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지 드로잉 노트 : 여행 그리기 ㅣ 이지 드로잉 노트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김충원 - 이지 드로잉 노트-여행 그리기
이번 여름엔 지인분의 권유로 그림 그리고 걷기를 테마로 여름 휴가를 기획해 다녀왔습니다. 부랴부랴 여행전에 여행그림책 하나를 읽고 감성만 익혀가 마음껏 그리며 여행의 감성을 깊이 각인하고 왔는데요. 그림도 여행도 제대로 못할까 애초의 걱정이 무색하게 잘 못 그리는 그림이 적당히 포기되었고 ^^; 여행은 즐기다 왔답니다. 그림에 대한 열망이 있음에도 시간이 부족하고 정신적 여유가 나지 않아 그림을 익힐 여유가 없었는데요. 올해 드로잉 관련 좋은 책을 많이 내놓은 진선아트북에서 여행 그리기라는 테마가 나와 읽게 되었습니다. <자연 스케치 노트>에 이어 진선아트북의 책으론 두번째 책. ^^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에 문안한 색과 아기자기한 그림만으로 이뤄진 표지는 제목의 글씨체마냥 친숙하고 귀엽습니다. 본문도 손글씨마냥 글씨체가 동글동글해 딱딱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저자는 제가 했던 여행을 한마디로 정리해 줍니다. 여행 스케치라는 말로 스케치를 하기 위한 스케치 여행이 아니라 여행을 간 김에 하는 스케치라는 여행 스케치. 여행이라는 낯선 곳으로 떠나는 걸 반복하면서 언젠가부터 여행을 뭘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는 여행이 내게 잘 맞고 최선일까 고민도 하게 되더군요. 제게 맞는 여행은 천천히 많이 걷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 주변을 돌아다니면서도 여행이란 걸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어요. 알고 보면 여행이란 건 내게 익숙했던 것에서 멀어지는 것인데 의외로 주변이 제가 알고 있던 곳이 아닌 경우가 많더군요. 그냥 흘려보며 단정지은 공간들을 천천히 살펴보면 낯선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작업이 또 스케치인 거 같습니다.
연필로 사각거리며 가끔 지우개로 지우며 슥슥 재빨리 그리는 스케치는 오랫동안 제 로망이였는데요. ^^; 몇 년 전 너무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하자 싶어 수채화를 본격적으로 배우며 스케치를 배웠습니다. 짧은 3개월의 수업과 휴가 전에 읽은 <그림 여행을 권함>이라는 책이 제게 미미하지만 인생의 첫 스케치 철학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스케치 하는 버릇은 쉽게 길러지지 않았습니다. ^^; 평생의 숙제가 되지 않을까요. <그림 여행을 권함>이 여행하면서 자유롭게 스케치할 수 있는 감성을 알려줬다면 이 책은 기술적이면서도 스케치로 성공한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쉬이 약해질 수 있는 스케치에 대한 열망을 강하게 머리속에 각인시켜 주어 스케치를 해야되는 동기화를 더 강하게 해줍니다.
전체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는 테크닉에 대해 익숙해 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렇게 도와주는 책들은 많지만 감성적으로 독자를 휘어잡는 책은 많지 않지요. 한눈에 보기에도 기술적인 책인가보다 싶어 첫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차분히 읽기 시작하자 점점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저자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가르치는 교수님으로 다양한 책을 내셨는데 책을 통해 스케치를 가르쳐 주신 좋은 교수님을 만났었던 걸 알 수 있습니다. 저자 자신이 초보자일 때의 추억을 되새기며 독자들의 위치로 자신을 내려놓으며 독자는 그에 감정이입되며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말투만 친근하고 내용은 고고하며 독자들을 내려보는 책과의 차이점입니다.
기본에 충실한 스케치에 중점을 두면서도 점진적으로 역량을 쌓을 수 있게 조금씩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줄 긋기, 면 그리기로 시작해 외곽선을 먼저 그리고 세부로 들어가며 구도를 찾도록 합니다. 해칭, 페더링, 톤으로 선과 면을 표현하는 기술을 가르쳐 줌과 동시에 꾸준한 연습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스케치라는 인생의 다른 일면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기술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단계를 이기고 이겨내어 올라가면,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고뇌를 이겨내며 그림이 사실 인생의 한 부분처럼 이겨내고 또 이겨내며 살아가는 것이란 걸 알려줍니다.
여행과 스케치, 몇년전만 해도 전혀 매칭되지 않던 것입니다. 올해만 해도 저는 여행, 스케치 관련 책을 총 3권 읽었습니다. <그림 여행을 권함>, <지금 시작하는 여행 스케치> 그리고 이 책입니다. 기본부터 스케치 스킬을 알려주면서 점점 스케치를 하는 삶과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좋은 책입니다. 다른 두 권의 책은 사실 두껍고 여행 이야기도 많고 감성적이고 스킬은 많지 않아 중구난방 혼합되어 정리가 참 힘든 에세이형 글이라면 이 책은 실용서에 가까우면서도 감성도 일궈주는 책입니다. 다음 해 여름 여행은 이 책과 같이 가도 될 정도로 가볍고 괜찮은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