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마음이다 - 크게 보려면 느리게 생각하라
가이 클랙스턴 지음, 안인희 옮김 / 황금거북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이 클랙스턴 - 거북이 마음이다.







  헤르만 헤세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 등을 읽으며 천천히 생각해도 괜찮게?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 이전에는 빠르고 정확하고 쉬지 않는 두뇌만이 성공을 약속한다고 생각해 왔죠. 그러며 살던 중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요가를 통해 배운 명상으로 치유를 하던 중 위의 책들을 만났고 제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새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 책도 저의 새로운 삶을 기획하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묵직한 편이며 글자가 작고 본문이 꽉 차있어 글자들이 좀 압박을 주는 편이여서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본문에 집중하려 노력했습니다. 







  번역이 중간중간에 한번씩 발목을 잡는 책입니다. 제게는 심리학 자체가 이해가 쉽지 않는데 문장을 복잡하게 해놓아 계속 보고 있어야 무슨 뜻인지 감을 잡을 수 있는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서두가 너무 훌륭해 의욕적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중간 중간 문장이 너무 복잡해 조금씩 읽는 속도가 느려지며 속독할 책이 아닌데 띄엄띄엄 읽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내용이 어디에서도 접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라 너무 좋아 쉬엄 쉬엄 계속 읽게 됩니다. 아마 이 책과 동시에 읽은 책들이 시적이고 잘 정돈된 우리나라 수필들이여서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더 어렵게 느껴진 것도 있을 거 같습니다. 

  저자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가 쓰고 읽던 단어들이 아니라 어렵기도 합니다. 무의식과 마음, 감정 등 우리의 판단과 지식과 몸과 인생을 결정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들에 대해 천천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들은 매 페이지마다 어느 부분이라도 저를 감동시키는 부분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책 또한 그런 책으로 책초반 번역의 부조리?를 극복하자 매끄러운 번역과 부조리한 번역이 번갈아 나오며 독서의 긴장을 적당히 유지시켜 줍니다. 주로 매끄러운 번역이 많아서 다행입니다. 부분 부분 힘들게 번역된 듯한 곳들이 읽기가 힘들었지 전체 흐름을 이어나가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의식보다 무의식을 교육하고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작년부터 주구장창 자기계발서로 나 자신을 바꿔 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고 책 읽는 그때만 생각하고 마는 휘발성 효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책에 의하면 d모드에 의한 것으로 의식적으로 나의 무언가를 바꾸려 노력하지만 효과가 깊고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몸소 겪어왔습니다. 이 책은 느리지만 확실한 무의식을 겨냥한 인문학책입니다. 왜 빠르고 일견 확실한 효과를 하진 의식의 전환이 아니라 무의식을 가꿔야 되는지 천천히 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독자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에서의 설명과 실생활에서의 실례들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어 읽기에도 좋고 이해하기도 쉬웠습니다.

  읽을 수록 새로운 각도로 나를 돌아보게 되는 놀라운 책입니다. 살면서 느꼈던 자잘하지만 절대 누구도 쉽게 알려주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답들을 책을 읽으면서 하나 둘씩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무의식, 잠재의식이 가진 놀라운 힘, 그리고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으로 나타나는 많은 현상들을 실례와 연구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다양한 사람들이 무의미하게도 보이는 이런 우리의 무의식을 세심히 자잘하게 연구해 왔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들의 연구 결과와 과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내내 가볍게 고민했왔던 것들이 쉽게 해결되었을텐데 좀 늦었지만 아쉽고도 반가웠습니다. 

  12장으로 이뤄져있고 무의식과 의식을 점차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어 점점 더 책에 호기심이 느껴지고 빠져드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조금만 더 읽으면 무의식에 대한 뭔가 가닥이 잡힐 듯한 느낌이 책으로 이끌어 줍니다. 책의 소제목인 '크게 보려면 느리게 생각하라'처럼 내 안에 잘 모르고 있던 잠재의식, 무의식이 느리지만 점점 또렷이 보이는 듯 느껴졌고 지금의 내 모습이 끝이라고 느꼈던 답답한 제 한계를 조금 더 열어준 느낌입니다. 







  느리게 생각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처음의 의구심이 점점 확신으로 굳어집니다. 작년부터 꾸준히 해온 꿈일기를 시작으로 점점 무의식에 다가가고 있는 제게 제대로 한 단계 올라갈 수 있게 도와준 책입니다. 뚜렷한 윤곽이 잡히지도, 정확하고 명확한 증거도 없지만 무의식이야 말로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란 확신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빠른 화살처럼 지나가버리는 시간에 초조해하는 현대인에게 진정으로 자신이 행복해 지기 위해 무엇부터 되돌아봐야 되는지 일깨워주는 훌륭한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