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마틴 에이미스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마틴 에이미스 -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성장 소설을 유독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독특한 표지로 위트감을 보여주며 눈에 확 튀는 책입니다. 보통의 성장 소설은 순수하게 살던 아이가 세상과 만나며 나를 찾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 책은 독특합니다. 막 나가는 삼천과 바른생활 조카의 생활기라는 독특한 소재가 서로 부딪히며 이너센트 풀의 모습과 함께 악인의 모습을 보여줄 삼촌의 모습이 기대되면서 조카가 어떻게 바르게 커갈지 궁금해지게 하는데요. 표지가 펑키하면서 삼촌의 다양한 면을 한번에 보여주고 있는데다 그와 어울리지 않게 화려하고 화사한 표지색이 재미있게 잘 어울려 읽는 내내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꽤 두껍지만 가벼운 편이여서 휴대성이 좋았습니다. 글자는 큰 편이고 줄간이 넉넉하고 페이지의 아래위 여백이 넉넉해 집중하기 좋은 북디자인이였습니다.

생뚱맞아서 재미있게 느껴지는 제목 또한 삼촌과 관련된 것이더군요. ^^ 미국 빈민가에서나 일어날 법한 강력 범죄와 비도덕적인 일들이 영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습니다. 제 상식이 얼마나 미천한지 깨닫고 또 한번의 충격을 받습니다. ^^; 대대로 물려져 온 흑인들의 가난 그리고 범죄에 노출된 환경과 스스럼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이 간단한 소설책 나부랭이가 아님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블랙코미디 느낌을 짖게 느낄 수 있습니다. 유럽스타일 일까요, 북유럽쪽 소설에서 느꼈던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멍청한 삼촌은 알고 보니 너무 똑똑해서 멍청해 보이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는 식으로, 한 번 씩 꼬아 주어 그 이면의 뜻을 생각하도록 독자들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쉽게 읽히는 책입니다. 처음부터 손자와 할머니가 동침하는 설정이 노출되어 얼떨떨해 지지만 곧바로 든 생각은 '설마, 진짜일려고, 주인공의 상상이거나 거짓으로 장난하는 거겠지' 라는 평가였지만 놀랍게도 사실이더군요. 반감이 솟구쳤지만 읽기를 그만둘 수 없었던 건, 흐지부지 삼촌과의 일상과 색다른 가족 사정을 풀어놓아 독자들의 흥미를 더욱 솟구치게 만드는 필력이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데스'의 1인칭 시점에서 작가의 객관적인 시점까지 다양하고 빠른 전개가 재미를 돋아주는 장치입니다. 게다가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속으로 일어나 심심할 참이 없는데다 언제 불이 붙을지 모르는 삼촌의 다이너마이트 같은 성미가 긴장감을 유지시켜 줍니다. 이런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깊이감까지 갖추었습니다. 일견 멍청한 범죄형으로 보이는 삼촌과 주인공의 대화는 긴장감을 유지시켜 줌과 동시에 가볍지만 의외로 진중한 내면작업을 거쳐 툭툭 튀어 나오는 깊이 있는 말들에 머리가 띵해지며 나는 어떤가 생각하게 해주는 힘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가볍게 느껴지는 사람도 내면작업을 해 자기 철학이 있었구나에서 부터 라이오넬 삼촌 주위의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왜 이런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을까 인간상을 생각하게 되면서 주위 사람들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을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어둠의 라이오넬과 밝음의 데스. 데스는 과거의 가족들을 극복하고 어둠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을 살며 새 가족을 만듭니다. 그가 새로운 길을 갈 수 있었던 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정진했다는 사실이 우리를 희망에 북받치게 합니다. 어둠에서 점점 희망으로 나아가는 전개가 솔직히 마음에 안 들었지만... ^^; 우리의 현실이 실제 어둠에 휩싸여 있기에 소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전개가 아니였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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