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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구인
장여우위 지음, 허유영 옮김, 위자치 그림 / 챕터하우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장여우위 - 나는 지구인
5-6년전 읽은 정이현님의 소설 <너는 모른다>를 읽고 다문화가정에 대해 처음 접하면서 다문화가정의 실태에 충격과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물론 관심이래봤자 적극적인 것보다 내 눈에 들어오면 조금 더 유심히 보게 된 소극적인 것이였을 뿐이였죠.
정이현님의 작품이다 보니 작품성도 좋았고 생각도 많이 해주게 하는 책이라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읽게
되었습니다. 노란색 바탕에 주인공과 주인공 아버지 그리고 이웃들이 정겹게 귀여운 그림으로 표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본문 글씨는 큰
편이고 줄간이 보통 책보다는 넓은 편이라 어린이들도 읽을 수 있는 쉽게 읽히는 책이였습니다. ^^ 책도 가벼운 편이라 휴대성이
아주 좋았습니다.
어느 나라에든 있을 수
있는게 다문화가정인데 전에는 생각을 못했어요. 막연히 우리나라 가정의 일이라 생각하고 읽었는데 배경은 의외로 대만입니다. 어려운
집안 살림에 외국으로 시집을 온 베트남 여성과 그의 아들의 독백 비슷한 일기 형식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짧게는 한쪽, 길게는
3-4페이지로 이뤄진 옴니버스식 이야기들이 순서대로 짜여져 있어요.
피부색이 다른 나라에 중매결혼으로 온 사람이
겪는 어려움들은 우리 독자들의 마음을 보통은 힘들게 하지요. 동화같은 형식과 조화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너는 모른다>는 추리 소설 형식으로 계속 독자들을 추리하게 만든 반면, 이 책은 동화를 읽듯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배려합니다. 인간의 선량함을 믿는 마음에서 나온 그들의 독백은 추악하고 과장된 욕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생활의 가벼운 걱정거리들을 공유하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쉽게 읽혀지는 책이라 1-2시간만에 다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우리나라도 다문화가정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제도들이 있는 거 같아요. 책에서도 나오는
'친정수호대'처럼 다른 나라에서 시집온 여성들에게 친정처럼 힘이 되어 주는 모임이 그들에겐 작으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겠지요.
그들이 얼마나 힘들 것인지 어렴풋이 이해가 갔지만 독백형식이라 그들의 속마음까지 조금은 엿볼 수가 있었는데요.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곳에서 힘든 것을 토로할 수 없는 낯선 환경은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까요. 게다가 남편조차 믿을 수 없을 때가 있으니
얼마나 후회가 되고 원망될까요. 그 마음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는 쉬운 글이여서 너무 좋았습니다. 심각해지지 않을 수 있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다 보면 같이 눈물도 흘리고 웃게도 되네요. 시어머니의 금목걸이가 없어진 사건은 절로 눈물이 찔끔 나더라구요.
게다가 마지막엔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가난한 아버지, 책을 사랑하는 헌책방 아저씨의 글이 출판되는 것, 그리고 어머니가
시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씩 얻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같이 기뻐하며 읽을 수 있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지만 읽으면서도, 읽고 난 후에도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에요.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내
아이가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쩔까 생각하니 주위의 다문화가정의 엄마들과 아이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어요. 제가 사는 곳에는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공장들이 많아 자주 그들을 볼 수가 있거든요. 과감히 들어내질 못하는 은연중에 벌어지는 차별과 괄시,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 넓게 생각한다면 감히 저지르지 못할 짓이지요. 선량한 마음이 이기는 책의 결론이 좋았고 점점 더
나아지리란 결론이 동화를 읽은 듯 마음을 행복하게 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