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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나무의 노래 - 아름다운 울림을 위한 마음 조율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도나타 벤더스 사진 / 니케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마틴 슐레스케 - 가문비나무의 노래
미야자키 하야오의 <귀를 기울이면>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바이올린을 만드는 장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 어린 남자 주인공이 바이올린 장인을 꿈꾸며 이탈리아의 공방에 만드는 작업을 배우러 가는 열정을 보고 그리고 그 주인공의 할아버지가 오래된 빈티지 가구들을 고치는 것을 보고 장인의 정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요. 무언가에 정성을 쏟는 이런 장인들의 마음은 한가지 일에 몰두하며 생기는 집중력과 튼튼한 내공이 남다르게 느껴져 이 책도 읽게 되었습니다. ^^ 책은 두껍지 않지만 모두 컬러지로 되어 있어 휴대성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글자는 크고 줄간이 넓어 읽기 좋았습니다.
제게 독일과 프랑스는 철학, 인문학적인 나라로 여겨집니다. 정규 교육에 인문학 교육을 다른 나라에 비해 강력하게 하는 듯. 그 나라의 소설, 그리고 인문 작품들이 유명한 것도 그런 이유가 있는 거 같구요. 옛날부터 이 나라들의 인문력 높은 유명 작품들이 번역되었지만 번역가들의 인문력과 번역 능력이 모자라 잘못 알려져 있는 작품들이 많고 저도 그래서 어릴 때부터 이네 나라들의 작품들을 정말 싫어해 왔고 잘못된 번역을 읽거나 어려운 글을 읽을 때면 난독증처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험을 많이 해 트라우마가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렵지 않게 읽혀 너무 좋았습니다.
한장의 흑백사진, 가문비 나무나 작업과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그와 관련된 매일의 생각들을 짧게 정리한 글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집니다. 한번에 읽고 만족할 책이 아니라 매일 한 페이지, 하나의 주제를 읽으며 생각할 수 있는 명상, 사색을 위한 책 같습니다.
현대인들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성취감을 느낄 기회가 거의 박탈되었다고 합니다. 분업화되어 직접 만들 때보다 사는 게 오히려 경제적이며 직업이 점점 더 전문 분업화 되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만 하게 됩니다. 바이올린 제작도 오래 전부터 분업화 된 작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은 작업실은 혼자 모든 공정을 작업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저자가 그런 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작업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바이올린 만들 나무를 고르러 산에 올라 좋은 나무를 고르는 법에서 부터 만드는 작업까지. 한가지 공정에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그 모든 과정을 푸근히 알고 있는 장인의 기품이 글에서도 느껴집니다.
글에서 생전 맡아본 적도 없는 가문비나무의 향이 나는 듯 합니다. 맑고 깊은 음을 내는 바이올린을 위해 정성을 있는대로 쏟아야 하는 작업이 왠지 남달라 보이기도 합니다. 예술을 위한 툴을 만든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흔하게 공장에서 찍어져 나온 바이올린만 보았지만 <귀를 기울이면>에서 본 작업은 왠지 멋진 작업 같더라구요. 그런 작업을 평생 해 온 분의 영혼으로 쓰여진 책이라 그런지 깊이감과 함께 가슴과 머리를 함께 울리는 공명을 가진 글입니다.
하루 한개의 글로 영혼을 위로할 수 있습니다. 매일 지쳐 편히 쉬어야 된다는 핑계로 나를 방치하지는 않는지 경계하게 합니다. 그리고 내 마음과 머리가 너무 부화뇌동하진 않았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잔잔하게 가슴과 머리를 울리는 글들이 위로와 자극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