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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고전 - 철학 고전을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
로베르트 짐머 지음, 이동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로베르트 짐머 - 철학의 고전
관심은 있었지만 너무 어렵게 느껴 잘 접하지 못했던 심리학, 철학 관련 강연을 듣고 있습니다. ^^ 역시 이런 분야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시는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실한 거 같아요. 책은 아직 제게는 너무 어려게 느껴져 도통만 불러 일으켰는데요.
장장 1년여 강연을 즐겼으니 조금씩 책으로 읽어보고 싶어지더군요. 그 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강연에서
자주 인용되어 궁금했던 작품이라 궁금했었는데요. 기본적으로 관심이 가고 호의를 가지고 기분좋게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인 듯한 그리스 철학자들이 토론하며 걷는 그림으로 표지가 적절히 장식됩니다. 고전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차분한
색과 디자인으로 크게 부각되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 좋았습니다. 보통 크기에 두껍지 않고 무겁지 않아 휴대성이
좋았습니다.
평소 철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어려운 책으로 읽기에는 아직 인문학적 이해가 부족한 제게 딱 맞는 책입니다. 요즘 저같이 인문학에 관심이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인문학 고전들을 해설하는 책들이 유행처럼 나왔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요. 이런 유행에 맞추듯 정말 고전 중의 고전 플라톤,
'군주론'에서 시작한 작품들을 소개해주는 책입니다. 매혹될 수 밖에 없는 스토리라인으로 가볍되 마냥 가볍지 않고, 재미있되 여운이
많이 남아 읽을 수록 뼈와 살이 되는 듯한 실한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많은 분들이 철학 고전을 읽기 위해 저처럼
수차례 시도해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중학생때부터 철학책은 왠지 읽고 있으면 멋있는 사람이 될 거 같고
남들에게 멋있는 사람으로 보일까 싶어 읽어보려 부단히도 노력한 거 같습니다. ^^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일들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죠. 한 두장만 읽으면 머리에 쥐가 나고 몽롱해지며 눈이 감기곤 합니다. 이제는 그때의 내 수준으론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거란 걸 알겠는데 그때는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를 사람들은 왜 좋다고 권해주고 읽을 수 있는걸까 심각하게 고민도 했었지요.
아직도 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해서인지 철학책을 읽어도 잠들지 않고 꾸준히 읽을 수 있으니 이 책과 그 전에 들은 강연들에
감사할 뿐입니다. ^^
총 16권의 고전을 소개하며 저자가 작품마다 진실하게 집중했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구색을 갖추려 한 리스트가 아니라는 게 절절히 느껴집니다. 각 고전의 저자가 그 책을 썼던 배경에서 부터 지금 이 고전이 어떤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등으로 경이로움과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게다가 철학 이론 등 관념어가 많아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속도감까지
있어 짜릿한 스릴감과 내가 마치 그 고전을 쓴 천재들마냥 동급의 천재가 된 듯 머리가 잘 돌아가는 착각마저 듭니다. 용어가 어렵고
문장구조와 번역이 조금 삐끄덕 거리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재미있는 스토리라인에 절로 생기는 지적 호기심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
제일 궁금했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후반에 있었지만 과감히 제일 먼저 읽기
시작했습니다. 강연들을 통해 막연히 개념이 잡혀있던 니체가 점점 더 가깝게 느껴지고 이해되도록 조금씩 얼려져있던 니체에 대한 벽이
녹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보통은 인문학인 철학을 책으로 많이 접하고 높은 벽에 상처입고 괜히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데요. 저도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마음속의 만년설같은 선입견이 녹으며 조금씩 마음이 열리는 것같은 걸
느꼈습니다.
놀라운 것은 무섭게만 느껴졌던 어려운 작품들이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느껴졌다는 것입니다.초반부에
나오는 '고백록'은 종교적인 글로 저와는 전혀 상관없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스토리가 느껴져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책을 쓰면서 우리는 어떤 목표를 정해두고 달려가지만 이 책은 그렇게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생 전반을 아우르는 아우라가
입체적으로 며칠 제 머릿속을 오가며 생각하게 해주더군요.
철학이라고 자신의 이론만 주구장창 나열한 책이 거의
없었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책들이 대부분이였고 위대한 창작품과 철학 고전으로 인정받는 작품들이라 더 우러러 보게
됩니다. 이제까지 막연히 철학 고전들은 어렵고 사람을 힘들게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 이야기가 있어 철학 이론의 예리함을 완화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고통으로 만들어진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도록 배려?한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용어들 자체가 어렵고 가끔 번역의 삐끄덕 거림이 느껴져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인문학 초보는 깊이 있는 집중이
힘듭니다. ㅠㅠ 재미있게 읽다가도 원체 산만한 정신이다 보니 정신이 왔다갔다 혼란스러울 수 있는 걸 방지하기 위해 책갈피로
사용하는 메모지로 한줄 한줄 받치면서 읽어 나갔습니다. 이렇게 읽어야 하는 한계가 있었지만 집중하게만 해준다면야 뭘 못 할까요.
인생의 의미와 정진해 가야되는 이유를 새삼 더 깊이 있게 생각하게 해주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