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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샤니 보얀주 지음, 김명신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샤니 보얀주 - 영원의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 때 성서를 읽을 때는 유대인과 이스라엘이 성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성서를 이어 쓸 만큼 유능한 인재들을 계속 배출해 낸데다 그
성서와 신화같은 자신들만의 주장으로 땅을 차지하는 뻔뻔함까지 대단하게 느껴졌는데요. 지금은 미국과 함께 암암리에 많은 테러를
저지르는데다 팔레스타인을 핍박하고 복수의 고리를 만들어가는 걸 알고 부터는 이스라엘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데요. 이제까지 한번도
이스라엘 관련 소설을 읽어보지 못했고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지도 않은 채 너무 편향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꽤 묵직하게 느껴지는 책이지만 가로 길이가 커서일까요 그립감이 좋아 휴대성이 괜찮았습니다.
어느 정도 몽롱한 듯한 시선으로 이스라엘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외곽지, 조용하고 평화롭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내면은 썩어 문드러져가고 있습니다. 평화롭지만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이스라엘의 하루는 너무 스산하고
인간미를 잃어 사람을 피폐하게 하는 자연적인 블랙파워를 갖고 있습니다. 몽롱하고 뭉떵거린 듯한 그 내면작업이 너무 잔잔하고
평화로워 외부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살인, 테러, 자살, 죽음으로 받는 독자들의 충격을 완화해 주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마냥
꿈속의 일처럼 추상적이고 상징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감정이입이 안되는 편이라 충격적인 내용들도 술술 읽히는 희안한
독서를 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불행하고 비참한 소설은 견디지 못하는 약한 soul을 갖고 있는데 이 소설은 견딜만 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객관적이고 감정을 담지 않고 담담히 지켜볼 수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 듭니다. 마치 꿈에서 일어나는 일인 냥 이것을 하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을 추억하고 자신의 감정 등 관념속으로
빠져들기도 합니다. <웰컴 투 동막골>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시점은 다르지만 전쟁중이지만 거기에 집중하지 않고 사랑,
형제애, 동지애, 인류애 등 다양한 테마에 시선을 분산하면서 전쟁을 관념적이지만 다시 한번 부드럽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지요.
물론 이 책은 전쟁 소설이 아니지만 산발적인 전투와 분쟁 과정이 보여지므로 전쟁인가 싶기도 합니다.
자살 테러와 목을 따고 폭탄으로 산산조각 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는 잔혹한 현장을 직접적으로 그려낸 것과 함께, 시리아로의 투입
작전이나 다른 사람의 작전 투입 처럼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모습들은 전쟁처럼 혼돈의 도가니로 그려집니다. 이런 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죽음보다 오히려 더 잔혹하게 느껴지면서 인간의 나약함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면서 주인공 3명의 성장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많은 성장 소설은 어떤 우연찮은 계기로 한꺼풀 깨어져 나와 깨달음을 얻어 강해진다면, 이들은 순간 순간 우울과 고난과 고통이
끝나지 않으리란 걸 자각한 채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의 나약함 속에 깃든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옮긴이의 말에서 번역이 어려웠음이 시사되었듯 읽기가 쉽지가 않았고 뜻깊은 시간이였습니다. 깔끔한 결론이 없음에 가슴이 답답하긴
했지만 사람 사는 게 어디 깔끔하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있던가요. 소녀들의 성장과 그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겪는 혼란은
어디에서도 쉽게 얻을 수 없는 이스라엘과 그 지역에서만 겪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 아비규환에서도 사람을 살아남고 살아 있으니
살아가려 애를 씁니다. 과거와 현재, 화자를 넘나들며 털실을 엉클리는 고양이마냥 이야기는 들쑥날쑥이지만 그 털실을 다시 풀어 감을 수 있도록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