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부의 이력서
최희숙 지음, 김홍중 엮음 / 소명출판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최희숙 - 창부의 이력서

 

 

 

 

 

  처음에는 1960년대 출판되지 못한 비운의 책이라는 말에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내용 자체가 지금도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허용받기 힘든 주제를 띄고 있어 관심이 가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 자체가 강력해 논란의 여지가 많을 거 같아 더 흥미로운 책입니다. 60년대 책이라 문체나 표현에 적응하기 힘들진 않을까 긴장한 채, 그래도 나름 패미니스트로 여성성이 많이 비하되었다며 비슷한 생각을 해왔었기 때문에 저자쪽으로 기울어진 채 책을 읽게 됩니다. 제목과 잘 어울리는 빨란 꽃처럼 보이는 이미지로 채워진 표지입니다. 꽤 두껍고 무거워 휴대성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걱정했던 것만큼 문체가 읽기에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구수한 이효석님의 <메밀꽃 필 무렵>이 생뚱맞게 떠오르는 예스런 대화체가 읽기에 재미있었습니다. 구성은 현대의 다양한 소설들과 비교해도 지지 않을 만큼 호기심을 자극하고 내용이 궁금하게 독자들을 적당히 끈적이지 않게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글솜씨 뿐 아니라 저자의 사상이 현대에 비추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앞서 있었다는 느낌입니다. 시점이 현재에서 과거로 돌연 바뀌고 글을 인용하며 슬쩍 다른 사람의 1인칭으로 바뀌며 호기심을 유발해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습니다.

  창부처럼 산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과 6.25때 겪은 비극적인 경험으로 균형잡힌 영혼을 갖지 못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주인공 친구의 입장에서 그리고 주인공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인칭 시점을 고수하지만 그 시점의 주인공들이 바뀌어 소설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도, 주관적으로 빨려 들어 자신의 입장처럼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이야기 흐름의 완급이 능숙한 연애의 달인들이 벌이는 줄다리기마냥 세련되고 우아합니다. 과도하게 상념에 빠진 주인공의 독백에 질리지 않게 하는 빠르고 세련된 흐름을 보여줍니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면 한 쪽으로 치우친 생각에 시달리게 됩니다. 주인공의 야릇하게도 날카로운 생각들은 아슬아슬하게 조상대대로 내려온 남녀유별의 전통 언저리를 맴돌며 틀을 깨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읽으면 속 시원하기도 한 반면, 그 전통이라는 굴레에 고개숙인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질까 무작정 비난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소설을 통해 주인공의 삶과 느낌에 빠져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소설의 이야기 전개와 시점 변화, 주인공의 삶에 대한 고뇌 등이 헤세의 <데미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고뇌에 깊이 빠져 있는 저자의 얽힌 머릿속을 걷는 듯한 느낌, 데미안의 친구가 되어 데미안을 지켜보고 걱정하고 숭배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무의식은 충격에 깨지 않도록 꿈에서 은유법을 써서 자아의 성장과 발전을 유도한다고 합니다. 이 책도 너무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여성의 입장을 빌려 결혼과 간통을 통해 우리 사회를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느껴집니다. 물론 과거엔 너무 과격한 은유법이었으리란 생각이 들지만 궂이 대학에서 퇴학시키고 책을 못내게 할 정도일까, 그만큼 문학을 이해하는 수준이 낮았거나 그만큼 모럴의 벽이 높아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창부라 하면 여성을 피해자로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창부(娼婦)의 부는 여자도 남자 夫도 될 수 있습니다. 현실과 이상이 균형을 이루지 못해 생기는 혼란, 그 혼란에서도 현실적인 이득을 취하는 창부들, 그리고 이상에 치우쳐 현실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주인공. 결론에는 피해자, 가해자도 없고 현실과 이상의 균형이 어떻게든 이뤄진다는 내용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극에 치우친 주인공은 현실을 포기하면서 균형을 맞춧는 비극적인 결론이 씁쓸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은 균형을 추구하고 이뤄진다는 명제를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이 책도 치우친 사회의 잣대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제서라도 출판된 걸 보면 정말 세상은 균형을 이루게 마련인가 봅니다. 주인공의 치열한 고뇌처럼 치우치진 않았는지 새삼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균형을 맞춰야겠다는 걱정은 안 하는 게 좋겠단 생각도 듭니다. 언젠간 꼭! 균형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게 세상사고 사람이니깐요. ^^ 자신의 성향이 사회의 잣대와 맞지 않는다면 억지로 그 잣대를 따라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행복과 불행을 미리 알 순 없지만 언젠간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균형이 이뤄지길 치열하게 바라며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는 것도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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