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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파도 눈부신 태양 - 우울증? 이건 삶이 주는 새로운 기회야!
타냐 잘코프스키 지음, 이지혜 옮김 / 여운(주) / 2014년 4월
평점 :
타냐 잘코프스키 - 검은 파도 눈부신 태양
요즘 많은 책들이 우울증에 대해 언급하거나 연구하고 있습니다. 과거 우울증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그런 심각한 책들이 과연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 의심하게 됩니다. 긍정적이 되라지만 그런 책들은 실제 긍정적인 에너지보다 내 안에 문제가 있구나 확인만 시키고 침잠시키게 하는 거 같았는데요. 우울증이 마치 감기처럼 흔하며 극복할 수 있다는 듯 소개하는 광고 문구를 보고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책은 보통 책보다 작은 시집 정도의 크기로 두께는 적당하고 종이가 두꺼운 편이라 작음에도 살짝 묵직한 편입니다. 글자는 그리 크지 않아 오히려 작은 책에 집중하게 해주어 좋았습니다.
작고 귀여운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한 사람의 우울증이 솔직담백하고 무겁지 않게, 일상적인 이야기인 마냥 일기처럼 그리고 단백한 독백처럼 기록되어진 고귀한 책입니다. 저자의 이력이 독특합니다. 멋진 블론드 미녀라는 것과 가지각색의 직업을 거친 멋진 독일 여성입니다. 자신이 특별히 작아지는 우울했던 시간들을 잘 기록하고 있습니다. 누가 이런 일을 하려 할까요. 저자가 좌절했던 다양한 우울증 관련 책들은 우울증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글로 겉핥기도 되지 않았고 사실 확인만 될 뿐이였다고 합니다. 그런 책들이 태반으로 자신의 경험을 저자처럼 진솔하게 자세히 그리고 길게 쓴 글은 처음 본 거 같습니다. 조금씩 고백하듯 쓰여진 책들은 다 자신의 특별한 방법이나 자신의 독특함을 피력하고 있지만 이 책은 달랐습니다.
저자의 우울증 증상을 보며 저도 유사한 시기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 그게 우울증이였구나. 정확히 수치로 따지자면 길고 긴 암흑의 시간이였지만 제 기억속에선 짧고 굵었던 그 시기. 아무것도 하기 싫고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고 사람들을 기피할 수 밖에 없었던 무기력함과 의지 박약. 몸도 나약해져 어디에도 마음을 둘 수 없었고 사소한 일에도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꼈던 감정에 사로잡혀 미쳤던 상태였던 거 같아요. 저자의 경우는 너무도 극심해 자살 충동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책에 의존해 봤지만 빈약한 책들에 도움을 얻지 못하고 인터넷 카페 등의 글을 보게 되었는데 자신과 비슷한 사례들이 넘쳐나는 걸 보고 힘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와 의료보험 체계가 달라 직접 자신의 병력으로 신청서를 내어 심사를 통과하면 무료로 증상에 따라 입원을 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자신의 치료 과정을 모두 공유하고 있습니다.
마냥 숨기기만 했던 내면의 깊은 비밀인 우울증, 이를 외부에 밝혀 커밍아웃 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증상을 스스로 치료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칩니다. 병원에 입원해 매일 매일 치료에 집중하고 퇴원후에도 문제가 생기면 혼자선 안된다는 걸 알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용기와 치료에 바른 자세를 갖추었습니다.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사회 전반적으로 미친 듯한 요즘 외부에 오픈된 자세와 문제 해결을 위해 소통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우울증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는 썩은 문제들이 꽁꽁 싸인 채 감추어져 있습니다. 우리 개개인의 내면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조금씩이라도 썩은 내를 풀어 암덩어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좁게는 우리 개인, 넓게는 사회적인 문제에도 대입될 수 있는 긍정적인 자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마냥 감출 일만이 아니라는 것, 내 문제를 공개하고 남들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 그리고 우울증은 내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이기도 합니다. 극복하고 참 나 자신을 더 깊이 알아간다면 더 나은 내가 되질 않을까요. 외부에 알려진 내 문제로 나를 멀리하는 친구와 가족이 있다면 이 또한 받아들이는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겠습니다. 문제 해결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던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