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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연애 시작
지은주.프랑크 브링크 지음 / 나비장책 / 2013년 3월
평점 :
지은주, 프랑크 브링크 - 결혼하고 연애 시작
한때 결혼은 꼭 해야되고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습니다. 남들이 정하고 인정하는 적정 결혼 연령을 넘겨 결혼을 못하고 있는 지금은 결혼은 선택을 넘어 어떤 사람은 안하는 것이 인류에 좋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결혼이 태생적으로 맞지 않을 수도 있는 등 사람마다 다르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결혼을 숙명적이 아닌 운명적으로 하게 된 부부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게다가 국적이 달라 더 어려웠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제가 정리하고 있는 결혼에 대한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책은 북유럽풍 벽을 남녀가 각각 따로 지나치는 사진으로 되어져 시원하고 외로운 느낌이 나며 우연적인 만남이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갖게 하는 사진으로 되어져 있습니다. 글씨는 아주 작은 편이지만 줄간이 넉넉하고 사진이 많았습니다. 글씨가 너무 작고 가는 편이라 제게는 읽기에 좀 불편했습니다.
여행 에세이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글자가 작아 정말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글이 짧고 그림이 많으면서 글을 정말 가볍게 잘 쓰셔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솔직 담백한 말투에 끈적임 없는 깔끔한 어감이 세련되게 느껴지는 글입니다. 불꽃같은 사랑이라기 보다 존중하고 인정하고 지지하는 아름다운 커플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입가에 머뭅니다.
형식은 1인칭 시선에서 쓰인 에세이 형식으로 초반에는 아내가 어떻게 사랑이 시작되었고 결혼해 네덜란드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습니다. 바통을 이어 남편이 아내와 어떻게 사랑을 이어나가고 고마워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아름답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마지막으로 남편과 사랑을 키워간 네덜란드를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이들이 만나고 결혼하고 생활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어릴 때부터 줄곧 부부란 어떤 모습이 이상적일까 상상해왔던 모습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조건으로 사람을 보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위하는 행동과 말들이 아름다웠습니다. 바쁜 생활리듬에, 이것 저것에 찌들어 마음의 여유가 없는 우리네 삶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였습니다. ^^; 적어도 제 주위에선 이런 부부가 흔치 않아요. 물론 너무 가까이 있어서 제 나름의 투사를 통해 보고 착각하고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말이죠. 서로를 진정 위하며 대화하며 자신의 한 순간 한 순간을 나누려는 모습은 낯설지만 감동적이였습니다. 그네들의 모습 또한 일상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는 발버둥일 수 있지만 외국이며 외국인과의 삶이 왠지 멀게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생기는 막연히 낭만적인 상상에 빠지게 하는 것일 수도 있구요. ^^
부부의 글솜씨가 탁월합니다. 여행 에세이를 읽는 제 나름의 목적은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하는 여행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는 아니지만 한 순간도 내 일상에서 느꼈던 피곤함, 매너리즘, 매일 같은 사람과 물건에 느끼고 있던 짜증스러움 등을 느끼지 않도록 환상적인 글로 저를 가득 채워주었습니다.
진솔한 생활 이야기라기 보다 각색된 이야기에 가까워 읽고 나서는 조금 허탈해 지기도 합니다. 너무 좋은 이야기만 들었을 때 느끼는 피곤함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의 로맨스 소설을 보는 듯 몽롱하게 기분 좋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결혼의 필수 조건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를 위하고 사랑할 수 있을 것인지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부부의 모습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