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법정에 서다 - 신화와 환상에 가려진 석굴암의 맨얼굴을 찾아서
성낙주 지음 / 불광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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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주 - 석굴암, 법정에 서다





  통일 신라시대의 문화재들은 교과서에서 아주 빼어난 과학성과 예술성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국사 공부를 한지 어언 20년이 다 되어 가도 석굴암, 불국사, 첨성대 등 통일신라시대 유적들은 마음 깊은 곳에 신비로움과 무게감을 띤채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 신비롭고 고귀한 석굴암이 뜬금없이 법정에 서다니 제목과 함께 등을 돌린 석굴암 석불의 뒷모습이 궁금해 읽게 된 책입니다. 게다가 저자가 20여년 석굴암을 연구해 온 국어교사이신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책은 석불의 뒷모습이 두둥 어둡게 보이고 굵은 사선으로 장식되어 안정적인 느낌입니다. 적당한 크기에 두툼하고 묵직한 편입니다. 글자는 좀 작은 편이지만 줄간이 넉넉해 읽기 좋았습니다.






  짜임새있는 책입니다. 아무리 의도가 좋고 메세지가 좋더라도 짜임새가 좋지 않다면 허접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쓰는 글이 거의 다 그런 편이라... ㅠㅠ 이 책의 짜임새가 탐났습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 조사하던 석굴암을 20년동안 연구할 수 있다니 그 정신도 본받을 만 했습니다. 석굴암 수리와 재조성을 위한 논의에 대해 연구를 통해 설득력있는 주장을 펼쳐내고 있습니다.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복원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어느 방향으로 복원할지를 깊이 있게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학계쪽의 이야기였다면 집중이 어려웠겠지만 적절히 우리 평범한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속설과 역사와 학계의 이야기들이 공존하며 다른 나라의 유적지나 복원을 위한 연구들의 오류등 다양한 방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오랫동안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며 자잘한 논리적인 오류가 머리속에 떠올라 오히려 저자의 주장에 반박하거나 제가 빠뜨리고 읽은 점이 있다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문화재를 복원에 있어 굳이 민족사관을 들먹이며 일제때 이뤄진 일본의 복원 방향에 대해 분석하고 거부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을 갖고 읽게 됩니다. 저자의 이야기 흐름에 자연히 따라가다 보니 복원을 위한 학계의 주장들에 대한 반박을 위해 탄탄히 이야기를 쌓아간다는 느낌이 확연히 들었습니다. 저자의 주장은 한계단 한계단을 쌓아 흔들리고 높은 자신의 탑을 세우는 것 보다 마치 첨성대를 쌓듯 기초 기반을 탄탄히 쌓아 첨예한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한 탄탄한 탑을 세우듯 연구를 진행하듯 내용이 전개됩니다. 
  일제에 의해 석굴암이 시멘트로 재생되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에 나라를 뺏기고 먹고 사느라 우리가 챙길 수 없었던 무너진 문화재를 그들의 선진기술로 나름 잘 고쳐놓았다고 막연히 생각해 왔는데 저자는 철저히 안개에 갇혔던 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처럼 일본의 시각에 이끌려 잘못된 연구를 내놓는 분들이 많았던가 봅니다. 원형논쟁을 '일본해'를 마주 보며 태양빛을 받는다는 일본식의 견해에 맞추지 않고 원래 있던 모습으로 복원하자는 일본식이 아니라 공정한 복원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석굴암을 둘러싼 원형 논쟁이 치열한 만큼 석굴암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사랑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굳이 이제까지 쭉 이어져온 일본식의 복원 방향을 틀 필요가 있을까 안일하게 생각했었는데 조금씩 저자의 주장에 설득되기 시작합니다. 완벽한 원형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추론과 반박의 향연, 머리가 어지러워 저자의 믿음직한 흐름에 쉽게 따르게 됩니다. 맞고 그르고를 떠나 진지한 석굴암 원형 논쟁을 위한 연구는 존중되어야 하고 그만큼 잘 쓰여진데다 인문학적으로 입체적인 분석과 연구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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