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의 나무 일기
리처드 히긴스 엮음, 허버트 웬델 글리슨 외 사진, 정미현 옮김 / 황소걸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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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스 소로우. 그의 이름만으로도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월든’이라는 책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신같은 존재인 소로우. 그의 일기가 있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더군다나 나무에 관해 이렇게 많은 일기를 썼을 줄이야.
이 책은 제목에서처럼 꼭 아담한 다이어리와 같이 생겨 여느 책과는 전혀 다름 느낌이다. 그러한 느낌을 책을 읽는 동안 그 느낌은 지속되었다.
자연과 나무를 사랑한다고 하던 나 자신도 이 책을 읽으며, 소로우의 관찰력과 표현력을 보며 너무도 내 자신이 작게 느껴졌다. 내가 과연 나무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번이라도 소로우처럼 나무를 그려보려고 했었던가.
책을 읽으며 다소 아쉬운 점은, 번역에 대한 부분이다. ‘월든’의 번역가는 번역을 위해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고생을 했고, 직접 월든 호수 근처에 방문도 해보며 시간 투자를 했다고 들었다. 그만큼 그 당시 영어가 현재의 영어와는 많이 달라 번역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고 했었던거 같다. 어쩔수 없는 자연스럽지 못한 문장들로 인해 책의 이해가 다소 떨어진 점은 아쉽지만, 이러한 좋은 책을 번역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책의 구성은 일기의 작성 순서가 아닌, 주제별로 묶는 방식을 택했다. 연대기로 하느냐 주제별로 하느냐는 장단점이 있겠지만, 주제별로 함으로써 소로우의 생각을 조금 더 파악이 쉬운 점도 있는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산책길을 떠나는 나의 마음이 다르다. 특히 그냥 지나치던 나무의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고, 나무잎과 줄기를 한 번씩 더 느껴보려 한다. 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보게된 스트로부스 소나무 이름표를 보고, 왜 소로우가 그토록 이 나무를 관찰하고 사랑했는지를 생각해 본다.
소로우의 책은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거나 하는 부분은 크지는 않다. 그의 책은 지식이 아닌 우리의 마음을 변하게 한다. 도시를 떠나 자연속에 살고 싶게 한다. 개발이 아닌 자연보호를 외치고 싶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주위에 소로우의 시대처럼 벌목을 하는 사람들은 직접 볼 수 없지만,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땅을 파헤치고, 아파트를 짓고 있는 이 시대가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은 아마도 자연주의자들의 또 하나의 필독서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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