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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마루야마 겐지 -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도시 생활에 찌들린 사람으로 농촌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작년에 읽은 <마흔의 판타지>는 그런 제 환상을 깨닫게 해주었고 유기농 농법과 농촌 커뮤니티에 대한 의구심도 자극했습니다. 그래도 똑같은 생활에 지친 제게는 시골로 가면 공기도 좋고 농사지을 땅만 있으면 크게 돈 들어갈데가 없어 먹고 사는데는 문제 없으리라는 환상이 남아 있었습니다. 제목이 부정적이라 망설였지만 환상을 깨기 위해선 쓴약이 필요할 거 같아 읽게되었습니다. 책은 얇고 산뜻합니다. 띠지의 칙칙함이 그런 산뜻함을 반감시키는 듯한 느낌입니다. 본문은 짧고 간략해 읽기 좋았습니다.
제목부터 본문까지 모두 부정적인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하나의 긍정도 없이 제대로 부정만 보여주겠다 작정한 책입니다. ^^; 그래서인지 솔직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였습니다. 마지막 책을 맺으며 소설가 동료의 추천글이 인상적이였습니다. 창을 준비하라는 저자의 말에 폭소를 터트렸다고. 그만큼 저자의 글은 너무도 진지해 오히려 이상해 보일 정도입니다.
부정의 에너지를 원동력으로 글을 쓴다는 건 저자에게도 글을 읽는 독자에게도 그리 유쾌한 일만은 아닐 듯 합니다. 서문부터 스멀스멀 느껴지는 부정의 향기가 코를 간지리지만 왠지 간결하고 명확한 저자의 말투에 질척거리지 않은 깔끔하고 상쾌한 맺을이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지게 합니다. 그 기대감대로 독자들이 가졌을 시골에 대한 환상을 하나하나씩 한 챕터마다 하나씩 타파하고 있습니다. 명쾌하지만 찝찝함은 남습니다. 워낙 글이 짧고 단순합니다. 내가 가려고 하는 시골은 다른 환경이다며 간략한 저자의 말에 반감을 가질만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는 이렇다 저렇다 토론이 아닙니다. 제대로 시골 생활을 해보지 않은 도시인들, 막연한 귀농 성공담에 도취되어 나도 해볼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차갑고 냉정한 현실을 이야기해 주려 합니다. 당신이 계획하고 있는 건 꿈일 뿐이라고, 실제 들어오면 어찌 될런지 미리 상상할 수 있게 간략한 설명으로 독자의 마음에 생각의 여지를 남겨 줍니다.
초등학교까지 시골에서 자란지라 저자의 글에 '나도 알아요, 그렇지만...' 이란 말이 계속 튀어 나왔습니다. 너무 어둡게 그려지는 시골의 노년화와 빈 토지와 힘겨운 노동과 적막함 속에 이웃의 노골적인 적대감이 마음을 어둡게 합니다. <마흔의 판타지>에서는 그래도 시골 커뮤니티에서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이 책에서는 극단적인 악평과 대책을 내세워 너는 절대 시골에서 못 살거니깐 그리 알라고 알려주는 듯 합니다. 그만큼 저자가 생각하기에 도시인의 환상이 얼토당토 않으면서 쉽게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나 봅니다. 너무 진지한 저자의 글이 읽기에 쉽지 않았지만 시골 생활에 환상을 가진 분들은 꼭 한번 읽고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고 노년화 된 조용한 시골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잘 해보질 못했습니다. 그만큼 도시가 변하는 만큼 시골도 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골 사회도 노년화되며 돈이 돌지 않아 피폐해지고 삭막해졌으며 외지에서 수상한 사람들이 기어들어와도 막을 방도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진지하게 시골 생활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책입니다. 저처럼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그 환상의 존재감 자체도 깨닫지 못한 분들에게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의 고통을 잊기 위해 쉽게 시골 생활을 꿈꾸며 환상을 키워선 안되겠다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