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소년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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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명 작가님의 <뿌리깊은나무>는 아직도 서가에 꽂혀 있다. 드라마화 되기도 했는데 보지는 못했고 그 밖에 <별을 스치는 바람>도 읽었던 기억이 있으나 기억에는 가물가물. 꾸준히 집필활동을 해 오신 것 같은데 <표류소년> 서평단을 통해 오랜만에 읽게 된 작가님의 이야기.

개인적으로 책, 특히 소설을 읽을 때 밑줄을 긋게 되는 경우는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일단은 문장이 아름다우면 치는 경우가 첫번째. 다음으로는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지점에서 밑줄 그으며 공부하듯, 내용에 대한 집중과 정리를 위해 치는 경우가 두번째이다. 이 책은 내가 붙인 인덱스를 제외하고도 밑줄이 정말 많았다. 괄호도 많고 메모도 많고. 범죄, 추리소설답게 중간중간 내용을 정리해 가며 사건의 전후를 함께 파악하며 읽게 되어서 더욱 깊이 읽게 되는 지점.

“완벽한 진실은 있어도 완벽한 거짓말은 없어.”
괴물이 될 수밖에 없는 인간에 대하여.

뒤 표지에 정리된 이 문장은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훅 불러일으켰다. 초반 부분을 읽을 때에는 정유정 작가님의 <종의 기원>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아들과 엄마의 죽음이라는 키워드 때문이리라. (실제 이 소설은 그만큼의 충격은 아니었다.)

표면적인 설정은 죽은 엄마의 시신과 한달 넘게 지낸 아들의 이야기이지만,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유보지와 학군지의 대립, 무너진 교권과 썩어있는 공권, 아이들의 성적으로 매겨지는 부모의 서열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함께 얽혀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안타까운 캐릭터는 엄마인 도연. 여자이자, 아내이자, 엄마의 이름을 가진 나이기에 도연의 마음에 가장 이입해서 이야기를 읽었고, 자꾸만 어긋나고 벗어나는 위험한 그녀의 행보에 안타까워했다. ‘안 되는데, 멈춰야 하는데.’

괴물이라고 손가락질 받게 되는 아들 요한 역시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너, 괴물 아니야.” 라고 말해 주고 괜찮다고, 힘들었겠다고, 한번 안아주고 싶다. 곁에 있어준, 가만히 보아준 예림이에게도 고맙다. 물론 죄는 죄다. 잘 했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소설을 읽어온 독자로서, 요한에게 법적인 기준을 들이대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

제1의 조연인 한솔이라는 캐릭터도 비중이나 묘사가 적절했다. 마지막 부분에 한솔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옳다고 할 수 없지만 받아들이는 그의 마음도 위로해 주고 싶었다. 예림의 엄마인 수임캐릭터도 양가적인 마음을 가진 흥미로웠던 두번째 조연인데, 요한과 도연 모녀는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과 마음이 생생했고, 날카로웠다.

조금 아쉬운 캐릭터는 형사로 나오는 보라. 추후 요한의 친구 예림을 상대해야 해서 여성으로 그려진 것 같은데 추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로서의 힘이 조금 빠진 느낌. 요한의 담임인 인선 역시 기능적으로만 사용되어 조금 아쉬운 느낌이.

제목인 <표류소년>은 유보지 지역에 대한 재개발이 확정되면서 퇴원 후 갈 곳을 잃은 요한을 뜻하는 것일텐데 소설의 말미에서 고개가 끄덕여 지는 제목. 개인적으로 요즘 읽게 되는 책들과 보게 되는 영화들의 기저에 ‘가족’테마가 깔려 있는게 많았어서 연결되는 부분들이 참 많았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나게 되는, 처음 속하는 사회이자 구조가 바로 ‘가족’이라는 형태이기에. 그 가족이 내 삶의 원천이고 회복의 공간이고 위로와 휴식의 안식처라면 정말 좋겠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가장 가까운 ‘지옥’일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폭력’이 될테니까.

가족이라는 가장 느슨하고도 가장 견고한 울타리가 부디, 안전하길. 그 안에서 평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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