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로우 퀸란 - 하늘에 보내는 상자

하늘에 보내는 상자 - 믿고, 사랑하고, 내려놓을 줄 알았던 엄마의 이야기
메리 로우 퀸란 지음, 정향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메리 로우 퀸란 - 하늘에 보내는 상자 

  사랑하는 어머니의 장례식 후 메모 상자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책을 쓰게 된 저자의 스토리가 궁금하였다. 다행히 부모님 모두 내 곁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으시지만 저자가 느꼈을 후회와 깨달음을 보고 반성하고 배우고자 하는 마음도 컸다. 그러면서 하나님께 보낸 메모로 어떤 마음의 성과를 얻었을지 궁금증도 있었다.

  미국식의 따뜻한 가족애와 희화하는 저자의 어감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반면 망자는 말이 없고 아름다워야 마땅하나, 어머니에 대한 찬양과 저자와의 공감대로 완벽한 모녀사이로 그려지는 건 현실적이지 않아 마냥 기분좋은 스토리라인은 아닌 거 같다. 그럼에도 갓 박스라는 하느님과 통하는 매체를 만든 어머니의 아이디어와 재치에 쑥 빠져들고 만다. 펜팔을 쓰듯 형식적이지 않고 진솔하다. 영수증 뒷 장에도 버리는 종이 뒤에도 어디든 빈 공간만 있다면 음식 얼룩이 묻어도 종이라면 빨리 휘갈긴 소망과 기도와 사랑을 담아 쓴 메모들. 가족 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그에 대한 기도를 차별없이 박스에 기간별로 모아 두어 사후 슬퍼하던 가족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남겨 주었다.

  어머니가 준 희망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다. 생활하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쉽게 생활화하기 힘든 습관. 내 건강, 가족의 건강과 일의 성공, 집 사는 문제부터 이웃의 건강과 고민들. 얼마전 마인드맵 관련 책에선 분류, 정리를 위해 메모를 하지만 어머니의 갓박스 안의 메모는 마치 머리속의 염원이 만든 고민을 줄이고, 하느님께 소원을 빌 듯이 기도를 메모로 남기는 쉽지않은 기도 방식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 머리속을 복잡하지 않게 하느님과 그 고민들을 나눈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도 메모를 남기며 고민을 정리하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편이라 더더욱 공감가는 기도 습관이다.

  남은 가족에게 어머니가 얼마나 주변 사람들을 사랑했고 걱정했으며 같이 기도했는지, 갓 박스는 하늘에 보내는 어머니의 편지이며 기도였지만 가족들이 뒤늦게 발견한 갓박스는 어머니의 깊은 사랑과 헌신을 느끼게 해준 사랑의 박스였지 않을까. 어머니의 갓박스를 공개하는 것도 적지 않은 용기를 필요했을 거 같다. 치부야 없겠지만 허락받지 못한 갓박스를 책으로 낸 다는 건 용기와 함께 어머니의 사랑을 영원히 남기고 싶은 저자의 염원으로 이뤄지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