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 지구인이 알아야 할 인류 문화 이야기 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이경덕 지음 / 사계절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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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덕 - 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인류학은 대학 교양 수업에서 헬 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라는 책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류학 연구를 위해 고산지대 오지에서 그 지방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깊이 있고 탁상공론이 아닌 활동하는 연구를 보고 깊이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린 그때에는 여성의 몸으로 대단히 과감했던 연구 방식에 감탄하고 존경하는 마음에 인류학을 우러러 봤다면, 지금은 나이가 들어도 풀리지 않고 도통 모르겠는 우리네 문제들을 인류라는 큰 범위에서 이해하고 싶어 관심을 갖게 됩니다. 남녀평등이라는 주제는 어릴 때 부터 제게는 큰 화두였고 여전히 마음속 깊이에서 부터 응어리진 한과 함께 불쑥 불쑥 조직과 체제에 반발하게 하는 욱하는 에너지의 원동력인데요. ^^; 목차에서 '
태 어나는 여성, 만들어지는 남성'을 보고 결심해 읽게 됩니다. 책은 두께도 얇고 가벼워 보고서라는 제목에 어느 정도 어울리며 휴대성도 좋습니다. 외계인과 우랑오탄, 인간이 그려진 표지와 독특한 글씨체가 심각한 인류학이라는 주제를 가볍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소설인가 헷갈릴 정도로 사실감 넘치는 머리말을 읽고 어리둥절해집니다. ^^ 정말 누군가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를 우연히 발견하고 이 책을 쓰게 된 것이 아닐까 상상하게 됩니다. 인류학은 어렵게 느껴집니다. 흔하게 인류가 인류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 정착하려는 외계인들이 자연스럽게 인류안에 녹아들기 위해 인류학자들의 자료를 연구한 형식이 의외로 재미있고 집중력을 높여 주어 신선하게 내용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중간 중간에 들어간 외계인만이 할 수 있는 위트있는 말투는 질리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합니다.

  굵직한 이론과 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식으로 보고서의 내용이 펼쳐집니다. 인류가 자신들의 역사를 연구하는 것, 내가 나를 연구하는 것에는 한계가 느껴집니다. 먼 거리에서 타인의 시선으로 보는 인류는 어떨까요. 우리 코앞에 맞닥뜨린 사소한 다툼을 크게 불질러 큰 일로 만드는 우리의 역사와 현재가 얼마나 웃길까요. 나를 내가 평가할 수 없듯 외계인의 시선으로 보는 인류학은 독자들의 의식을 멀리 우주로 보내 먼 시선, 객관적인 시선으로 인류를 볼 수 있게 합니다. 

  철학과 인류학으로 뭉친 저자의 시선이 마치 외계인처럼 멀리 떨어진 밖에서 보는 듯 차갑고 담백한 시선으로 인류의 역사와 패턴을 쉽게 찾아 보여줍니다. 넓은 인문학적 이해가 돋보이며 넓은 시각으로 역사적인 영향력으로 생긴 인류의 습성과 패턴을 읽고 문화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놀랍습니다. 서양과 동양을 잇고 자유로운 교역이 가능했던 몽골과 유목민을 설명하는 대목이 계속 뇌리에 남았습니다. 평생 정주민이였지만 가끔 여행을 떠나는 나같은 사람은 깊이 파고 드는 사고만 했을 뿐 넓게 퍼지는 사고는 하지 못하는 것의 이유를 찾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행이 필요하다는 것도 절실히 느낍니다만 이건 나만의 오역이 아닐까 잠깐 의심도 듭니다.  

  제가 궁금했던 남녀평등에 대한 이야기도 대략적인 이해를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인류학자의 연구에 기반해 환경이 성 역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이해로 너무 짧아 아쉬웠고 베베꼬인 우리 나라의 성역할에 대한 것에 대한 답변이 되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인류학을 한 책으로 간추린다는 건 쉽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워낙 깊이 파고 드는 학문인지라 넓지만 얇게 정리되어져 있어 입문서로 아주 좋고 초등학생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정리되어져 있어 아주 좋았습니다. 역시 좋은 책은 관념어가 적고 이해하기 쉬우면서 의식을 깨워주는 책이 아닐까요. 이 책을 읽고 외계인이 지구 인류 문화를 연구하 듯 객관적으로 보고 주위를 둘러보면 새삼 달라 보이며 예전엔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고 의식이 좀 깨인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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