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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총구에서 나왔다 : 박정희 vs 마오쩌둥 - 한국 중국 독재 정치의 역사
박형기 지음 / 알렙 / 2014년 10월
평점 :
박형기 - 권력은 총구에서 나왔다
중국학이 전공이다 보니 모택동, 등소평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그 사람의 살아온 행적이 공부가 되고 역사가 되다니 참 대단하죠. 권력을 위해 산 사람들의 행적을 따라가는 것은 제겐 의미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기분 나쁜 쪽으로 급변하는 요즘 시대의 흐름을 놓치는 것도 옳지 않은 거 같아 시대의 권력자들을 이야기하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라고도 하죠. 왜 요즘과 같은 분위기가 도는지 이해할려면 과거를 이해해야 될 듯 합니다. 표지는 흑백으로 빨간색으로 돋보이는 제목이 왠지 으스스합니다.
책을 만든 기획의도가 신선하고 용기있게 느껴졌습니다. ^^; 제겐 그런 용기가 없기 때문에 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얼마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반인반신으로 추앙하는 분위기를 느끼고 주위 국가들의 독재자들과 비교해보고 싶었다 합니다. 기획 의도를 저도 언젠가 상상으로 해봤던 거 같은데 실제 책으로 나온 걸 보니 신기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세 사람을 분류하자면 기분나쁜 사람들 입니다. 자신의 의도를 전 국민의 인생에 투사한 오묘한 사람들, 굳이 이런 사람들의 권력 구조를 이해해야 될까 읽는 내내 의문이 들었고 당위성을 찾는 내면의 갈등이 번잡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에 한몫 한 것은 작고 빼곡한 텍스트였습니다.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소재와 인물들로 재미있고 가볍게 읽을 수 없는 내용임에 읽기가 꽤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참신하게만 느껴졌던 책의 기획의도는 책의 한계도 단번에 노출해 버립니다. 박정희의 한계를 느끼기 위해 우리는 중국 2인의 독재자의 삶을 따라가야 되는 것인지... 왜 이렇게 거창하게 비교하면서 한낮 박정희가 신이 아니란 것만 말하려는 것인지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책의 한계가 극명히 느껴지며 읽는 재미도 떨어졌지만 중간 중간에 나오는 중국의 사건들이 오래전 공부했던 내용들에 대한 재해석도 들을 수 있어 흥미를 돋워주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삶을 보는 프레임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다르다고 합니다. 세상을 대하는 그 사람의 프레임, 눈이 세상의 정의를 매기고 판단하게 되며 그 사람의 의식을 지배합니다. 우리 나라 안에서만 살아온 우리는 어쩌면 반도라는 지리적 한계, 한민족이라는 답답한 입장에서 독재자를 미화시켜 신이라 칭하며 마음편히 박정희를 받아들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독재자를 직접적으로 겪어보지 못한 우리 세대는 좌우의 의견에 휩쓸려 자신만의 견해를 갖기 힘듭니다. 이 책은 박정희를 겪은 세대를 포함 다양한 세대들이 독재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될 것인지 중국의 독재자들과 비교해 되도록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견해를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모택동, 등소평은 그들에 대한 기록이 너무 많아 제대로 된 연구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합니다. 그 정보들이 시대를 걸치며 정제되어 객관적으로 그들의 권력 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박정희는 우리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엔 현 대통령과의 관계도 그렇고 너무 추상화되어 있습니다. 사실들을 모두 들어내어 까발리기엔 그의 행적이 견고히 신적으로 모셔온 시간이 길어서인지 조심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이중 삼중으로 쌓여진 이미지화 된 그 분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책입니다.
글자가 작고 본문이 꽉 차있어 읽기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직접적인 관심을 갖기 어려운 권력자에 대한 평가와 그에 대한 견해를 만들어가는 책이다보니 더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중국통이길 바랬던 과거에 재미있게 공부했던 중국의 독재자들의 행적을 되돌아볼 수 있어 좋았고, 그들과 비교해 박정희 전대통령을 좀 더 잘 알게된 거 같아 좋았습니다. 그들을 비교했다고 다 객관적이며 정확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무조건 수호하고 무조건 비방하는 쪽의 말들만 들어왔던 제겐 신선한 충격이였고 지적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책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