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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 2판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민음사에서 나온 레미제라블 3권 읽기를 마치고, 새로 구입한 4권을 기다리는 사이에 읽었다. 이 책을 사두기는 한참되었다. 일년을 넘게 책꽂이 소설칸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다 '이동진의 빨간책방' 김영하 작가편을 듣고 나서 꺼내보게 되었다.
책은 잘 읽혔다. 우리말로 쓰여졌고, 우리 세대에 대한 요즘 이야기이기에 그럴 것이다. 평소 쿨한 이미지를 가졌다고 생각했던 김영하 작가는 왠지 이 책을 술술 썼을 것만 같다. 한자 한자 고심하면서 꾹꾹 눌러쓰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작가가 글을 쉽게 썼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게 글을 자연스럽게 쓴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였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며 이십대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주인공인 민수는 작가의 이십대 초반 시절의 분신이 아닐까 생각하며 읽었다. 컴퓨터와 인터넷, 전자 기기에 친숙한, 똑똑하고 능력도 좋으나 세상을 살아가기 만만치 않은 우리 세대의 이십대에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이십대때 모습에 대해서 말이다.
무언가 또렷한 목표를 향해 추진력 있게 나가야할 것 같은데 무언지 잘 모르겠고, 내 힘으로 먹고 산다는게 쉽지 않고, 무용해보이는 것들에만 관심이 가고, 자리를 박차고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선뜻 하기 어려워만 보이고.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어"라는 내 목소리가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하던 때.
민수는 조금씩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아가는 것 같다. 퀴즈쇼에서 처럼 바로 튀어나오는 답이 아닌, 천천히 여러 차례 수정하고 시도하며 얻는 답이다. 누구에게나 같은 정답이 아닌, 자신만의 답이다. 그러한 과정에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이 느껴져 좋았다.
요즘 "나는 왜 소설을 읽는걸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읽는다고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른바 실용성이 없는 것을. 읽는데 만만찮은 시간과 에너지와 체력이 필요한 일을, 왜 하는걸까? 라는 생각이었다. '퀴즈쇼'를 읽으며 든 생각은, 일단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재미난 이야기를 눈으로 읽는 것(김영하 작가의 소설은 음성지원도 된다)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면 일상에 한 템포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눈앞의 일에 매몰되어 기뻐하고 우울해하고 분노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시점을 바꾸어 볼 수 있다는 있다는 점이 좋다.