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단상 - 잉여라 쓰고 '나'라고 읽는 인생들에게
문단열 지음 / 살림Biz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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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영어강사이신 문단열 선생님. 그 분이 쓰신 책이라기에 당연히 영어 교육에 관련된 책일 줄 알았지만, 왠걸?! 책 소개에 문단열 쌤의 인생 그래프가 연상될 만큼 개인 생활에 포커스가 맞춰진 걸 보고 놀라움과 호기심을 느꼈다. 오랜만에 EBS 케이블 방송에 나오신 걸 보고 반가웠고 어색해진 머리 스타일을 보고 왠지 아프셨으리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인생의 절정에서 사업 실패와 지인의 죽음과 자신의 수술 등 한꺼번에 닥친 고통들이 선생님의 삶에 어떤 자욱과 교훈을 남겼을지 더더욱 궁금해졌다.

 


  초반에는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선생님의 자잘하고 세세한 인생 이야기가 아니여서 조금은 실망했다. 다른 지지 기반없이 영어 하나로 전국 최고의 자리에 오르셔서 자수성가하신 선생님이기에 성공은 달콤하게도 오래 지속되리라 기대했을 거 같다. 사업 실패와 지인의 죽음, 자신의 암 발병과 수술까지. 재능 하나로 자수성가하신 분이기에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쓸 만큼 나이가 많지는 않으시지만 그런 스토리를 기대했었던 게 사실이다.
  안된다, 이런건 해라 식의 교훈서일까 씁쓸하게 읽기 시작했다. 달콤한 교훈을 주는 책들은 읽을 때는 좋지만 그 스토리 라인은 볼때만 기억될 뿐 깊은 자극은 남기질 못하는 법이고, 독자들을 교육시킬 요량으로 쓰여진 책들은 초반부터 읽는 재미는 반감되고 저자에 대한 반감마저 생긴다. ;

  1장 악기처럼 인생에도 조율이 필수_엉킨 몸과 마음 잠시 돌아보는 지혜 / 2장 내 인생의 오렌지 반쪽_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는 법_일상의 경험을 통해 얻은 작은 깨달음 / 3장 떠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_일상의 경험을 통해 얻은 작은 깨달음 / 4장 아픈 후에야 보이는 것들_인생의 슬픔을 축복으로 바꾸는 법
  1장은 나 자신을 되돌아 보고, 2장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도록, 3장은 일상의 작은 깨달음, 4장은 슬픔을 축복으로 바꿀 언어들로 채워져 있다. 문단열 선생님이 물론 그런 스타일은 아니지만 역시 가르치는 선생님인 만큼 독자들에게 교훈을 들려주고 씁쓸한 조언들이 있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1장은 긴가민가, 2장부터는 달달하지만 선생님의 인생곡절을 느낄 수 있는 내공이 보이면서 공감되는 이야기라인을 형성한다. 물론 중간중간에 뜻하지 않은 비난투의 말투는 잘 맞춰진 균형감에서 발이 미끄러지며 삐끗하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짤막한 시 정도의 글에서 '갑자기 전화걸어 돈 부탁부터 하는 일은 좀 하지 말자'라는 내용은 뭔가 따뜻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던 스토리라인에서 벗어난 듯한 어감이다.

 

 

  솔직히 짤막하게 나눠지는 에피소드형 스토리는 싫어하지만, 힘들때마다 꺼내보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친구같은 책을 만난 거 같아 급반전을 안겨준 책이다. 중간중간의 귀엽고 색감이 풍부한 일러스트들이 가슴을 몰랑몰랑하게 해주는 효과도 아주 적절했다. 아무리 좋은 스토리 라인이라도 저자의 어투의 힘의 강약조절만 잘못되어도 삐끗 반감을 살 수 있는데 균형을 적절히 맞추면서도 일러스트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넘쳐나는 내용에 마음이 달달해지고 공감대 형성에 성공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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