된 저자들을 질투심에 미워했습니다. 요즘은 무언가를 배울 수만 있다면 어떤 글의 형태든 읽고 배우는 독자로서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느린 책으로 시적이면서 교훈이 있어 가슴과 머리를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책입니다.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현 계명대 교수로 계신 임헌우 교수의 책입니다. 여름에 도서관에서 진행된 그의 강연에 다녀왔었습니다. 디자인학과 교수로 계시지만 디자인에 푹 빠져 다방면에 진취적으로 디자인을 접목시키시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창조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인문학 강연으로 많은 자극과 즐거움을 얻은 시간이였습니다. 저자의 에너지 넘치는 강연과 달리 책은 차분하면서도 잔잔한 힘이 느껴져 가볍게 시처럼 읽으면 되리라 생각했던 초반의 가벼운 마음가짐이 180도 달라집니다. 삶에서 얻은 교훈을 다른 유명인의 실례를 들어 재미있게 들려줍니다.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아 감성적으로도 읽는 리듬이 생기고 찐득한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아 깔끔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의 강연에서도 느꼈지만 진솔함과 담백함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지식인의 허세가 없어 읽기 편한 책입니다. 표지에는 엿장수가 엿가락을 자르고 리듬을 만들어내는 엿가위가 있습니다. 엿장수 마음대로라는 말이 있지요. 우리는 우리 삶을 내 마음대로 살지 않거나 못하는 뭔가 모자라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엿장수 마음대로 처럼 내 마음대로 내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와 방법을 시처럼 은유와 간접적인 묘사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 장은 각각의 주제를 두고 짧은 글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시적인 농도깊은 언어로 쓰여져 있어 잘 읽히면서도 의미를 되새기며 읽게 됩니다. 천천히 정독하며 음미하며 읽으며 의미를 생각하고 운율에 맞게 읽어 나갈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간혹 고난도 겪어보지 못한 천재적인 끼로 글을 쓰시는 분들의 글을 보면 차갑고 계산적이여서 감성적으로 깊이 빠질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큰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지만 감성적으로도 공감과 감동을 오가며 읽을 수 있었고, 행복하기 위해 사는 내 삶에서 빠진 부분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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