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다 아니다
김중혁 지음 / 안온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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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 줄 알았는데 현실이고,
진짜 같았는데 꿈이었던 순간, 있지 않았어?’

있지. 당연히 있다. 나는 거의 매일 꿈을 꾸니까.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어 온종일 생각하기도 하고, 꿈속이 너무 좋아서 깨고나면 속상해 하기도 한다. 다시 그 꿈으로 돌아가고 싶어 눈을 질끈 감다 실패하기도 하고, ‘이건 꿈이네’ 알아채는 자각몽을 꾸기도 한다. 때로는 울면서, 때로는 소리를 지르며 깨어나기도 하니, 여하튼 나도 ‘한 꿈’ 하는 사람이다.

사실 나에게 상상력 따위는 태어날 때부터 없었던 것 같다. 평소에 몽상이나 공상을 전혀 즐기지 않는, 너무나도 전형적인 S(현실형) 성향으로 똘똘 뭉쳐있기 때문이다. 그 기질은 꿈의 내용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소설 속 누군가처럼 뱀에게 쫓기거나, 사막을 날아다니는 등의 ‘비일상적’인 꿈은 단 한번도 꾼 적이 없다. 내 꿈은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일상적’이라서 꿈인지 아닌지, 현실이 싫어서 도망친 곳인지 도통 알 수가 없을 만큼 그 경계가 모호하다.

<꿈이다 아니다>의 중심에는 자면서 꾸는 꿈을 영상으로 변환해 주는 회사 ’달리‘가 있다. 특수 제작한 달리글라스를 쓰고 꿈을 꾸게 되면 그 꿈을 데이터화 해서 해상도를 높여 영상으로 만들어 준다. 그뿐이겠는가. ‘드림 큐레이터’라는 직원이 꿈을 해석하고 의미까지 부여해준다. 달리글라스가 정말 존재한다면 나는 무조건 구입이다. 그리고 나의 담당자는 컴퓨터 용량을 엄청 늘려놔야 할 것이다. 나는 매일 엄청난 양의 꿈을 꾸니까.

공간적인 배경이 ’달리’라면 주이창과 주아연 남매는 중심 인물이다. 오빠 주이창은 ‘달리’의 유능한 직원. 동생 주아연은 언더커버 형사. 두 인물의 시점을 오가며 서술되는데 김중혁 작가님의 목소리가 가장 많이 반영된 캐릭터는 아마도 주아연일터. 말투만 보더라도 성격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살아있는 주아연의 대사들은 가히 압권이다.

비밀을 파헤쳐 가는 과정은 일종의 ’김중혁식 추리소설‘로 다가온다. 그런 면에서 전작인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한다. 곳곳에 작가님의 취향이 듬뿍 묻어 있어서, 오랜 팬으로서 그걸 알아보는 재미는 덤. 책을 읽으며 밑줄친 곳과 메모가 참 많아서, 좋은 문장들을 다 옮길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뽑은 최고의 페이지는 남기고 싶다.

/ 죽음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막막한 기분, 가눌 길 없는 마음, 기분과 마음 역시 곧 사라질 것이라는 체념, 소멸에 대한 두려움, 그러나 오히려 이 순간이 드디어 왔다는 반가움, 나를 끌어당기는 안도, 뒤에서 나를 붙잡는 후회, 더 이상 붙잡고 싶지 않은 쪽으로 몸이 기우는 동안 머릿속에 섬광처럼 나타났다가 곧 사라져버리는 오해, 미련, 기억들이 주아연의 몸을 가득 채웠다가 사라졌다. “모두에게 안녕이라고 해야겠네.” (p.269)

눈물이 조금씩 스며나오더니 눈가에 차올랐고, 마지막 대사 한마디에 툭, 떨어졌다. 이 부분을 읽을 당시 행궁동의 조용한 카페에 앉아있었다. 바로 앞 페이지를 읽을 때만 해도 혼자 웃음이 터져서 맞은편 테이블 여자가 쳐다봤었는데, 한 페이지 넘기자마자 훌쩍대고 있으니, 저 여자 참 이상하다 했을거다. 한 페이지 사이에 사람을 웃기고 울리는 이 소설의 밀당이란.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빨리 읽고 싶으면서도, 이 세계가 끝나는 것이 아쉬워 일주일을 꼭 붙들고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내가 꾼 꿈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봤다. 대개 꿈은 무의식의 영역이라고들 하지만, 나에게 꿈은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가만히 이루어주는 공간 같다. 현실의 걱정거리가 있을 때면 꿈속에서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며 괜찮다고, 잘 될거라며 나를 토닥이고 안심시켜 준다. 미리 대비하게 하고, 적응하게 해 준다. 지독한 현실주의자인 나에게 있어서 꿈은, 어쩌면 가장 따뜻한 도피처이자 안식처, 또 하나의 가능성이자 ‘이상실현소’였던 셈이다.

쓰고 지우고, 고치고 뒤엎으며 수많은 버전의 원고를 거쳤다고 하셨는데, 책을 덮고 나서 생겨난 수많은 질문거리만큼 다른 버전의 이야기들이 전부 궁금해 진다. (지인들에게 자신 있게 선물해야지.)
그나저나 오늘 밤에는 또 어떤 꿈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려나. 작가님이 나오시려나.

+ 여자들의 연대가 참 좋다. 여자 캐릭터들 하드캐리.
++ 내가 생각한 또 하나의 제목은 <꿈의 지도>. 조금 유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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