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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 - 지친 영혼을 위한 여유로운 삶
피에르 쌍소 지음, 강주헌 옮김 / 공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피에르 쌍소 -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
빠르게만 살아오다가 한번씩 아프거나 여러 상황으로 인해 삶에 브레이크가 잡힐 때가 있습니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변 상황에 의해 브레이크를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요. 삶을 주관하는 누군가가 너는 좀 쉬어야겠구나 일러주는 듯한 느낌이였습니다. 그때마다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더 좋겠다 싶은 길로 가기도 하고 반성하며 더 분발하기도 했는데요. 나이가 들 수록 이런 브레이크가 잦게 찾아온다는 걸 깨닫고 천천히 느리게 되돌아 보면서 살면 이런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을 거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느린 삶을 동경하게 되었고 <월든>을 보고 바로 이거라는 생각이 확 들더군요. 하지만 현대에서 실천하기엔 너무 급진적인지라 감명은 깊게 받되 실현하기가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느린 삶을 사는 분들의 글을 찾아 읽게 되었고 이 책도 그러다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작고 가볍고 글자도 중간에 몰려 있고 줄간이 넉넉해 읽기 좋았습니다.
초반에는 <월든>과 비교하며 읽게 되다가 점점 이 책만의 색깔을 파악하게 되어 개성이 갖춰지기 시작했습니다. <월든>은 저자가 자연에 들어가 살면서 느낀 점들로 가득합니다. 직접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며 자신만의 자연속의 삶을 누리며 만든 위대한 느림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체험을 거의 2년동안 직접 해내고 책을 펴낸 저자가 대단하게 보였습니다. <월든>은 느림이라기 보다 자연에서의 삶을 나도 저리 살 수 있을까 호기심에 읽게 되었는데 기대이상으로 매 페이지마다 놀라운 깨달음을 주는 책이였는데요. 이 책은 그보다는 더 대중적인 책으로 느껴질 정도로 쉬웠습니다. <월든>은 그 저작의 위대함을 차치자고 오역과 어려운 번역이 많은 책으로도 유명하죠. 저도 읽다 읽다 너무 힘들고 답답해 원문을 읽기도 했지만 이런 불편함 때문인지 아직 다 읽지를 못했습니다. ㅠㅠ 여튼 이 책의 저자는 느림을 느끼기 위해 자연으로 들어가지 않고 일상 생활에서 느림을 찾고 그 일상에서의 느낌과 깨달음을 나누고 있습니다. 과장과 허세가 없는 일상의 느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여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쁜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이 책을 읽으면 저절로 고개가 갸웃거리게 됩니다. 내가 부지런히 성실히 바쁘게 살아온 일상을 부정당하는 느낌입니다.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과연 바쁜 게 잘못인가, 느리면 무엇을 느끼고 얻을 수 있는지 자세히 읽게 됩니다. 헤세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읽으며 성공한 작가의 여유로움을 보며 나도 저리 살고 싶다며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자연에서 보내는 소박하지만 여유로운 시간은 성공한 사람만 누릴 수 있다는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한 탓일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는 부럽기 보다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물론 저자가 그리는 시간적인 여유와 자연스러운 감정들이 부러웠지만 저자의 추상적인 말투와 광범위한 예를 들어 하는 두루뭉실 돌아가는 이야기 패턴에 쉬이 집중력을 잃었고 ^^; 그러면서 저자의 삶에서 얻은 핵심과 제 삶을 자연히 비교해보게 되었습니다. 친구와 시시덕거리며 와인을 즐긴지 어언 몇 년. 저자는 금적적으로 여유롭진 않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며 드는 풍성한 감성과 자연을 즐기며 공상을 즐깁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망상, 공상, 멍때리며 쉬는 시간을 죄악시하며 죄의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인간 자체로 존엄하고 자신만의 흐름을 가질 수 있는 위대한 존재임을 우리는 잊어가고 있습니다. 공동체가 정한 규범, 도덕,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생산자, 공급자로서의 임무 등등에 충실하려 우리는 최선을 다합니다. 나의 흐름이 아니라 누군가의 흐름에 나를 맞추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나만의 흐름에만 집중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제까지 오랫동안 남의 흐름에만 맞춰졌던 우리 삶을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난독증이 있어 프랑스어, 독일어 번역책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 두 나라의 문법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이 책도 참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목적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될까요. 계속 이런 식으로 살아서 내가 원하던 행복을 얻을 수 있을런지 의심이 들기 시작하는 요즘, 이리저리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