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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것들의 밤
정보라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7월
평점 :
좋은 기회로 서평단이 되어 <이름 없는 것들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묶여서 출간되는 정보라 작가님의 연작 소설 세 편을 읽게 되었다. 2023년부터 시작되어 2024년, 2026년에 이르기까지 장장 4년 동안에 걸쳐 드디어 완결된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는데 다 읽고나니 4년 동안 이어진 작가님의 상상력과 탄탄한 구조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평소 장르물에 대한 호불호의 개념이 거의 없어서 큰 무리 없이 읽어낼 수 있었는데 모든 소설이 그러하듯 장르소설은 상황 설정, 세팅이 중요한 이야기라서 특히나 초반의 이해도가 중요하다. 이 세계는 어떠한 세계인가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잡고나면 금방 빠져들어 읽어갈 수 있기 때문에 메모를 하는 것이 적극 권장된다. 보통은 책 여백에 메모를 하고는 하는데 이번에는 연작소설이고 세 권에 나누어져 수록되어 있는지라 수첩에 따로 정리를 하며 읽었더니 아주 명료해서 좋았던.
2023년 3월에 제일 처음 발표한 <밤이 오면 우리는>은 이 이야기의 서론이자 개론으로서 아주 훌륭했다. 등장인물 수도 적고, 작은 범위의 이야기라서 내용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 크게 어렵지 않았던. 위에서 얘기했다시피 이 이야기의 기본 세팅값이 제시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야기의 처음 문장을 제목으로 가져왔는데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 기계에 의해 정복당한 인간 멸종의 시대를 그리고 있는데 최후까지 남은 인간과 흡혈인, 그리고 인조인간이 등장한다. 연작소설이 아닌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하나의 매력적인 이야기라고 여겨질만큼 탄탄한 1편이었다. 마지막 문장마저도.
/ 한때는 인간이었잖아요. 그때는 당신이 인간인 걸 어떻게 알았냐고요?
1년 뒤인 2024년 12월에 발표된 두번째 작품 <예언자>는 세 편의 이야기의 가운데에서 강하고 독보적인 색깔을 지닌다. 세 편의 작품 중 가장 이미지가 강렬했고, 1편에 등장하는 ’마리카’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데 ‘천사, 비상, 물 속의 푸른 용, 심장, 공장‘의 다섯가지 소제목으로 이야기가 구성된다. 1편은 자연스러웠는데 2편까지 읽고나면 대혼란이 찾아온다. 인상이 찌푸려지는 장면도 있고, 이게 뭐지 싶어서 빨리 3편으로 넘어가게 되는.
/ 살아 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고 살아 있으면 계속 일할 수 있었다. 살아 있으면 어떻게든 다시 저항할 수 있었다. 살아서 존재하는 것이 곧 저항이었다.
대장정의 마무리는 2026년 3월에 발표된 <우리는 악마에게서 왔다>이다. 1편과 연결되는 이야기로 3편이 시작되면 ‘2편이 삽입된 이야기구나’라는 점이 바로 파악된다. 1편과 2편의 세계관이 연결되면서 정리하는 편이기도 하고 다양한 문제의식이 명료하게 제시된다. ‘낯선사람’의 입을 통해 2편에 대한 요약을 해주는 부분이있는데 아마도 독자를 배려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주인공 ‘나’를 비롯한 또 다른 인물들이 연대하여 기계에 맞서는데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다.
특히 마지막 단락에서 ‘통신망 안으로 녹아 흩어진 의식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소멸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어딘가에서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부분을 읽을 때는 최근에 읽은 김중혁 작가님의 <꿈이다 아니다>에 등장하는 ‘갈라’라는 공간이 떠올랐다. 이 소설 속 통신망 속이든 <꿈이다 아니다>의 갈라 속이든 우리의 의식은 영원히 어떤 곳에 머무를 수 있다는 이러한 상상력들은 어쩌면,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싶어하는 불멸의 욕망에서 발현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마지막 3편이 가장 강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5.18 광주가 소환되는 장면들이 참 많았고 그런 의미에서 한강 작가님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간이고, 인간이기에 살아가야 하고, 인간이기에 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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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것들의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