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인 더블린 - 헤어나올 수 없는 사랑의 도시, 더블린. Fantasy Series 2
곽민지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곽민지 - 원스 인 더블린






  놀고 쉬기 위해 일한다는 저자의 신조가 제것과 같아 여행에 임하는 감성도 비슷하지 않을까 호기심에 읽게 되었습니다. ^^ 문득 다가오는 여름이 여행의 향기를 물씬 풍기며 다가오는 이때, 휴가 계획을 세우기에 딱 알맞은 책으로 보였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평소 잘 모르던 해외로 훌쩍 떠나는 로망은 직장인들의 꿈이 아닐까요. 그런 환상을 가진 제게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거 같았습니다. 책은 작고 가벼웠고 표지는 낯선 호텔방에서 막 일어난 듯한 침대를 보여주며 여행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본문이 작은 편이지만 글들이 짧아 읽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순간, 나도 여행책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찼습니다. 그 때 그 여행을 가면서 왜 작은 일기장도 가져가지 않았을까, 왜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못했을까 후회가 밀려듭니다. 그 거리에서의 작은 만남들, 일상에선 겪어보지 못했던 낯선 사람과의 공감으로 가슴 벅찼던 순간들, 나를 치유하는 순간 순간들은 흘러가 버린 채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다는 게 제 자신에게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3개월 여행기를 읽으며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지, 그래 그땐 그랬었어 라며 추억에 휩싸이게 해 준 고마운 책입니다. 
  우선 글씨가 너무 작아 초반부터 긴장했지만 줄줄 읽히는 위트있는 문장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나와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일했던 사람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구나 하는 공감의 기운이 책과 나 사이의 공백을 메워 주었습니다. 시간순으로 여행을 가기 전 한국에서의 상황, 여행 준비, 아일랜드에 도착하고 집을 찾고 더블린에서의 생활들을 시간순으로 기록한 짧은 글들이 총 25개의 이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마치 여행을 영화, 다큐멘터리로 다시 보는 듯한 생생함을 가득 담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놀러다니는 게 아니라 한 곳에 오래 머물며 생활하며 저자는 자신의 일상, 감정의 부분 부분을 고스란히 공유하고 있습니다. 마치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강하고 명랑하던 친구가 책을 통해 자신의 연약한 부분을 고백하는 것마냥 충격이면서도 공감이 형성되는 묘한 느낌을 받았고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꿈꾸던 해외여행, 그것도 그러고 싶지만 선뜻 저지르지 못하는 많은 직장인들의 염원을 대신해 직장을 그만두고 훌쩍 3개월이나 계획하고 떠났다니 판타지 그 자체였습니다. ^^ 더블린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마치 실제 내가 여행지에서 느꼈던 그 느낌을 생생하게 되돌려주기라도 하듯이 저자는 자신의 경험 하나 하나를 무시하지 않고 감성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블린에서 자신의 생활을 이야기하는 중간 중간에는 그 곳을 여행하거나 단기 거주할 여행자들에게 도움이 될 팁들을 많이 수록해 두었습니다. 좋은 카페, 교통 수단, 우리 나라와 다른 사람들과 생활 전반의 것들을 부분 부분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제게 제일 신기했던 건 카우치서핑을 하는 친구들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오픈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정말 존재한다니 마냥 신기했습니다. 카우치서핑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유롭게 그들과 어울리고 친구가 되고 어울려 다니며 서로의 삶을 나눈다는 건 단기 해외 여행만을 계획했던 제게는 조금 충격이였어요. 며칠 잠만 잘 곳을 얻으면 된다고 단순히 생각했었는데 그들은 실제 카우치서핑을 위해 방을 비워 두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삶을 같이 나누기까지 하는 사람들이였습니다. 정말 더불어 산다는 말이 무엇인지 생활을 통해 알려주는 사람들이 멋있었습니다. 
  아일랜드가 확실히 영국과 조금 떨어진 섬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역시 영국도 아일랜드도 제게는 낯설었습니다. 더블린과 맨체스터는 또 배로 오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더군요. 맨체스터에 가 여권에 축구 선수들의 사인을 담아온 사연은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제 가슴도 벌렁이게 했습니다. 더블린에 처음 도착해 짐을 찾으러 간 사람은 저자 혼자였고 아일랜드에서 맨체스터로 가는 배에서도 동양인은 저자 혼자, 살 집을 구하러 다니거나 종종 탔던 택시 그리고 낯선 맨체스터에서 친절한 버스 기사, 그리고 낙서가 금지된 여권에 쓰인 선수들 사인을 보고 같이 열광하는 차가움의 대명사인 출입국관리 직원들, 그리고 영어를 공부하거나 직장을 얻어서라도 더블린에 살려고 들어온 많은 외국인들. 이 모든 이국적이면서 낯선 경험들이 일상에 찌들린 제게 여행을 부추기게 했습니다. ^^






  저는 여행이란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탈에 있다고 그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여행은 정말 제대로 된 여행입니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또다른 내 모습은 일종의 치유이며 공부입니다. 제가 꿈꿔왔던 여행도 바로 이런 여행이란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정작 실상에선 행할 수 없겠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여행, 올 여름도 낯선 곳으로 휴가를 떠나겠지만 저자의 여행처럼 몇 개월이고 머물며 나를 되돌아보는 여행을 꿈꾸게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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