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에이 S.A 5
미나미 마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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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기 열정이 끓어 넘치는 히카리라는 소녀가, 기필코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가슴에 품고 입성한 특별한 엘리트만의 학교가 있다. 이름하여 사립 시로칸 고등학교. 왠지 SF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S.A>라는 제목은 언뜻 뭔가 심오한 뜻을 품고 있거나 무지막지한 말의 줄임말쯤 되어 보이지만, 실은 시로칸의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A반, 그중에서도 A+을 넘어 스페셜 A라는 것이 있으면 주고 싶을 정도로 알짜배기 엘리트들이 모인 ‘스페셜 A반’을 가리키는 의외로 담백한 뜻의 제목이다.

히카리는 어린시절 프로레슬링에 자신감 넘치던 자신에게 무참한 패배의 기억을 안겨준 타키시마 케이를 기필코 이기겠다는 일념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그를 추격하기 시작, 지금은 이 슈퍼엘리트 사립학교에서도 상위 7등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는 "S.A"반에 들어오고야 말았다. 하지만 케이는 심지어 <탐정학원 Q>의 메구미 부럽지 않은 순간기억능력까지 지니고 있는 듯 한데! 케이를 이겨보겠다는 청운의 꿈을 품었던 히카리는 여즉 만년2등으로 공부면 공부, 레슬링이면 레슬링, 당최 케이를 이기지 못하고 있으니, 이들의 알쏭달쏭 미묘한 관계는 거의 <그남자! 그여자!> 초창기의 유키노와 아리마의 적대적 관계나, 아니면 <후르츠 바스켓>의 유키와 쿄우의 관계를 보는 듯 하다. 그러나 늘 얄밉게 빈정대며 히카리를 만년 2등이라고 놀리는 시원스런 얼굴의 케이는, 속으론 진정 노력파 열혈소녀 히카리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사랑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니... 실실쪼개며 히카리를 괴롭히지만 자신의 감정을 확실히 드러내지 않는 케이와, 눈치꽝이라 케이의 감정같은 건 섬세하게 눈치채지 못하는 히카리의 조합이 정말 환상이다.

히카리와 케이의 대결속에 조금씩 눈에 띄지 않게 자라나는 로맨스도 볼거리지만, 독특한 캐릭터들을 좀 더 알아가며 빠져드는 재미나, 엽기에 가까운 개그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가식없이 솔직담백한 우리의 히카리는 목수의 딸로 이른바 평민이지만, 사립에다 엘리트 학교이다보니 어마어마한 집안의 자제들이 수두룩~한데, 대기업 아들, 항공회사 딸, 이사장 아들, 천재음악가 집안의 아들 딸 등, 그 뒷배경이며 면면이 무척이나 화려하고 개성강한 캐릭터의 반 친구들인지라 골라 반해보는 재미마저 있다. 때때로 개그에 엽기적인 개성을 척척 쌓아올린 듯한 표정들은 <멋지다 마사루>의 마사루나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의 재규어를 닮은 듯도 하고... 어쨌거나 허를 찌르는 개그들은 무진장 특이하고 웃기다! S.A가 등교할 때 S.A의 추종자들이 꺄악~거리는 모습을 보면 <마리아님이 보고계셔>가 슬쩍 떠오르는데, 절묘한 타이밍에 대놓고 패러디해버리는 그 대담함에 역시 폭소를 금할 길 없다. 거기다 귀여운 소녀를 좋아하는 아키라나 브라콤 증세를 보이는 스이의 캐릭터, 땀방울 흘리는 청춘의 열기와 미묘하게 감도는 로맨스, 멋지기 짝이 없는 캐릭터들에다 넘치는 재치와 유머, 가슴설레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까지, 이거 정말 순정만화의 종합선물세트가 아닐까 싶다.

결코 공간을 낭비하는 법 없이 숨막히게 들어찬 예쁜 그림체의 컷들과, 볼수록 실실대며 빠져들게 되는 에피소드들도 빼놓자니 서운하다. 케이의 동생인 스이의 에피소드나 농구시합 때 케이의 모습 등은 간간이 뭉클한 감동을 주곤 하는데, 만능맨으로 보이는 속을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의 냉혈미남자 케이에게도 고독한 면이 있고, 그런 면들을 점차 하나씩 발견해가는 히카리를 보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즐겁다. 아직은 감정을 표현하거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조금 미숙한 그들이지만, 히카리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가장 예쁜 케이와, 케이가 ‘열심히 해’라고 말해줄 때 제일 기쁘고 기운이 나는 히카리. 그들의 사랑스러운 대결을, 눈물나게 웃다가도 두근두근 가슴설레며 지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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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1
톰톰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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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캠퍼스의 매력이 무어냐 하면, ‘아 맞아 맞아~’ 하고 본인의 경험이 살포시 떠오르는 공감성에 있다고 하겠다. 주인공들의 에피소드에 킬킬거리고 있다면 그건 ‘나도 그래봤어!’ 라는 뜻. 저작권료라도 받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공감이 지대~로다. 만화는 조막만한 얼굴에 스타일 죽이는 샤방샤방한 꽃미남들같은 실제에서 보기 힘든 환상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때로 <캠퍼스> 같이 내 생활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생활과 만화의 일체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소림여대 사학과 2학년생들이 엮어가는 소소한 캠퍼스 생활은 일상적인 가운데 배꼽 폭발하는 웃음, 거기다 제대로 ‘숙성’된 공감대가 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만년지각생인 만화가 지망생 한비아, 돈문제에 민감한 촌철살인의 달인 소호, 골수 동인녀 석주, 털순이에 양념마니아 가언이. 아즈망가 대왕 부럽지 않은 통통튀는 캐릭터와 개성강한 그림체, 짧지만 강력한 포스의 스토리들, 거기다 폭소를 업그레이드하는 나레이숀까지 일품! 만화 <캠퍼스>는 만화가 지망생 비아를 비롯한 여대생들의 스토리이지만, 개인적으로 남우주연상을 안겨드리고 싶은 독보기 교수님 또한 캠퍼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독보기 교수님의 올드한 유행에 빠지면 교수님을 아주 1010235 하게 될게다.

TV에서 그려내는 캠퍼스 생활, 비록 판타스틱하긴 하나 현실과 1억광년쯤은 동떨어져 보이는 그 모습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사람이라면, 톰톰의 <캠퍼스>를 보고 난 후 2권을 기다리며 목이 바싹바싹 마를지도 모른다. 공감 + 허를 찌르는 엉뚱함에, 제대로 각 잡힌 캐릭터들이 합쳐져 상상 이상의 재미를 보여주는 책 캠퍼스. 자~ 캠퍼스의 상큼함을 제대로 즐겨보시려거든, 본인들의 학창시절을 떠올려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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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님이 보고계셔 3
콘노 오유키 지음, 윤영의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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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학원을 배경으로 한 학원물은 많고 많았어도, <마리아님이 보고계셔>처럼 소녀들만의 의자매 제도인 ‘쇠르’같은 제도나 그들의 관계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작품은 별로 없었던 거 같다. 그리하여, 지금껏 만나왔던 순정만화들과는 다른 색다른 소재가 일단 무척 신선하다. 거기다 릴리안 사립여학원이라는 소녀들만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10대 소녀들의 두근두근 가슴설레는 이야기, 매력적인 소녀들의 여러 가지 만남과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요 재미! 허나  '그녀'들의 이야기는 의외로 소녀들의 구미를 당기지 않는지도 모른다. 퀴어영화의 주된 향유층이 여성이라고 하는데도 그 중 그녀들의 사랑을 다룬 작품은 수적으로 열세하고, 만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어쩜 소녀들은 멋진 언니커플보단 기왕이면 미소년 커플쪽에 맘이 설레고, 더 큰 판타지적인 만족감을 얻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녀들의 사랑보다는 차라리 <나나>같은 여성 버디물쪽이 훨씬 맘이 땡길런지도. 그러나 전체적으로 해맑고 순수한 분위기면서, 읽다보면 왠지 가슴이 찌릿~하고, 주인공 유미마냥 입이 헤벌쭉해지는 증상이 절로 습격하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주인공인 유미가 멋진 선배를 흠모하고, 그 사실을 남몰래 가슴에 품고 설레하는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 유미가 동경의 대상 사치코님과 쇠르관계를 맺고, 깊은 신뢰와 애정을 쌓아가는 모습은 마치 신데렐라가 왕자님을 만난 듯한, 혹은 내 자신이 소망을 이룬 듯한 대리만족까지 느끼게 해준다. 사치코가 접근할 때마다 두근거리며 급증하는 심박수에, 사치코와 손이라도 잡을라치면 홍당무가 되어 온몸을 파르르 떠는 유미. 이런 모습들이 묘하게 설레는 기분을 안겨주면서, 또한 순수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천성이 착하고 따뜻한 유미양이 주인공인지라, 이야기의 흐름도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온화하고 따땃하게 흘러갈 것은 자명한 이치. 유미가 사치코에게 낙점된 것을 시기하고 괴롭히는 떼거리들이 등장할거 같은 예상과 달리, 동급생들은 경외의 대상이라기 보단 친근한 느낌의 유미가 사치코의 쇠르가 되길 바래주니, 이런 면에서도 무척 착한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유미와 사치코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1권 이외에도, ‘황장미 혁명’이란 부제가 달린 2권, ‘가시나무숲’이란 부제가 달린 3권은 각각의 부제에 걸맞게 다른 장미 캐릭터들의 사연도 심도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작품 전체를 통틀어 봤을때 노골적으로 어떤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별로 없지만, 오히려 이런 절제된 모습이나 순수한 동경인지 한발짝 진전한 감정인지 알수 없는 모호함들이 더 아슬아슬 두근거리며 안타까움까지 품게 만드는 매력이 된다. 설정들이 무척이나 귀엽고 섬세한 구석들도 많은 것이 천상 소녀만화답다는 느낌에, 간간이 들어간 서비스 컷들이나 네 컷 만화는 얼굴가득 웃음을 머금게 한다. 전반적으로 장난기 가득한 분위기며 깜찍하기 이를데 없는 개그컷, 고고한 사치코도 중성적인 느낌의 레이도, 귀여운 유미도 자유자재로 그려내는 귀염성 잔뜩 넘치는 말랑말랑한 그림체도 너무 매력적이다. 게다가, 갈수록 그림이 예뻐지니 이거 원~

왠지 눈길을 잡아끄는 독특한 제목의 작품이라 문득 눈에 띄는 순간 클릭을 해보는 경우도 있기는 하겠지만, 이 작품에 호기심을 가득 느끼고 있거나 혹은 지금 손에 쥐고 있다면, 원작의 명성덕분이건 입소문을 접했건 잡지의 연재분을 봤건 간에 이 작품에 대해 어느정도 사전정보 습득이 된 상태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 사전정보없이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더라도, 어떤 편견이나 사전기대치와 상관없는 즐거움이 함께 할 것이라는 것은 확실히 보장한다. 그것이 두근두근한 가슴설렘이든, 유쾌한 웃음이 되었건 말이다. 더욱더 성숙해지고 아름다워지는 그들과 더불어 함께하는 이 순간, 즐거움과 사랑스러움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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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중독 1
공구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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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어린 시절의 귀염둥이 소꿉친구 꼬마가 내 앞에 멋진 남자가 되어 나타났다면? 그것도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초절정 아이돌로! 그리고 건방지지만 어쩐지 끌리는 부잣집 도련님이 하나, 우리 계약 연애라도 하자고 덤빈다면? 이런 배부른 상황에 처한 여자 신재규, 그녀가 패기와 뻔뻔함을 무기로 펼쳐나갈 새콤달콤한 사랑이야기가 바로 <설탕중독>이다. 왕뻔뻔한데다 생활력 무진장 강해보이지만, 현재로선 할머니의 정의에 따르면 ‘그저 식충이’인 재규. 세상에 던져지긴 아직 이른 나이라고 여유부리고 있지만, 자자, 그럴 때가 아니라구~ 

 부드러운 남자 대 거친 남자, 거기다 철없는 여자 주인공. 둘은 분명 그 여자에 반해 삼각라인을 형성할 것이고... 우, 안봐도 뻔해 보이는 이 설정은! 그리하여 처음엔 식상한 삼각 러브스토리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호~이거 보다보니 굉장히 코믹적이면서 신선한 느낌까지 준다. 그러나 ‘공구구’라는 장난스러워 보이는 작가 이름이며, 핑크색 담뿍 들어간 무척 앙큼상큼한 표지와 제목 때문에, 너무 가벼운 나머지 붕붕 떠올라 대기권쯤 가볍게 이탈해주는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지 마시길. 팔랑팔랑 가벼워보이는 와중에도 작품이 붕뜨지 않게 살~짝 잡아주는 어째 좀 진중해 보이는 나레이션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무력한 자신을 원망하게 만드는 휘환의 슬프고 어두운 기억이나, 언뜻언뜻 보이는 진솔한 면은 우리에게 좀 더 깊은 울림을 전해줄 태세가 되어있는 것 같으니. 서울이란 각박한 도시의 환경에 내던져져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쓸쓸한 표정의 재규오빠 형규의 이야기도 좀 더 들을 수 있을 거 같고. 물론, 진지한 분위기 후에는 판 제대로 깨는 개그적인 분위기로 릴랙~스 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

 일단 그들이 새롭게 인연을 가지고, 만남 하나 하나를 쌓아가는 과정이 허투루 다뤄지지가 않아서, 지나친 우연과 개연성 없음으로 치를 떨 일은 없어 보인다. 우리가 이들의 만남에 빠져들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당위성을 비교적 제대로 웅변해해주고 있달까. 은근슬쩍 끼어드는 추억의 조각들도 거북살스럽지 않다. 아슬아슬 달콤한 연애가 잔뜩 어울리는, 20살의 솔직하고 반짝반짝거리는 그들. 아직은 감정표현에 서투르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말하기엔 아직 조금 무거워 보이는 풋풋한 그들이 펼쳐가는 좌충우돌 이야기가 무척 유쾌하다. 이쁜 척 하지 않고 털털한 그녀인지라, 천상 말괄량이 신재규의 캐릭터는 보기 드물게 밉지 않은 여성캐릭터로 꼽아줄만하다. 그녀의 시시각각 변하는 다채로운 표정 역시 매력인데, 거의 변검(주: 눈 깜짝 할 사이에 가면이 바뀌는 중국 전통 가면술)수준이랄까? 앞으로 웃긴 여자 재규에게서 점차로 더 많은 매력을 발견하게 되면 좋겠다. 

 골격 자체는 드문드문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이지만, 그럼에도 뭐하나 똑같아! 라고 집어낼 수 없고, 희한하네~라며 점차 빠져들게 되는 이 현상은, 결국 연출력의 승리인지도 모르겠다. 로맨스와 코믹의 완벽한 조화, 아직은 개그와 로맨스가 7:3정도로 로맨틱 코미디보단 코믹 로맨스에 가까운 느낌이지만, 상큼발랄유쾌한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 즐겁다. 옹골찬 시골소녀 재규의 좌충우돌 파란만장 서울적응기, 중독성 있는 개그에 빠져, 기꺼이 한 떨기 설탕절임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하시는 분들, 거리낌없이 함께 손잡고 풍덩! 빠져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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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1
이영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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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작품 스스로가 온몸으로 소리높여 외치듯, 이것은 정말 제대로 된 보이즈 러브물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으엑, 하고 거부감을 느끼며 우두두 떨어져나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이 사실 때문에 꺄악~ 소리를 지르며 환영할 사람들이 있으리만큼, 보이즈 러브물은 꽤나 팬층이 갈리는 편이다. 다시 바꿔, 일정한 인지도가 형성되어 있는 작가들도 많은, 팬층이 확실한 장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오랜 세월동안 음지에서부터 세력을 키워온 보이즈 러브물(약칭 BL). 그간 단편이나 보이즈 러브의 코드를 가진 작품은 몇 있었어도, 이처럼 아예 본격적으로 보이즈 러브를 다루는 한국 작품은 그닥 없었지 싶다. 

 현실에서 조금 일탈한 듯한 두 남자, 가슴아픈 실연을 겪은 한새와 밝고 애교스럽지만 어두운 과거가 숨겨진 듯한 모토. 비겁하게 중성으로 설정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면서 너무 여자냄새 폴폴 풍기는 것도 아닌, 당당한 캐릭터들의 도전이 맘에 든다. 보이즈 러브물의 장점 중 하나는, 일단 멋진 남성들이 잔뜩이라는 점~ 게다가 얄미운 여주인공에게 뺏길 일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한새와 모토를 시작으로 멋지구리한 캐릭터들이 자리를 아주 제대로 잡았다. 마지막 즈음엔 이탄이라는 쿨~한 카리스마의 캐릭터가 또 하나 등장하는데,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앞으로도 뻑가게 멋진 캐릭터들이, 줄을 지어 하나둘씩 계속 등장하리라는 것을. 작품이 길어질수록, 그런 멋지구리한 캐릭터들을 만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는 것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질 수 없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의 그들이기에, 이들의 이야기가 더욱 처녀들의 가슴을 애닯게 하는 것이 아닐까! 

 버디물이나 그 어떤 장르로 가장한다거나 얼굴을 가리고 은밀하게 사랑을 전개시켜 가는 게 아니라, 아예 탁 까놓고 단도직입적으로 그들의 사랑을 펼쳐간다는 면에서, 이 작품은 무척 솔직하고, 도발적이면서, 굉장히 저돌적인 느낌을 준다. 이탄이란 인물과의 사이에서 뭔가 사연있어 보이는 모토야 그렇다 치고, 분명히 얼마 전까지 형의 여자에게 실연당해 괴로워하던 한새는, 약간의 흔들림을 보이긴 하나 흔히 겪는 조금의 정체성 혼란도 없이 어느순간 과감하게 선을 넘어와 버린다. 고등학생인 주인공들이라 어린 것들이 뭐하는겨, 발칙한 것들!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것이 또 어른들의 세계가 아닌 청춘만의 풋풋함이 있는 거겠지. 안그래도 질풍노도 시기의 아이들인 모토와 한새인데, 쉽지 않은 사랑에다 현실적으로 여러 장애까지 펼쳐져 있으니, 아무래도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겠다. 사랑니가 돋는 듯한 성장통과 함께 그들의 사랑도 차차 여물어 가겠지만.

 사랑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것이다. 세상이 축복하는 사랑,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사랑.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젖어드는 사랑, 어느 순간 폭풍처럼 다가와 온몸을 휘감아버리는 사랑. 모토와 한새가 하게 될 사랑은 아무래도 세상이 쉽게 용납하지 않고, 북풍처럼 차갑게 에이는 그런 사랑이 아닐까. 단 한번의 키스로 이미 모든 것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말마따나 ya한 청춘들이 엮어가는 사랑, 아름다운 그들이 하는 쉽지 않은 사랑이기에, 우리는 더욱 안타깝고 가슴설레며 지켜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은 소프트하고 부담없는 수준에, 가장 기본적인 설정을 두루 갖추고 있는지라, 이 장르에 첨 입문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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