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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특별한 한 달, 라오스
이윤세 글.사진 / 반디출판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이윤세 - 어느 특별한 한달, 라오스
작년 여름 여름 휴가로 베트남으로 떠난 여동생과 그 친구는 불의의 사고로 예정보다 더 빨리 입국했습니다. 외국인이 많이 다니고 넓은 베트남 수도의 대로에서 오토바이 소매치기를 당했고 그 충격으로 친구는 오토바이에 질질 끌려가다 놓여져 몸과 마음을 다쳤는데요. ㅠㅠ 얘기를 듣고 얼마나 무섭던지 혼자 여행을 잘 다니는 저에게도 충격이였습니다. 너무 소심해 조심조심하며 다니는 편이라 한번도 사건 사고가 없었던 제 여행길과 달리 친구와 떠난 첫 해외여행에서 사건을 만난 그들의 여행에서 베트남이나 동남아는 혼자선 못가겠단 교훈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혼자 가는 여행에 이미 푹 빠져버린 지금 다른 사람과 일정을 맞추고 조율하는 과정의 번거로움은 상상을 초월한 스트레스였는데요.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작고 노랑색의 표지와 아이들의 사진이 귀엽게 느껴집니다. 작고 통통한 편이라 귀여우면서 그립감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글자가 작은 편이라 읽기가 편한 건 아니였어요.
동남아 여행을 계획하며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또 다른 이점은 작가가 '귀여니'로 널리 알려진 이윤세 씨라는 겁니다. ^^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 분의 소설에 푹 빠졌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너무너무 반갑더군요. 한참 이 분의 책을 못 봤으니 거진 10년만에 보는 듯 합니다. 귀여운 의성어와 캐릭터를 잘 잡아 흡입력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행 에세이는 어떻게 쓰셨을지 기대가 되더군요.
글자가 작아 초반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캐릭터 묘사에 능숙한 작가이다 보니 그녀만의 분위기를 이끌어 내어 마치 소설처럼 재미있는 글을 만들어냈습니다. 처음 부분엔 경직된 말투와 우울한 근황으로 호기심을 자아내더군요. 저자는 글쓰는 쪽으로 대학을 간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 글이 바뀌었을지 궁금헀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더 책에 빠져들 수록 이게 여행기인지 소설인지 조금씩 헷갈리게 되더군요. ^^; 혼자하는 여행에 이렇게 다채로운 일화들을 남길 수 있다니 이 또한 능력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또한 혼자 여행다니길 좋아하고 여행할 때에는 꼭 기록을 남기는 편인데요. 여행을 하고 돌아와 다시 읽어보면 한번씩 저도 이런 여행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하루에 하나씩은 인상적인 일들이 있었고 그걸로 이야기를 만들어 써보면 어떨까 생각해 왔는데 그런 제 희망을 실현한 책처럼 느껴졌습니다. 역시 마음속으로 꾸는 꿈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법, 부럽고 반성도 되고 재미있었습니다.
라오스라는 나라가 생각보다 안전하고 순수한 예전의 중국처럼 느껴졌습니다. 겁없이 여자 혼자 중국으로 훌쩍 떠났던 10여년 전의 중국은 구수한 우리네 시골처럼 정말 순수하고 순박했던 인상이 강했었지요. 지금은 중국 어딜가도 눈 뜬채로 코 베어갈 거 같아 무섭지만 말이죠. 그때는 혼자 여행을 다녀도 사람 많은 북경을 제외하면 위험한 줄을 몰랐는데 라오스도 그때의 중국과 같이 여성 혼자 도시를 넘나드는 장거리 버스 여행을 하는 모습을 보고 왠지 안심이 되는 곳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만난 많은 사람들은 여행자들에게 친절했고 배타적이지 않으면서 적절히 그리고 눈에 띄어 안심될 정도로 그들의 이윤을 추구하는 모습도 꽤 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살짝 밝혔듯 정말 힘든 일들도 있었지만 좋은 일들에 위주를 주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중국처럼 사기와 바가지가 넘치고 길거리 음식이 안전하지 않고 변덕스런 날씨와 대중 교통의 불확실성이 사람을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행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기도 하나 봅니다. 미래의 불안을 안고 계속 살아갈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을 즐기는 개인의 능력치는 여행이든 인생이든 별 차이가 없는 듯 느껴집니다.
우연치 않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만났고 미지의 여행지의 일화들을 친숙한 말투로 들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좋은 여행지를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예전의 중국처럼 물가 싸고 순수한 사람들과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라오스를 미래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제 버킷리스트에 써담게 되었습니다.
여행기를 읽는 것은 여행과 삶에 좋은 자극제가 됩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한달 간의 여정은 나도 똑같이 가보고 싶다, 책에서 말한 가게와 사람들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일게 합니다. 일상에 지쳐 휴가를 기다리던 요즘, 여행욕을 새로이 불러일으키면서 '그래, 불안하게 이렇게 사는 거구나.' 라는 새삼스런 깨달음도 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