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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토마스 바셰크 지음, 이재영 옮김 / 열림원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토마스 바셰크 -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공지영 씨의 <의자놀이>를 읽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과 읽는 중간에도 읽기 싫다는 생각을 이겨내고 사실을 직시하자는 독한 마음에 계속 읽어내려 갔었던 강한 기억이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깊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서 현실의 제 입장에서 내가 헌신하며 같이 키워간 회사가 나를 내던져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나는 회사에 얼마만큼의 정력으로 일을 해야될까 일견 쓸데없는 생각같지만 의자놀이가 내 일이 될 수도 있기에 차갑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나만의 경력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해왔던 회사 생활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고 강신주 박사의 '다상담'을 듣고 노동과 자본주의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은 우리 삶에서 제일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 중 하나이니 노동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해주는 책입니다. 쉽진 않지만 집중하면 꽤 잘 읽히는 책입니다.
헤세의 '데미안'은 청소년기를 지배하고 헛된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책입니다. 바로 독일어 번역이 엉뚱하고 엉망이어서 였는데요. ㅠㅠ 독일어 번역이 어려웠는지 다른 언어로 번역된 책을 다시 번역한 책들이 많았던 시절이여서 원본과 전혀 다른 뜻으로 알고 있었고, 사회에 나와서야 번역을 조금 배우게 되면서 번역의 오류가 과거 제 독서에 많은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에도 프랑스, 독일어 책은 꽤 조심히 고르게 되는데요, 약간 어려운 감이 있지만 번역의 오류라는 느낌은 많이 들지 않는 책입니다.
일하는 남녀가 열심히 달리는 듯한 이미지와 눈에 뛰는 제목의 색깔이 발랄하게 느껴지는 책입니다. 저자는 철학 잡지의 편집장으로 제목과 잘 어울리는 일을 하시는 분입니다. 서문부터 아주 길게 느껴졌는데 ^^; 꽤 고집스러운 말투로 느껴지는 것은 저와 생각이 많이 달라서인 듯 합니다. 물론 머리로는 저자의 말이 노동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다는 제 생각과 다르지 않음은 알겠지만 그가 설명하는 스타일이 도통 부드럽게 느껴지질 않았습니다. 지금 한창 유행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함께 들고 있는 노동에 대한 박한 시선들이 잘못되었다며 서문은 편히 일하길 좋아하고 힘든 일을 피하는 현대인에게 포문을 열고 있습니다. 마침 읽고 있던 <폰 쇤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과 어느 정도 통하는 구석이 있지만 제 마음에 들어오는 발걸음 자체가 확연히 다릅니다.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은 편하게 언론인으로서 우아하게 일하다가 어느 순간 정리해고가 되면서 우아하게 가난했던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며 그들을 내심 비꼬며 탐탁지 않아하던 자신을 반성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 책은 현대인들이 자본주의의 병폐에 핑계를 대며 신성한 노동이라는 자기 계발 과정을 모독하고 있다며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어 읽는 내내 편한 마음은 아니였습니다.
읽으며 수도 없이 설득과 불만의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점점 지쳐갔고 집중력 또한 천천히 떨어집니다. 하지만 관심분야였던 노동의 역사에 대한 연구는 흥미진진했습니다. 많은 철학자들이 노동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시대별로 간략히 정리가 잘 되어져 있었습니다. 어느 강연과 책에서 보고 들었던 내용들이 잘 정리된 거 같아 만족스러웠습니다. 게다가 도입 부분에 읽었던 철학자를 끝까지 논거로 제시하고 있어 공부도 되어 좋았습니다. 일, 노동에 대한 다양한 철학자들의 주장과 저자의 이야기는 노동에 대한 철학을 만들어 가는데 쉬운 지름길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노동에 대한 생각에서 러셀의 생각이 제가 만들어온 생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을 위해 어느 정도의 긴장과 직업이 필요하며 그 이상을 원하는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가 말하는 최소한의 일과 수입에 만족하는 삶은 일견 프리터 족으로 생기는 사회 발전이 저해된다는 문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과잉사회인 요즘 적절한 다이어트만이 거품을 터트리고 제 모습을 알아낼 수 있는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번 읽어 다 파악이 되지 않는 조금 어려운 책입니다. 관념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관심있는 철학자들의 주장 위주로 읽어 나가며 굵직한 흐름만 파악하며 읽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