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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
이희영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6월
평점 :
품절
좋은 기회로 가제본 상태에서 먼저 읽을 수 있었던 <낙하>.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지만 몰입감 측면에서는 참 좋은 액자 구성의 소설이었다. 다중플롯까지는 아니지만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하고 있는데 크게 복잡하지 않아서 이야기 속에 쉽게 들어갈 수 있다.
나와 잎새, 찬희 세 명의 친구 이야기는 액자 바깥의 이야기. 그리고 주인공인 내가 쓴 소설 속 이야기인 안쪽 이야기에는 정과 현, 그리고 주인공 진이 등장한다. 엄마와 형, 아빠와 누나가 본래의 가족이었고 둘과 둘이 만나 넷이 된 후 새로 태어난 아이가 주인공인 ’진‘.
개인적으로는 내 이름을 반으로 쪼개둔 덕에(’정‘과 ’현‘)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이들의 운명을 예감했는지도 모른다. 어느정도는 예상 가능했지만 <낙하>라는 전체 책 안에서 어쩌면 다분히 기능적으로 작용했기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 더 중요한건 ‘내’가 이 이야기를 써서 잎새에게 보여준 이유일테니까. 그 부분이 끝에 가서야 밝혀지니 독자로부터 하여금 소설을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가제본 서평단이어서 첫 독자 리딩가이드 카드가 첨부되어 있었는데 이야기의 대략적인 짐작이 가능했다. 읽기 전, 읽는 중, 읽은 후 질문들을 나누어 정리해 두었는데 최근 한국어교원 공부를 하며 배웠던 읽기 전략 내용이라 괜히 반가웠던 부분. 읽는 중 부분에 나온 질문들이 인상 적이라서 이 공간을 빌어 답을 해 보기로.
<읽는 중 - 당신은 애써 외면한 적 있나요?>
1.이 소설에서 가장비겁하다고 느낀 인물은 누구인가요? ’나‘
2.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마지막 에필로그. 공항이 사라진 때.
3.이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인가요? 그렇다
4.‘낙하’라는 제목이 가장 선명해진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족여행. 눈 내린 밤. 그리고 낙하.
고여있는 잎새의 마음이 다른 곳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이 이야기를 써서 전달한 주인공 ‘나’.
닭 잡는 데에 소 잡는 칼 쓴 것 같은 느낌도 조금 있긴 하지만, 그냥 말로 하면 될 것을 굳이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글로 써서 전달하는 것이 예술의 존재하는 이유일테니까.
덧붙여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소설 속 K의 이야기. 현실 속 ’나‘의 친구 경인. 이 이야기가 붙어 있어서 조금 더 ’나‘의 마음에 많이 공감이 되었고 훨씬 입체적인 구성이 된 듯하다. 친구 K를 보며 소설 속 ’나‘는 누나인 ’정‘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데 그 부분의 마음과 묘사가 어쩐지 애닯다.
/ 정도 비슷했을까. 모든 것이 편안하고 조용히 흘러가기를 원했을까. K가 엄마에게 복종하는 것처럼, 그녀 역시 아버지의 삶이 그저 평화롭기만을 바랐을까. (p.215)
주인공 ’나‘는 본인이 쓴 소설의 주인공을 떠올리며 지독하게 자기 객관화와 자기 반성, 자기 비하를 한다. 그야말로 혼란과 혼돈. 위의 질문에는 제일 비겁한 인물이 ’나‘라고 답했으나 그 역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대체 왜. 그래야만 내가 가장 편안하고 안전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게라도 스스로를 구원하고 싶었을까. 잎새의 말처럼 그건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다. (p.345)
page 0으로 표기된 마지막 에필로그도 여운이 깊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으로 잘 선택한 것 같다는 생각. ’정‘과 ’현‘이 부디 그곳에서는 환하게 웃기를.
울림이 있는 문장들이 많아 밑줄 그은 몇 부분을 옮겨본다.
가족을 포함한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라 공감가는 문장들이 참 많았다.
/ 너무 많이 봐왔고, 너무 자주 들어서, 그렇게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사람들은 가끔 가장 중요한 본질을 잊어버린다. (p.62)
/ 나는 문득, 제것임에도 어쩌지 못하는, 정확한 실체도, 어떤 증명도 할 수 없는 마음이라는 것이 무섭고 두렵게 느껴졌다. (p.69)
/ 관계가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면 그 관계를 위해 참고 노력하는 쪽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그게 자신이 아니라면 분명 상대일 텐데. (p.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