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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스토리 - 한 권으로 읽는 모든 것의 역사
데이비드 크리스천 & 밥 베인 지음, 조지형 옮김 / 해나무 / 2013년 9월
평점 :
데이비드 크리스천, 밥 베인 - 빅 히스토리
항상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종종 걸음치는 제게는 인문학이 꼭 필요합니다. 눈앞 일에만 집중해 제대로 미래를 계획하지 못하고 항상
현재에서만 급급하는 제게는 미래를 내다보며 현재를 살 수 있도록 의식을 넓힐 필요가 절실했는데요. 작년부터 조금씩 읽기 시작한
인문학에 영향을 받아 다른 사람들과 달리 한 두가지에만 집중해 급급하던 제 성향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해 시야를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제게는 너무 어려운 인문학, 그 중에도 이야기가 있어 감동을 쉽게 받을 수 있어 그만큼 영향받기 쉬운 분야가
역사입니다. 빌 게이츠가 지원하는 빅 히스토리란 프로젝트를 책으로 만들었다기에 망설임없이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가로 길이가 짧고
세로 길이가 길며 두께가 두껍해 그립감이 좋아 들고 읽기에 좋습니다. 그림, 이미지와 적절한 문자 배열로 보기 좋은 책이며
두께감이 있지만 가벼워 휴대성이 좋았습니다.
인문학은 이래야 된다며 생각했던 모범답안 같은 책입니다. 독자의 의식을 깨워주고 넓혀 주고 계속 자극해줄 수 있는 몸에 나쁘지
않은 자극제입니다. 책의 어감은 친절하고 일방적으로 가르치려는 책이 아닌 천천히 독자에게 질문하며 의식이 깨도록 유도하고 역사적인
지식을 간단하게 순서대로 나열해 어떤 패턴으로 우리 역사가 발전했는지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천천히 독자 내면의 의문들을 톡톡
두드려 자극해서 호기심을 증폭시키고 같이 생각하도록 하는 제대로 된 인문학 도서입니다. 게다가 어렵지 않도록 글의 강약과 흐름이
적절해 인문학 초보인 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쉽고 착한 책입니다.
일단 책에 빠지게 되면 한마디를 놓치기
싫어지는 명강의를 듣는 듯 집중하게 됩니다. 어떤 주제에든 초반에는 의문문을 던져 독자들이 천천히 생각하며 의식을 열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점점 속도를 높여 글의 흐름은 빨라 지고 점점 빨려들어가면서 그 지식들을 쏙쏙 뽑아먹고 싶은 욕심을 느낄 정도로
정갈하게 잘 정돈된 크고 중요한 지식들을 풀어 놓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정규 교육 그 12년을 총 망라한 그리고 더
전문적이고 거대해졌지만 잘 정리된 내용들을 읽으며 나는 이 거대한 그리고 더 커지고 있는 우주에서 어디에 서 있으며 얼마나
하찮으면서 중요한 존재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이런 흐름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해서
머리도 마음도 묵직하고 든든한 만족감을 느끼며 총 10장으로 이뤄진 10개의 주제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쉽지 않은
내용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생활하면서 갑자기 이런 진지하고 근원적인 고민들로 들어가려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쉽지가 않습니다.
아무리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고 해도 점점 깊어지는 지식과 넓어지는 의식에 부담스럽기 마련입니다. 그런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가
세련된 디자인과 보기 쉬운 본문 디자인입니다. 한 페이지를 할당해 이제까지 어렵게 느껴졌던 내용들을 큰 글씨로 다시 정리하고,
어렵다 느꼈더니 아주 쉬운 예문과 이와 관련된 사진을 보게 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고 집중이 잘 되는 걸 몇번이고 경험했습니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이 경이로운 느낌. 우습게도 저는 이 책의 첫부분을 읽으며 사기꾼의 입담같다고
느꼈습니다. 실제 증명되지 않은 이론적인 이야기들로 강연한다는 것과 너무 느린 이야기 속도에 신뢰감이 들지 않았는데요.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지식들을 동원해 그런 전문가들의 의식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제까지 각 주제에 대한 연구들을 정리해볼께
라며 너무 티내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정리하면서 여러명의 천재들과 그 보조자들의 연구 흐름을 따르면 의식이 넓어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드는 성취감은 어렵지만 그 천재들의 지식을 빨아들여 더 나은 성취를 이루고 싶은 욕심도 몽글거리게
합니다.
저는 지적 호기심이 많은
편입니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내 것이 되질 않아 더 더욱 책에 빠져들고마는 악순환에 갖힌 듯 했는데요. 이 책을 읽고 보니
이제까지 많이도 읽은 책들을 무조건 따라갔지만 그 순간에 내 의식으로 생각하지 않고 저자들의 천재성에 감탄하고 졸졸 따라다닌 것에
불과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잘랐네 하는 책보다 이 책처럼 내 무의식을 일깨워주고 점점 의식을 넓혀주는 인문학책을 찾아
읽어야겠습니다.
지적 호기심이 강한 분들과 저처럼 의식세계를 넓혀줄 인문학 책을 찾는 분들에게 적극 권해드리고 싶은 처방전같은 책입니다. 어떤 주제의 장을 읽든 마치 읽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진 듯한 느낌을 받으실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