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 가방은 괴물이야 ㅣ 같이 보는 그림책 3
앙드레 부샤르 글.그림, 임은경 옮김 / 같이보는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앙드레 부샤르 - 엄마 가방은 괴물이야
독특한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 두툼하고 깊은 가방은 여성들의 로망이 아닐까요. 가죽으로 된 두툼한 가방의 아래쪽엔 괴기스런 다리가 입구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달려 있어 눈에 확 들어오는 표지입니다. 책은 독특하게도 세로 길이가 보통 책의 1.5배로 아주 길어서 휴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드보드 표지에 책은 얇았으며 동화 그림책으로 그림이 크고 본문이 짧아 읽기에 좋았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솔직히 엄마의 가방이 아이에게 어떻게 보일까는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거 같습니다. 엄마가 어떻게 보일까는 가끔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엄마의 물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다른 거 같아요. 아이가 나이가 들 수록 주변에 감정 이입을 넓고 깊게 하게 됩니다. 익숙해 진 물건이나 낯선 것들에 감정을 입히고 이해하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커가면서 거치는 과정입니다. 아이들에게 주변 물건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새로운 각도로 이해시켜 주는 시도가 돋보입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아이들이 이런 것도 생각하며 상상할 수 있겠구나 깨닫게 해주어 어른들을 놀래키는 글이기도 합니다. ^^
주인공인 아이가 화자입니다. 아이는 엄마의 가방이 크고 뭐든지 먹어버리는 괴물이라 생각하며 무서워합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내용이, 우리를 편하게 해주는 주위의 물건들이 아이에게는 불편하고 괴기스럽고 살아있는 생물체로 보여질 수 있겠다는 걸 새삼 생각하게 해줍니다. 어른들에게는 은유법이, 아이들에게는 직접적인 묘사가 유행합니다. 아이에게 읽어주며 그림을 보여주면 '아, 그래, 엄마 가방은 무섭게 내가 필요한 것들을 먹어버릴 수도 있어' 라는 생각으로 무섭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으론 저희 조카는 세상 모든 일이 재미있고 신기하지만 독특한 생각들이나 그림들에 더 재미있어 하고 확실한 리액션을 보여주었던 거 같습니다. ^^ 하지만 이 책이 겁이 많은 우리 조카에게 무서운 상상을 일으키는 첫 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워져 책을 보여줄지 선택은 우리 올캐에게 넘겨야될 거 같아요.
이 책은 상식적인 수준의 교육적인 책이기 보다 보편적인 생각을 넘어 뛰어난 상상력을 갖춘 아이가 생각하는 스타일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아이, 부모 모두에게 새삼 깨우쳐주는 책인 거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고집, 생각이 만들어지면 아이들에게도 우리 어른들이 겪는 것보다는 덜하겠지만 매너리즘이 있지 않을까요. 재미없는 일상에서 다른 아이의 독특한 생각을 괴기스런 그림으로 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그리고 아이가 생각하는 엄마, 아빠에 대한 이미지 그대로가 그림으로 옮겨져 있어 아이에게 부모님을 어떻게 그릴 것인지 물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눈에는 엄마는 일하는 워킹 우먼에 깍쟁이처럼 그려진 게 어른의 눈에는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새로운 작고 귀여운 가방을 얻어내는 것도 너무 재미있었구요. ^^
독특한 그림 동화책입니다. 일상의 어린이들은 부모를 편하게 해줄만한 교육적인 그림책들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자기계발서를 계속 읽는 것과 매한가지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괴기스럽고 독특한 상상력이 넘치는 그림책은 자연스레 터지는 웃음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쳐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우리 어른들도 일상에 길들여진 자신을 깨면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잔인한 투우를 보거나 무서운 게임, 영화 등을 보는 것과 같이, 어린이에게도 자연스러운 동물적인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