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겹으로 만나다 - 왜 쓰는가
한국작가회의 40주년 기념 행사준비위원회 엮음 / 삼인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 겹으로 만나다; 왜 쓰는가 

 

 

 

 

 

 

  글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왜 쓰는가 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까 궁금해 집어든 책입니다. 블로그에 서평글을 쓰게 된 계기는 간단합니다. 글을 업으로 삼고 싶었지만 실패했고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글을 써보자는, 좋아하는 작업을 습관적으로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쓰면서 싫을 때도 있었고 좋을 때도 있었지만 종래는 좋은 쪽이 승리하기 마련이였습니다. 세상에 무언가를 남겼고 나의 성실함을 세상에 보여준다는 것 그 작업 자체만으로도 만족감이 들었고 글을 쓰며 다듬어지는 생각들에 보람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기간이 늘어갈 수록 생각은 더 많아졌습니다. 글을 업으로 삼으면 더 많은 생각들에 애초의 자신을 잃어버리진 않을까 궁금했습니다. 책은 작고 가벼워 읽기 좋았습니다. 글자는 작은 편이고 페이지가 얇아 조심스레 읽게 되는 문고판입니다.

 

 

 

 

 

 

  직접적인 왜 쓰는가에 대한 답변을 기대했던 제게는 좀 당황스런 만남이였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대중적인 시, 낭독하기 좋은 시를 고른 시인들과 소설가의 작품이 수록되어져있습니다. 다양한 작가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조수경 씨의 소설에서 새삼 싱겁게 답을 찾았습니다. 왜 쓰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왜 쓸 수 밖에 없느냐의 문제라고. 그저 자신이 아는 건 잘 쓰고 싶다는 것 뿐이라는 말이 공감을 자아냅니다. 왜 쓸 수 밖에 없는가. 어릴 때부터 글에 대한 환타지를 차곡 차곡 쌓아온 제게는 선뜻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오한 답들이 쌓여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평소 즐기지 않는 시들을 읽을 때에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림을 느낍니다.

  사랑이니 그리움이니 추상적이고 흔한 소재에 낭비된 언어가 아닌 생각할 수 있는 안도현 님의 시도 처음 접했습니다. 읽다가 명상에 빠질 것만 같은 고은 님의 시도 처음이였습니다. 작가가 아니면서 왜 쓰는가란 화두를 가진 사람들에게 조금은 위화감을 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아무 생각없이 쓰면서 의미를 찾는 저도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내가 끄적거려서 세상에 도움이 될까, 쓰레기는 아닐까, 저 사람들처럼 돼야하는 걸까. 점점 읽으며 작가들의 세계에 발빨리 적응하며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라니. 한 자리에 모이니 얇고 가벼운 책이지만 들고 있기 힘겨운 무거운 책이 되버리기도 합니다.

  다양한 작가, 다양한 형식으로 자기가 추천하는 것과 평론과의 만남, 그리고 대중과의 만남으로 세겹으로 자신이 왜 쓰는가에 대한 답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들의 작품에서 왜 쓸 수 밖에 없는지 유추하고 그들의 세계 하나하나에 반응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는 글들과 작가를 알게 되고 내가 왜 이런 글들이 좋은지, 이런 작가들이 좋은지 생각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그런 글을 쓰기 위해, 그런 작가가 되기 위해 달려가는 건 아닐까 내가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유추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간접적으로 나를 찾을 수 있는 세련된 책입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독자를 배려하는 것보다 작가의 에고를 만족시켜주는 듯한 작품들인 거 같아 어렵게 느껴졌긴 합니다만. 왜 쓰는가에 대한 나만의 답을 외치고 있는 그들 사이에서 나만의 답을 제대로 찾는 힘들지만 보람된 시간이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