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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 30년 직장 생활 노하우가 담긴 엄마의 다이어리
유인경 지음 / 위즈덤경향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유인경 -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제 사회생활 첫 멘토는 전여옥씨로 무려 10여년 전의 일입니다. 대학때부터 그분의 책을 즐겨 읽었고 제가 잘 모르는 사회 생활에 대해 조언해 주시는 책들을 내주셔서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주로 조직생활에 순응하지 말고 나의 길을 가라는 조금 진보적인 내용이였고 제 성향과 맞는 거 같아 그의 글에 더 빠졌던 거 샅습니다. 정치 생활을 하시며 어쩔 수 없으셨겠지만 제 뇌리에 갇혀있던 그에 대한 이미지가 깨어졌고 그에 대한 믿음도 깨어졌습니다. 줄곧 의지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멘토가 필요했던 순간, 이 책을 만나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어디에선가 본 듯한 출근길 사진에 단아한 파스텔톤 색의 표지입니다. 본문은 줄간이 넉넉해 읽기 편했고, 반짝거리는 표지가 차갑게 느껴졌지만 책을 읽을 수록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표지에 작게 쓰여진 문구도 제게는 전여옥 씨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조직 생활을 하면 어른이 가자는 데로 밥을 먹으러 가야 된다고만 생각했지만 그의 책에서는 내 생활과 일에 방해가 된다면 조용한 사무실에서 혼자 밥을 먹어보라는 조언을 해주었고 10여년의 직장 생활에서 그의 말이 큰 힘이 될 때가 많았습니다. 표지의 문구는 '혼자 밥을 먹어도 혼자 일하지는 마라.' 라는 것으로, 거의 전투적이며 배타적이였던 전여옥 씨와는 다른 조직 생활 자세를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스물 중반 나이대의 딸을 둔 엄마로서, 3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해온 직업 여성으로서 자신의 딸에게 하듯 사회 생활을 시작하거나 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책입니다. 우리 어머니대에는 저자처럼 고등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하셨고 직장 생활을 안 하셨던 분들이 더 많지요. 저희 어머니도 아주 어렸을 때 잠깐 했던 직업 생활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셨고 집안 일에 자녀 양육까지 정신이 없으셨지요. 회사를 다니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께 의지하고 싶었지만 어른들 입장에서의 말을 해주시며 제 입장보다는 오히려 꾸지람을 듣곤 했습니다. 같이 직장생활을 해보지 않으면 모를 작지만 큰 공감대, 그것이 어머니와 저 사이에 없었기 때문이였습니다. 그래서 의외로 동료, 아는 언니, 친구 들에게 조언을 듣곤 했을 뿐 정말 오랜 직장 생활로 '그거도 저거도 해봤는데 이렇게 하는 게 제일 좋아.' 라며 선험자로서 확고한 말을 듣는 건 거의 불가능했죠.
오랜 직장 생활, 그것은 조직에서 견뎠고 살아났았고 인정을 받았으면서도 매일 매일 새로운 투쟁에 부딪혀 견디고 있다는 것. 저자는 그런 반복된 생활에서 건진 경험과 지혜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딸과 대화하듯 친근하게 얘기해 주고 있습니다. 오랜 경험에 바탕했으며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딸에게 조언하듯 선의로 책을 썼음을 프롤로그에서부터 명확히 밝히며 독자들의 두터운 믿음을 받습니다.
10여년 여러 회사를 다니며 남의 돈을 받기 위해 매일 고민하고 갈등했던 순간들이 책을 읽으며 하나하나 떠올랐습니다. ㅠㅠ 남들 기준에선 어떨지 모르지만 의외로 직장 생활을 하며 나름 무의식적으로 철학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음을 책을 읽는 내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잘 해왔구나, 이건 내가 잘못했지만 자기 합리화를 했구나, 이게 더 나은 방법이였겠다며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사실 되돌아보면 직장 생활에 대해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친구들과는 공감대를 나누며 마음을 편하게 할 수는 있지만 자체 문제 해결은 불가능했습니다. 동료나 상사와는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혼자 이겨낼 수 밖에 없었고 실수가 많았고 상처가 많았던 만큼 성숙해졌다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을 더 현명하게 겪어낼 수 있는 도움들이 가득합니다. 읽는 매 페이지마다 공감가는 글귀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내가 푹 빠져 있는 걱정들을 미리 한 분의 경험은 그대로 따라하기 보다 내 상황에서 이런 현명한 분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많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멘토를 만나게 된 순간, 푸근한 마음으로 다음주를 시작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