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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What? - 삶의 의미를 건저 올리는 궁극의 질문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평점 :
마크 쿨란스키 - 무엇 WHAT?
연말, 연초에 읽으면 좋은 책은 어떤 책일까요? 때에 맞춰 읽는 것보다 내 자신에 맞추어 읽어왔기에 새로운 한 해의 시작에 어울릴만한 책을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표지부터 철학적인 느낌이 팍 드는 책에 절로 손이 갑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물음표들이 가득한 책,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하는 요즘 읽기에 좋은 책이란 느낌이 듭니다. 얼마전 읽기 시작한 강신주의 <감정수업>과 비슷한 느낌의 책일 것도 같아 기대가 되는 책. 하드커버 책으로 작고 가벼워 휴대성이 좋았습니다. 하드커버 책이면서도 중간에 있는 책갈피줄이 없어 뭔가 허전했습니다.
쉽다가 애매하고 복잡한 말이 나와 헷갈리게 하는 책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니 끝의 한 문장을 빼곤 모두 물음으로 쓰여진 책이라 독특합니다. 처음엔 너무 독특한 전개와 갑자기 너무 복잡한 문장들이 나와 집중을 방해하는 것이 너무 힘들게 느껴집니다. 질문체로 쓰여진 책이다 보니 문장 자체가 복잡해져 저자의 진의를 알아내기 위해선 한번씩 더 읽어야 되겠더군요. 게다가 질문 하나에 인생이나 여러 인문학에 대비해 넓은 시각을 만들어주리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한없이 넓게 생각할 수 있는 물음을 어느 특정한 인물, 예를 들자면 예수 혹은 공자 같은 사람이나 작품을 들어 질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깊이 있는 질문을 위해선 질문의 분야를 좁혀야 되는 한계가 느껴집니다만... 장단점이 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독특했던 점 중 책의 모든 문장이 질문식이라는 점입니다. 처음엔 너무 신기해서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도 호기심에 계속 읽게 되고, 점점 뭔가 답변이 없다는 데 익숙해지지 않아 스스로 답을 찾아 생각이 많아지며 빠져들게 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항상 책에서 뭔가 답변을 받아내려 했던 제 자신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 이 책엔 질문만 있고 답이 없을까 처음엔 짜증도 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역사의 위대한 스승들은 답을 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질문을 주었던 분들임을 알게 됩니다. 이 책 또한 답보다는 질문을 통해 독자들의 생각을 뽑아내려는 노력이 보였습니다. 저자의 노력으로 독자의 생각이 폭이 점점 넓어진 데 반해 책은 뒤로 갈 수록 질문의 폭이 좁아져 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곧 이것 또한 저자도 우리 독자처럼 질문을 통해 뭔가 답을 얻었기에 질문의 폭이 좁아든 건 아닐까, 자신이 얻은 답변들에 대한 질문은 책에 싣지 않은 오류를 범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처음 일본의 '하이쿠'라는 짧은 시를 접했을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렇게도 독자에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면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지요. 그리고 자세히 읽을 수록 의미가 깊어지는 것도 놀라웠고 그 짧은 시를 읽고 의미를 찾아내는 저 자신도 놀라웠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 안에 숨겨진 많은 이야기들을 무시한 채 남의 책, 남의 이야기에서 뭔가를 배우려 안달입니다. 이 책을 읽을 수록 내 안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이 점점 끌려나와 저자가 미쳐 내놓지 못한 질문들까지 내놓으며 생각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해 놀라웠습니다. 이 또한 저자의 의도였을지 모를 일입니다. ^^
훌륭한 책이란 어떤것일까 다시 생각하게 해주면서,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왜 등의 이유를 잊은 채 살아왔던 삶도 되돌아보게 합니다. 내 안에서 대답을 찾지 않고 다른 사람이 찾은 답을 내 답처럼 삼고 싶어 여기저기 헤맨 건 아닐까, 너무 내 안의 말에 귀기울이는 방법을 잊고 게을러진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