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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먹는 괴물 ㅣ 밝은미래 그림책 45
이현욱 지음, 양수홍 그림 / 밝은미래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보고 저자의 이름에 눈이 갔다. 이현욱. 설마 내가 알고 있는 그 건축가일까. 그러나 집을 짓는 건축가가 동화책을 쓰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저자 소개란을 보았다. 내 예상은 빗나갔다. 바로 땅콩집으로 유명한 그 건축가 이현욱씨가 동화 작가가 되다니. 어떤 내용일까.
냉장고를 먹는 괴물이라니, 소재가 매우 특이하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일까. 책의 이야기는 어느 마을에 냉자고를 먹는 괴물이 나타나며 시작한다. 그 누구도 모르게 동네의 모든 냉장고를 먹어 치워 버리는 괴물. 동네 사람들은 단순히 도둑인지 알고 몇 일 뒤 다시 냉장고를 사들인다. 흔적도 없이 냉장고를 먹어버린 괴물 때문에 경찰도 소용이 없다. 그리고 다시 괴물은 모든 냉장고를 먹어 치워 버린다.
과연 냉장고가 없는 마을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아빠들은 퇴근길에 동네 마트에서 그 날 필요한 장을 봐서 퇴근하고, 동네 사람들은 다 같이 모여 앉아 같이 밥을 먹기 시작하고, 그러다보니 서로 서로가 알게 된다. 바로 저자가 꿈꾸는 마을이다. 대형 마트에서 엄청난 양의 장을 봐서 큰 냉장고에 쌓아 놓고, 옆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사는 현재 도시의 삶이 아닌 마을 사람들이 소통하는 곳. 냉장고에 쌓여 언젠가 버려지는 음식이 아닌, 그날 그날 신선한 재료를 사서 먹는 음식. 대형 마트가 아닌 동네 조그마한 가게가 살아있는 곳.
땅콩집을 짓던 저자가 갑자기 왜 동화책을 썼는지 이해가 갔다. 저자의 가치관을 동화를 통해 아이들에게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집 짓는 솜씨 만큼이나 글 짓는 솜씨가 대단한 듯 하다. 이렇게 재미있게 자신의 가치관을 풀어내다니.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책의 끝에 있는 오늘의 토론 부분이다. 냉장고 찬성론자와 반대론자의 토론을 통해 과연 어떤 쪽이 맞을지 생각도 해보게 한다. 무작정 냉장고 없는 사회를 말하기 보다는 상당히 객관적 시각을 아이들에게 갖게 한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가치관에 매우 동감하는 부분이 있어 이 책이 너무나 반갑다. 아이와 함께 진정한 마을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생각 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