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모 - 相謨, 서로 모의함
생소한 단어로 된 책 제목. 경극에서 본 듯한 책 표지의 그림과 구름문양을 보고 중국 고전에 관한 스토리라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어릴 때에는 유방, 조조, 모택동 같은 리더들을 흠모했지만 나 자신이 리더에 어울리는 사람보다는 그를 뒤에서 서포트해주는 사람들에 해당된다는 걸 알고 이 책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군왕을 보좌하던 7인의 재상인 희단, 관중, 이사, 소하, 진평, 제갈량, 장거정 이들이 군왕과 그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들의 사상에 따라 세상은 어떻게 변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어떻게 군왕의 마음을 얻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군왕을 변화시켰는지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1장 주공 희단, 2장 관중은 역사적으로 중요하지만 나에겐 생소하여서인지 한자로 쓰인 고사성어도, 그리고 모르는 인물들이 많아서 정독을 해야했다. 3장은 진시황의 이사, 4장은 전한 고조 유방의 개국공신인 소하, 5장은 같은 한 고조의 진평, 6장은 유비의 제갈량, 7장은 명나라 만력제의 장거정의 계략과 지혜는 익숙한 내용들이라 읽기도 쉽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계속 읽으면서 역사적인 사실을 작가 특유의 판단과 말투로 서술하는 과정이 내 개인적으로는 독단적으로 느껴졌다. 역사 소설도 아니고, 평론도 아닌 이해를 위한 해설서인데 이런 식의 말투가 과연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런지... 계속 걱정이 되었다. 그런 과정을 나름 극복하며 느낀 점은 많은 지혜를 담고 있지만 너무 좋은 내용만 나오면 지루한 면을, 작가 특유의 말투로 조금은 희석해주는 것 같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인물의 일면만을 보는 위인전이나 해설서와는 천차만별의 차이점은 그 인물의 이해를 위해 다방면의 예시를 들어 독자들의 인물 이해를 돕는다는 것이다. 2차원적인 설명은 어디에서든 많이 보아왔지만 3차원적인 도올 김용옥 선생의 글이 떠오를 만큼 입체적으로 인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다른 시대의 인물들과 그리고 그들의 일화와 비교하며 설명하는 점이 좋았다. 자칫 인물들의 지혜만 읽어서 잔잔한 리듬의 교훈만을 얻는 것보다, 입체적인 이해로 기억에 오래 남는 글을 이징이라는 작가는 펼쳐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제목 위쪽 소개글에서 소개한 임기응변 계략이기 보다는 오랜 세월 갈고 닦은 계략을 100년 대계로 보고 꾸준히 펼쳤다는 점들이 일괄되게 모든 분들에게 해당되는 거 같다. 이 7인의 위대함이 내가 보기엔 여기에 있다. 오래 기획한 계획을 잘 맞는 지도자와 만나 그들을 도와 오랜 세월 나라를 통치했다는 점은 현대인들에게도 큰 본보기가 된다.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했던 삼모라는 작품. 중간에 점점 실망했다가 점점 더 이해하면서 만족감이 커지는 책이였다. 몰랐던 일화나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삼국지를 3번 읽어도 제갈량의 아내가 추녀였으며 그녀의 이모부?가 유표였다는 사실도 처음 들어보앗다. 역사적인 사실을 근거로 저자의 생각과 해설이 강력하게 들어간 상모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입체적인 이해와 같이 독자들에게 큰 그림으로 역사를 그리고 이해하고 기억하게 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