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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느냐면, 제주도에 - 일주일의 절반, 느린 엄마 허수경의 황홀한 이중생활
허수경 지음 / 중앙M&B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허수경 - 왜 사느냐면, 제주도에
좋은 목소리는 그 사람의 인격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자주 듣지 못하지만 허수경씨의 목소리는 제가 좋아하는 목소리 중 하나로 차분하고 진중하고 여성스러우면서 품위가 있어 그녀의 인생과 품성에 항상 관심을 갖고 있다가 읽게 된 책입니다. 게다가 제주도에 살며 겪은 노하우로 가득할 거 같아 기대되더군요. 책은 가로 길이가 약간 길고 두껍한데다 컬러지로 되어 있어 묵직했습니다. 표지는 언덕 너머 바다가 보일 것만 같은 배경에 허수경씨와 딸이 독자들에게 유쾌한 미소를 짓고 있어 눈이 즐겁고 호감을 주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어떻게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시작해 제주도의 역사와 자녀 교육에 필요한 노하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넘쳐납니다. 두 번의 아픔후에 자주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그녀인지라 일상이 참 궁금했는데요. 친정 부모와 같이 살다 딸과 함께 독립한 이야기, 일주일에 반은 일하러 서울에 가고 텃밭에서 일군 생식을 하는 등의 소소한 일상이 허수경이라는 유명인의 꺼풀을 벗겨주는 듯 합니다. 8년동안 제주에 살며 제주에서의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차분하게 제주가 육지와 많이 다르며 왜 그런지 역사적인 부분에서부터 깊이 있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제주도로의 이주를 가볍게 그리고 꽤 오랫동안 고민해 왔습니다. 그래서 여럿 책을 보았지만 이 책만큼 진중한 책이 없었던 듯 합니다. 육지와는 너무도 다른 사고 방식과 답답한 현실들이 갑갑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책들은 많지만 역사적으로 왜 이럴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힘들었는데요. 대도시 외곽의 시골에 귀촌하는 것도 아주 힘든 일인데 생각이 꽤 다른 제주로의 귀촌은 얼마나 힘들까요. 상상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많은 경우들을,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참고될 만한 일들을 가감없이 들려줍니다. 특히 주위에 살고 있는 부모들의 부러운 사례와 친한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어 사회적이면서 정치적인 저자의 귀여운 면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책의 처음과 끝을 딸아이 별이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계속 같이 있지 못하는 워킹맘의 절절한 안타까움과 사랑이 잘 느껴졌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삶을 통째로 독자에게 내보이며 제주의 삶과 함께 엄마로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더 친숙하게 느껴지고 아는 언니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녀의 친숙한 목소리와 책에서 느껴지는 어감이 다르지 않아 더더욱 좋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지만 인생의 굴곡을 겪으며 솔직히 우리의 기억에서 아련한 추억으로 기억되는 허수경씨. 그녀의 팬이 아니여도 읽기가 편했고 친숙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제주도의 먹거리와 둘러볼만 한 곳에서부터 정착에 필요한 정보까지 넓고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어 다양한 분들이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