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밥이다 - 매일 힘이 되는 진짜 공부
김경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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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집 - 인문학은 밥이다

인문 분야를 즐겨 읽지만 아직은 어렵게 느껴지는 인문학, 그래서 저는 인문학 해설책들을 즐겨 읽고 있습니다. 아직 인문학 원문을 읽기가 버거운 초보로, 미리 누군가가 잘 씹어 소화시켜 둔 해설서는 인문학의 정수를 쉽게 전해주고 있어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언젠가는 원문을 읽을 수 있으리라 자신을 안위하지만 글쎄요... 해설서만 주구장창 읽다간 원문이 너무 어렵고 장황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던 때에 만난 책입니다. 책 2-3권을 합친 듯한 두께와 튼튼한 제본이 먹음직스럽게 느껴지는 책입니다. ^^ 인문해설서에만 매달린 채 원문을 읽지 못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제 마음을 토닥여줄 수 있는 책같아 읽게 됩니다.

다양한 분야,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었다 보아도 손색이 없겠습니다. 전체적 평균적으로 본다면 깊이가 얕고 넓어 어느 분야에서는 한계를, 어느 분야에서는 날카롭고 독특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오랫동안 써온 작품으로 알려졌으며, 총 4부로 나뉘어 인문학이 우리 삶에 얼마나 폭넓고 깊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게 해주고 인문학을 제대로 된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1부는 철학, 종교, 심리학을 다룹니다. 각 테마에서도 주제를 달리해 접근하며 여느 책에서 보지 못한 폭넓은 연구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래할 때 소리반, 공기반일 때 시원한 목소리가 나오 듯 쉬우면서 합리적인 관념어가 시원하게 이해되어 좋았습니다. 어떤 이념이 그냥 그렇게 여겨져 왔다며 관념어로 뭉텅거리는 것이 아니라 왜 그리 인식되어 왔는지, 어떤 이론이 주목받아 온 이유를 역사적 사유를 통해 연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너무 장황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듯한 흐림이 자주 보여 그 또한 정성스럽게 느껴져 좋았습니다. 제가 요즘 집중하고 있는 아니마, 아니무스, 그리고 무의식과 그림자에 대한 융의 연구가 잘 요약되어 있어 너무 반가웠습니다.

2부는 역사, 과학을 다룹니다. 인문학은 다른 분야와 함께 콜라보레이션 되면서 더 큰 발전을 거듭합니다. 저자도 인간인지라 덜 연구하신 분야는 관념어가 어렵고 추상적이여서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실례를 들어 친숙하게 느껴질 인물이나 사건을 들어 편히 이해되도록 배려합니다. 3부는 문학, 미술, 음악 분야로 평소 관심은 있지만 깊이 알지 못했던 작가, 음악가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4부는 정치, 경제, 환경, 젠더를 다루고 있습니다.

요즘은 연예가 뉴스에나 반짝거리며 주목하지요. 지적인 면에서 귀차니즘이 팽배한 요즘, 이 책처럼 길고 장황하게 느껴질 정도로 정성스런 글이 옳은 방법으로 평가받을까 걱정이 됩니다. 저처럼 깊게 들어간 관념어에 익숙하지 않고 어려움을 느끼시는 분들께는 쉽고 오히려 빨리 이해되어 좋습니다. 관념어가 반복되어 머리에 쌓이고 쌓이면 읽으며 이해하려니 생각하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그러면서 머릿속은 엉킨 실들이 뭉쳐있듯 답답하게 느껴지곤 했는데요. 이 책에서는 그런 느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대로 이해되어 저자와 곧바로 대화로 공부하는 듯 쉽게 머리에 들어오고 정리됩니다.

하지만 한계점도 읽을 수록 느껴졌는데요.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한 책을 썼으면 어떻게 바뀌었을까 계속 상상하게 되더군요. ^^; 물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다양한 분야를 집약하여 들려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분야마다 저자의 이해 정도가 차이가 나면서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 도움을 받고 싶은 급한 마음이 풀리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관심있는 심리학 분야에서 진화, 인지심리학에 대한 부분이 특히 어렵게 느껴졌는데요. 물론 어디에서도 이 분야의 쉬운 글을 아직 보진 못했고 그만큼 축약된 내용이라 어렵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겠다 싶습니다.

저도 이런 책을 쓰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어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매일 엄청나게 책을 읽고 공부를 해도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면 얼마나 허탈하고 아쉬운가요. 책이라도 남기면 내가 다 이루지 못한 공부는 후세가 이뤄줄 것만 같은 막연한 희망도 갖게 됩니다.평생의 공부를 집약하 듯 정성스럽게 쓰인 책입니다. 분야마다 학계의 논쟁을 자세히 다루지 않은 채 전체 흐름만 전하고 어디에서 근거한 것인지 밝히지 않은 채 저자만의 생각에 치중하는 부분들이 보여 어쩌면 객관성을 잃지 않을까 걱정되는 면도 있었지만 각 챕터의 마지막에 읽어볼 만한 책들을 권하며 저자가 참고한 도서이지 않을까 유추하게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인문학의 힘이 얼마나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전반적인 이해가 가능했습니다. 우리가 왜 인문학을 계속 공부해야 되는지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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