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나는 신뢰의 즐거움 -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신뢰로의 여행
알폰소 링기스 지음, 김창규 옮김 / 오늘의책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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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소 링기스 - 길 위에서 만나는 신뢰의 즐거움

 

 

 

 

 

 

  여행을 즐기는 편입니다. 요 몇년은 혼자 가는 여행을 즐겼고 내 마음대로 일정을 정하고 남 눈치를 보지 않아 마음이 편했지만 실상은 외롭고 혼자 자고 먹는데 어색하기 마련이였는데요. 그러면서도 남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그것 하나만으로 해방감을 느꼈던 거 같습니다. 이 책은 제목에 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외롭고 작은 뒷모습이 좁고 외진 골목을 헤메는 작은 그림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진정한 자아를 찾되 '신뢰'로 향하는 여행이라는 테마 자체에 자극을 받았습니다. 아직 나 자신 혹은 타인을 신뢰하는 데 자신이 없는 저로선 여행에서 남을 믿을 수 있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호기심과 함께 흥분이 몰려왔습니다. 책은 가로 길이가 짧고 세로 길이가 길어 좀 낯설게 느껴지는 디자인입니다. 글자는 크고 줄간도 넉넉해 읽기에 좋았습니다.

 

 

 

 

 

 

 

  많은 걸 보고 많은 걸 생각한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있는 책입니다. 역사학자가 문화재 관련 여행가들은 자잘한 역사 기록과 문헌에 의존해 자잘한 호흡을 보여주어 저처럼 산만한 사람에게는 정신없게 느껴지는 편입니다. 저자는 철학과 교수로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느낀 것을 책으로 내놓으셨습니다. 책을 읽으며 얼마 전 대구 범어도서관에서 있었던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의 강연이 떠올랐고 비교하게 되더군요. 이 책은 세계 각지를 다니며 그 곳의 환경, 역사, 물건, 장소, 인물 등등을 통해 그곳을 이해하고 인문학적이고 인류학적인 다방면의 이해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최재목 교수님의 <동양철학자 유럽을 거닐다> 라는 책과 강연에서는 자신이 무엇을 느꼈고 어떤 문학 작품이나 그림 등이 떠올라 어떻게 성장을 하게 되었는지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달랐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글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인류애와 인문학 정신으로 형성된 넉넉한 여유로움은 비슷했던 거 같습니다.

  일상을 사는 현지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고 하찮게 여기는 우리 주변의 물건, 일상, 환경을 여행자의 시각, 사색을 통해 그 근본을 생각하고 깊은 의미를 되새겨 세상에 하찮은 게 없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추상적이고 자세한 여행기록이 없는 여행 관련 글들을 아주 싫어하는 편입니다. ^^; 이 책에는 일정도 없고 자세한 루트도 없고 왜 거길 같는지 이유도 없습니다. 한 지역에 한개의 글로 이뤄져있고 대체로 글들은 짧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그 짧은 글을 읽으면 그 지역에 푹 빠진 저자의 감성을 통해 독자도 마치 그 지역에 푹 빠져 그곳의 어떤 것에 매료되어 사색하는 저자를 따라하게 됩니다. 물론 번역이 조금 어색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번역의 오류에 민감한 저는 중간 중간에 껄끄러움을 느꼈지만 그보다 저자의 기운이 강했습니다. 강한 집중력으로 그곳의 사람, 역사 등을 통해 왜 이 사람들은 이렇게 생활하며 이곳의 환경이 이런지 사색하고 유추하며 그곳과 사랑에 빠져있는 저자의 감성에 푹 빠지게 됩니다. 







  사랑, 관심을 통한 이해하려는 노력이 신뢰를 만드는 건 아닐까, 글을 읽는 내내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그 순간 생기는 무한한 이해력, 인류애, 자비심 등이 저자의 글에 진하게 묻어나고 있습니다. 순간 순간 변하고 발전하는 사람을 향한 사랑은 불안정하지만 여행을 통해 접하는 것들에 생기는 사랑은 순간적인 매혹이며 강력한 추억을 남깁니다. 지나친 여행지들에서 느낀 지나간 사랑과의 추억들을 모으고 모아 신뢰로 착각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됩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신뢰를 향한 노력이니깐요. 그러고 보면 사랑을 두려워하며 믿음을 주고 받는데 어려움이 있는 저는 그런 노력도 안해 왔던 거 같습니다. 책을 읽으며 내 안에 침잠할 수 있었고 여행을 통해 그 침잠에서 벗어나 내 눈을 멀리 객관적으로 올려 놓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뛰어 넘어 내 밖으로 시선을 옮길 수 있는 멋진 멘토를 만난 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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