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3
콘노 오유키 지음, 윤영의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학원을 배경으로 한 학원물은 많고 많았어도, <마리아님이 보고계셔>처럼 소녀들만의 의자매 제도인 ‘쇠르’같은 제도나 그들의 관계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작품은 별로 없었던 거 같다. 그리하여, 지금껏 만나왔던 순정만화들과는 다른 색다른 소재가 일단 무척 신선하다. 거기다 릴리안 사립여학원이라는 소녀들만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10대 소녀들의 두근두근 가슴설레는 이야기, 매력적인 소녀들의 여러 가지 만남과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요 재미! 허나  '그녀'들의 이야기는 의외로 소녀들의 구미를 당기지 않는지도 모른다. 퀴어영화의 주된 향유층이 여성이라고 하는데도 그 중 그녀들의 사랑을 다룬 작품은 수적으로 열세하고, 만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어쩜 소녀들은 멋진 언니커플보단 기왕이면 미소년 커플쪽에 맘이 설레고, 더 큰 판타지적인 만족감을 얻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녀들의 사랑보다는 차라리 <나나>같은 여성 버디물쪽이 훨씬 맘이 땡길런지도. 그러나 전체적으로 해맑고 순수한 분위기면서, 읽다보면 왠지 가슴이 찌릿~하고, 주인공 유미마냥 입이 헤벌쭉해지는 증상이 절로 습격하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주인공인 유미가 멋진 선배를 흠모하고, 그 사실을 남몰래 가슴에 품고 설레하는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 유미가 동경의 대상 사치코님과 쇠르관계를 맺고, 깊은 신뢰와 애정을 쌓아가는 모습은 마치 신데렐라가 왕자님을 만난 듯한, 혹은 내 자신이 소망을 이룬 듯한 대리만족까지 느끼게 해준다. 사치코가 접근할 때마다 두근거리며 급증하는 심박수에, 사치코와 손이라도 잡을라치면 홍당무가 되어 온몸을 파르르 떠는 유미. 이런 모습들이 묘하게 설레는 기분을 안겨주면서, 또한 순수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천성이 착하고 따뜻한 유미양이 주인공인지라, 이야기의 흐름도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온화하고 따땃하게 흘러갈 것은 자명한 이치. 유미가 사치코에게 낙점된 것을 시기하고 괴롭히는 떼거리들이 등장할거 같은 예상과 달리, 동급생들은 경외의 대상이라기 보단 친근한 느낌의 유미가 사치코의 쇠르가 되길 바래주니, 이런 면에서도 무척 착한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유미와 사치코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1권 이외에도, ‘황장미 혁명’이란 부제가 달린 2권, ‘가시나무숲’이란 부제가 달린 3권은 각각의 부제에 걸맞게 다른 장미 캐릭터들의 사연도 심도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작품 전체를 통틀어 봤을때 노골적으로 어떤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별로 없지만, 오히려 이런 절제된 모습이나 순수한 동경인지 한발짝 진전한 감정인지 알수 없는 모호함들이 더 아슬아슬 두근거리며 안타까움까지 품게 만드는 매력이 된다. 설정들이 무척이나 귀엽고 섬세한 구석들도 많은 것이 천상 소녀만화답다는 느낌에, 간간이 들어간 서비스 컷들이나 네 컷 만화는 얼굴가득 웃음을 머금게 한다. 전반적으로 장난기 가득한 분위기며 깜찍하기 이를데 없는 개그컷, 고고한 사치코도 중성적인 느낌의 레이도, 귀여운 유미도 자유자재로 그려내는 귀염성 잔뜩 넘치는 말랑말랑한 그림체도 너무 매력적이다. 게다가, 갈수록 그림이 예뻐지니 이거 원~

왠지 눈길을 잡아끄는 독특한 제목의 작품이라 문득 눈에 띄는 순간 클릭을 해보는 경우도 있기는 하겠지만, 이 작품에 호기심을 가득 느끼고 있거나 혹은 지금 손에 쥐고 있다면, 원작의 명성덕분이건 입소문을 접했건 잡지의 연재분을 봤건 간에 이 작품에 대해 어느정도 사전정보 습득이 된 상태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 사전정보없이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더라도, 어떤 편견이나 사전기대치와 상관없는 즐거움이 함께 할 것이라는 것은 확실히 보장한다. 그것이 두근두근한 가슴설렘이든, 유쾌한 웃음이 되었건 말이다. 더욱더 성숙해지고 아름다워지는 그들과 더불어 함께하는 이 순간, 즐거움과 사랑스러움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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