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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스타일 손뜨개 소품 - 내가 꿈꿔 온 달콤한 손뜨개 세상이 펼쳐진다! ㅣ 북유럽 스타일 시리즈
주부와생활사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주부와 생활사 편집부 - 북유럽 스타일 손뜨개 소품-1
겨울이면 따뜻한 곳에서 꼼지락 꼼지락 손으로 만드는 작업을 매년 반복하고 있어요. 어떤 해에는 가죽 파우치만 주구 장창 만들기도 하고 어떨 땐 뜨개질만 하는 등 실과 바늘로 하는 작업을 좋아하는데요. 저희 세대는 수공업을 추억하는 세대로 어릴 때는 어머니가 겨울에 떠주는 털옷을 싫어하면서도 억지로 입었었다면, 다 커서는 뭐에 이끌렸는지 제가 옷을 만들고 싶어하며 꼼지락 거려 보지만 어머니 솜씨 발끝만큼도 못 따라가고 있지요. 게다가 천도 없이 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창작 작업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주 신기하고 오묘하지요. 책은 가로 세로 길이가 거의 같아 정사각 모양에 얇습니다. 가벼운 편으로 앞쪽 다 만들어진 작품과 모델컷은 컬러지로, 뒤쪽에 만드는 방법과 바느질 방법 안내는 컬러지가 아니였습니다. 앞쪽에서 작품을 둘러보고 해보고 싶은 걸 골라 하나씩 만들어 보기에 좋은 북디자인입니다.
만들어져 나온 상품에 길들여져 있는 나날들, 뭐든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한번씩 영감이 돋거나 다른 분들이 만든 것들을 보고는 만들어봐야겠다 시도할 때면 줄곧 세상을 한쪽으로만 편향되게 보고 살아왔다는 걸 깨닫고 세계가 뒤집히는 듯한 감명을 받곤 합니다. 제일 큰 충격은 은공예로 불로 순은을 녹여 바(bar)를 만들어 열을 가해 구부려 링을 만들어 붙이고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다듬고 하는 과정 자체가 충격이였습니다. 마치 연금술을 배운 듯한 마법사 마냥 한참 심취해 있었지요. ^^ 그 다음이 재봉질, 그 다음으로 제가 빠져든 작업이 손뜨개질입니다. 실을 이리저리 꼬고 엮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처음엔 손뜨개질에 대한 로망이 있어 시도했지만 점점 더 신기해지고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창조적인 생각을 샘솟게 해주는 작업입니다.
실에서 천으로가 아니라 바로 옷으로 만드는 과정,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조적인 작업은 어머니가 만들어 주실 때는 몰랐는데 엄청 복잡하고 귀찮고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이런 실용서들은 앞쪽에 착용샷을 모두 모아 어떤 걸 만들면 제일 만족스러울지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형식을 채택합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블론드 백인이 모델이라는 점이 북유럽 스타일임을 은근히 더 강조해 주고 있습니다. ^^ 모델의 착용샷이나 디테일샷과 함께 디자인 한 사람, 실 종류, 만드는 방법이 수록된 페이지를 알려 줍니다. 실용서 답게 자잘한 스토리가 없는 게 한계이지만 분위기 있는 멘트들이 감성을 돋워 줍니다. 그리고 뒤쪽에는 첫코, 첫단 만드는 방법과 재료를 간략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직 배색뜨기를 한번도 해보질 못했는데 이 책에서 무늬를 넣는 배색뜨기를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해보지 못한 것들을 상세히 배울 수 있었는데요. 벙어리 장갑을 만들 때에는 3개의 대바늘로 둥글게 뜨는 것과 좌, 우 달리 뜨는 법, 엄지 손가락 코 줍는 방법 등 배우기 힘든 것들을 익힐 수 있습니다. 실제 뜨는 모습을 크기가 작은 사진으로 보여주어 참고할 수 있었구요. 기본적인 방법은 제일 뒤편에 다시 이미지로 깔끔히 정리해 주고 있어 참조하기 좋았습니다. 단 초보자에겐 설명도 좀 어렵게 느껴졌고 이미지도 함축적인 듯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는 점. 초보이기에 어쩔 수 없는가 싶기도 하고 이미지가 조금만 더 컸으면, 한국책이였으면 이해가 더 쉬웠을까 괜히 생각이 많아 집니다.
저는 주부와 생활사 편집부가 만들었다길래 한국책인 줄 알았는데 일본의 출판사 입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뜨개질이 발달되어 북유럽쪽 국가들과도 민간으로 교류가 다양하게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평소 접하기 힘든 무늬를 넣을 수 있는 배색뜨기를 쉽게 알게 되어 너무 좋았습니다. 역시 북유럽이라는 주제를 내놓았지만 딱히 북유럽만의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거의 대부분의 북유럽 주제의 책들이 그렇듯 독특한 색깔과 무늬의 조화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