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품격 - 북경대 인문 수업에서 배우는 인생 수양법 Art of Lving_인생의 기술 2
장샤오헝.한쿤 지음, 김락준 옮김 / 글담출판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장샤오헝, 한쿤 - 인생의 품격

얼마전에 읽은 <정글만리>는 중국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중국학도인 제게도 깊은 내용이 많아 놀라웠습니다. 미국기자와 북경대 학생들의 토론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언젠가 저도 들은 내용이기도 하지만 만약 우리 나라에서의 대담이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아찔하게도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 북경대학의 인문학 강연을 모아놓은 책이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그게 아니더군요. ^^; 북경대 출신들이 어떤 품격을 보여주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역사적인 인물들이 많았습니다. 놀라운 점은 북경대 역사가 100년 조금 넘었다는 사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도 6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책은 가로 길이가 보통 책들에 비해 약간 길고 두껍고 무거워 휴대성은 좋지 못했습니다.

북경대의 인문 수업이 아니라 출신 인사들의 언행을 해설한 책입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우리의 현실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넘기지 못할 거라 지레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것들이 많아 쉬이 포기하고 비겁해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사적인 사람들이 더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 품격을 유지하며 살았는지 그들의 삶과 글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인생관을 가진다면 일부러 가면을 만들어내지 않더라도 행동 하나하나에 품격이 묻어나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대학이라는 통로를 통해야 제대로 어른 대접을 받으며 사회에 나올 수 있었고 출신 대학이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곤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처음 기획 의도부터 세속적이고 배타적인 느낌이라 품격있게 보이지 않는게 흠입니다. 북경대라는 잣대가 꼭 필요했을까, 인문학 공부를 한 사람들의 품격이 남달랐음을 볼 수 있지만 읽는 내내 북경대가 나와 중국만의 중화사상이 보이는 거 같아 마음은 불편합니다.

하지만 글에서는 품격이 느껴집니다. 지식인의 가면일까요. ^^; 비록 책을 팔기 위해 북경대를 팔아먹지만 인문력으로 상쇄하고 있습니다. 중국어 번역 고유의 많은 뜻이 함축된 한자어가 자주 나와 어렵게 느껴지곤 하지만 깊이 있는 글에 감탄하며 읽게 됩니다. 어럽게 번역된 책을 읽거나 어려운 인문학을 읽을 때면 집중을 위해 책꽂이로 한줄씩 짚어 가며 읽곤 하는데 이 책도 그렇게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기 싫을 정도의 단점이 있음에도 계속 읽고 싶을 만큼 재미있는 책입니다. 좋았던 점은 챕터들의 제목이 처음부터 눈에 확 들어왔는데요. 나 자신에 대한 예의, 타인에 대한 예의, 삶에 대한 예의, 마음 관리법, 리더의 품격 이렇게 5장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나이가 들 수록 지키고 알아야 할 것이 많아지는 것과 같이 지켜야 할 예의가 늘어나고 나 자신을 조절하는 법을 익히라는 듯 점진적인 발전으로 느껴집니다. 챕터 안의 글들도 주제어를 갖고 관련 위인의 삶과 글이 예시되고 해설되는데, 그 주제어는 비록 명령체라도 그 내용은 비유적이라 부드럽고 평안한 어른의 목소리로 느껴져 좋았습니다. 위대한 품격이 느껴지는 위인의 행동과 글을 전하며 그 사람의 일생도 간략히 알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루쉰이 의사출신으로 도쿄에 가서야 글을 쓰는 작가로 전향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북경대 출신 인물의 위대한 품격을 그의 삶 전반을 간략히 이해하며 어떻게 멋진 품격을 가질 수 있었는지 유추할 수 있게 합니다.

북경대 출신이 이야기의 처음을 장식하거나 주도하지 않더라도 꼭 한마디라도 누구든 언급하여 연관성을 이어갑니다. 꼭 그들이 아니라도 각 글의 테마에 어울리는 실례를 들기로 고대의 학자들과 위인들이 나와 글의 깊이를 더해 줍니다. 어른의 말투이지만 이렇게 설득력을 이끌어내는 장치들이 없었다면 글의 깊이가 얕게 느껴졌을 듯,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면서도 인정받은 위인들을 많이 가진 중국이 부럽기도 합니다.

글의 주제에 따라 처세에 관련된 실제적인 조언들도 있어 오래된 고전들을 실례로 들어 설명해도 아무런 어색함이 없어 좋았습니다. 제가 고루한 고전을 깊이 알지는 못해도 동경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왠지 저자들의 말투에 힘을 싣어 설득력을 높여주는 효과를 주었습니다. 북경대 출신들의 인문력이 그런 고전들의 영향력으로 자랄 수 있었음을 짐작케 합니다. 마음이 복잡하고 갈피를 못 잡을 때 읽으면 고전에서 유추되는 처세술을 배울 수 있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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