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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수업 - 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법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김소향 옮김 / 인빅투스 / 2014년 5월
평점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 상실 수업
세월호 참사로 나라 전체가 우울에 잠긴지 어언 두달. 그 사이에 개인적으로 가족의 불행도 겹쳐 너무 우울한 나날이였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우울한 감정을 처리하는 데 얼마나 미숙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거의 매일 많은 시간을 우울함과 함께 하는 편이라 우울함을 잘 처리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거대한 우울함이 닥치니 미숙한 자신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냄에 미숙이니 성숙이니 이런 게 소용이 있을까요. 하지만 자신의 모자람을 깨달은 지금이 이 책을 읽을 인연이란 막연한 생각에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살짝 작지만 도톰해 묵직하게 느껴지고 본문은 좀 작은 편이라 꽉 차 있다는 느낌에 술술 읽히기 보단 좀 뻑뻑한 편이였습니다.
책 제목 그대로 상실이란 익숙치 않은 상황,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빽빽히 차 있는 본문이 딱 제 스타일이였지만 적당히 큰 글씨에 널널한 줄간만을 보다가 이리 꽉 차있는 본문을 보니 중간 중간에 익숙치 않은 느낌만 들면 스멀스멀 올라오는 난독증상이 올라오려 해 긴장하며 읽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많은 선택과 감정으로 하루 하루를 엮어나갑니다. 그러면서 감정들을 익숙히 조절하게 되며 우리는 점점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 갑니다. 그 중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 상실은 우리가 터득한 다양한 감정들 중에 끼지 못할 만큼 흔치 않게 겪는 감정들 중 하나이지요. 우리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행복이라면 성숙한 자아를 형성하는 것도 그 행복으로 가는 길 중 하나입니다. 그럴려면 미숙한 감정을 하나하나 얼마나 더 잘 조절하며 알아나가느냐도 그 가닥 중 하나가 되겠습니다.
작년에 고혜경 박사의 꿈 강연을 들으며 서양 사람들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정 표현과 처리에 미숙하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가 인문학에 약한 또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추측해 보았는데요. 이런 저런 감정 가닥들을 섬세하게 만져보고 정리하는 것은 나이가 들 수록 참 중요한 것이였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상실을 통해 생기는 감정의 가닥가닥을 분석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될런지 안내하고 있습니다.
경험에서 오는 감정이 이리 다양했나, 익숙치 않은 너무도 추상적인 느낌들이 글로 쏟아져 간간이 난독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자는 실제 상황을 설명해 어떤 상황에서 그런 감정이 나오는지 독자들이 실감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런지 상상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다양한 간접 경험은 실제 너무도 강렬해 몇 번이고 욱 올라오는 이유모를 설움과 안타까움에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ㅠㅠ
중풍으로 오랜 시간 침상에서 보낸 엘리자베스 로스와 그의 제자 데이비드 케슬러의 공동 저작으로 상실을 어떻게 현명하게 대비할 것인지 떠나는 사람과 떠나보내는 사람들 모두에게 충고하고 있습니다.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돌본 다양한 경험으로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죽음마저 주위와 자신이 현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신의 소신대로 이별을 준비한 내용은 너무 감동적이였습니다. 실제 자신의 죽음을 이리 준비할 수 있을까 상상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산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빨리 다독여 일하게 해 돈을 만들어낼 것인가 궁리하는 차가운 책이 아니였습니다. 상실에서 오는 감정을 정리하는 데에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며 사람마다 그 증상도 다르니 속단하지 말고 천천히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인정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년간 호스피스 운동을 통해 상실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만들었던 엘리자베스, 그를 통해 제자인 데이비스 케슬러는 상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우리는 말로 표현해내기 힘든 감정을 무시하거나 속으로 삭히고 자신 혼자 어떻게든 처리하도록 은근히 강요받고 있거나 자신을 스스로 압박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든 살게 되는 강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섬세한 감성을 가진 인간들이기도 합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 섬세함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극단적인 감정들도 받아들여야 됨을 역설합니다. 실제 슬픔을 통해 생기는 다양한 감정은 건강한 것이며 그 과정 모두를 삶의 일부로 인정하도록 연습시키는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