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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병 사용법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42
정연철 지음, 이명하 그림 / 길벗어린이 / 2024년 1월
평점 :

살다보면 힘든 날이 있다. 어른들도 아이들에게도 예외없다. 교실에서 한 친구가 독감 증상을 보이면 으레 선생님은 혹시 독감일지도 모르니 가까이 가는 것을 조심하고 손을 자주 씻자는 당부를 한다. 그럴 때 보이는 아이들의 반응은 오히려 더 가까이 가며 독감에 걸리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만큼 힘들 때 잠시 쉬어 가도 된다는 허락이 간절히 필요할 때가 있다. 몸이 그럴 때도 있고 때론 마음이 그러하다. 그때 필요한 건 ‘꾀병’이라고 당당히 권하는 책이 있다. 길벗어린이에서 나온 『꾀병 사용법』이다. 꾀병이 필요한 아이의 마음과 그 마음을 잘 헤아려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어른이 등장한다. 물론 꾀병 사용엔 주의 사항이 있다. 가끔 써야 효과가 나타난다.
아주 가끔 써먹는 꾀병은 달콤해요. 마음을 설레게 하고, 힘을 줘요. 어렸을 때도 어른이 된 지금도 저는 꾀병을 좋아해요. 다 알면서 속아 주는 사람을 사랑해요.
정연철 글 작가 소개글 중에서
사실은 저도 월요일 아침이 오면 꾀병을 부리고 싶어요. 그래도 열심히 살다 보면 또 금요일 저녁이 오겠지요?
이명하 그림 작가 소개 글 중에서
두 분 작가님의 소개글에서도 꾀병의 효능과 필요성, 사용법까지 느낄 수 있다. 누구보다 아이들의 생활 밀착형 이야기를 잘 쓰는 정연철 작가님의 글과 「상자세상」으로 익숙한 이명하 작가님의 익살스런 그림이 딱 어울린다.

ㅠㅠㅠ에서 시작되어 ㅋㅋㅋㅋ로 끝나는 앞면지와 뒷면지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는 아이들의 학교 생활, 친구 생활, 가정 생활이 모두 담겨있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바뀌어 가는 주인공의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져 몰입감있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파란색에서 노란색으로의 색의 변화를 통해서도 감정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친구와의 다툼으로 마음 고생을 하고 사과와 화해를 하는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되어있다. 아이들에게 친구 관계의 어려움은 ‘꾀병’을 동원해야 될 만큼 힘든 일이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곁을 지키는 엄마, 아빠가 헤아려 주는 모습이 포근하다.
『꾀병 사용법』을 읽고 나면 잠시 쉬어가도 된다는 쉼쿠폰을 선물 받은 느낌이 든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가끔은 ‘꾀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느낌이랄까. 120%를 산다는 한국인들에겐 더 필요한 게 아닐까. 꾀병을 부리는 누군가의 곁에서 알면서도 눈 감아주고픈 마음이 든다. 그래야 가끔 사용하게 될 내 꾀병쿠폰도 마법이 통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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